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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윔블던 준우승’ 정현 “약점인 서브 보완, 메이저 우승 꿈 그린다”
“자, 정확하게 쳐서 이 선생님을 맞히는 거야. 맞힌 사람에게 상품 준다~” “와아!!!”

윤용일 삼성증권 코치의 말에 옆에 있던 정현(17·삼일공고)이 특유의 표정으로 머쓱하게 웃었다. 네트 건너편에 있던 초등학교 선수들의 눈빛이 야무지게 빛났다. 아이들은 곧이어 “백스트로크를 보여달라”고 한목소리로 외쳤고 정현은 주특기인 강한 백스트로크로 그라운드를 탕탕 울렸다. 좀전까지 쉬지 않고 재잘거리던 아이들이 순간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정현의 모습을 눈으로 좇았다. 동작 하나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지난 7월 한국 선수 최초로 메이저대회인 윔블던 주니어 남자단식에서 준우승한 정현이 처음으로 ‘선생님’이 됐다. 30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테니스코트에서 열린 삼성스포츠단의 스포츠재능기부 프로그램 드림캠프의 1일 멘토로 나선 것. 윤용일 이형택 전미라 조윤정 김일순 등 쟁쟁한 레전드 스타들과 함께 테니스 유망주 30명을 가르쳤다. 정현은 “초등학교 4년 때 이형택 선배님이랑 같이 사진찍고 엄청나게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즐겁게 테니스를 하는 법‘을 가르치고 싶었는데, 하다보니 내가 더 신이 났다”며 웃었다. 정현과 함께 2시간 넘게 땀을 흘린 홍민(12·대구 남송초) 군은 “유명한 선수에게 배워 정말 좋았다. 특히 포핸드, 백핸드 스트로크 자세를 배울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정현은 지난 여름 한국은 물론 세계테니스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윔블던 16강서 주니어 세계랭킹 1위 닉 키르키오스(18·호주)를 2-0으로 완파하고 결승까지 파죽지세를 이어간 것. 비록 아쉽게 준우승에 그쳤지만 세계 테니스에 정현의 이름 두 자를 확실히 새겼다. 하지만 아직 갈길은 멀다. 현재 세계랭킹 492위인 정현은 지난달 남자프로테니스(ATP) 와일드카드를 받고 처음으로 ATP 월드 투어 250시리즈 말레이시아오픈에 출전했다. 정현이 주로 출전하는 챌린저와 퓨처스 대회보다 한 단계 높은 무대다. 결과는 1회전 탈락. 하지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특히 약점인 서브를 최근들어 대대적으로 교정하면서 더욱 자신감이 붙었다.

[사진=대한테니스협회]

윤용일 대표팀 감독은 “그 전에는 몸에 힘만 잔뜩 들어갈 뿐 정작 서브를 꽂을 땐 전혀 파워를 못내는 동작이었다. 때문에 세계적인 선수들에 비해 스피드가 시속 30km 이상 차이가 났다”며 “하지만 최근들어 손목에 힘을 빼는 법, 어깨 회전하는 법 등을 바꾸면서 조금씩 달라졌다. 이제 시작이지만 큰 변화가 있을 것이다”고 기대했다.

정현은 “예전엔 뻣뻣하게 서브를 넣었다면 지금은 편안하게 넣는 법을 조금씩 알게 됐다. 스피드를 서서히 올리는 중이다”며 “서브 외에도 투어 무대서 큰 선수들과 만나도 위축되지 않는 멘탈과 체력을 더 키우고 싶다. (끝나고) 악수할 때까지 포기하지 않는 게 나의 무기다”고 했다.

[사진=대한테니스협회]

오는 26일 올림픽공원에서 개막되는 삼성증권배 챌린저대회에 출전하는 정현은 “올시즌 초 팔꿈치 부상 때문에 3개월간 재활했는데, 그것만 빼면 100점을 다 주고 싶은 한 해였다. 내 꿈을 향해 하나씩 퍼즐을 맞추고 있는 과정이다. 메이저대회 우승하는 내 모습을 그리며 매 순간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조범자 기자/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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