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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 프로야구 600만 관중의 두 얼굴
올시즌 프로야구는 제법 선전했다. 여러 악재가 있었지만 3년 연속 600만명이 넘는 손님들을 모셔오는 데 성공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21일 올시즌 532경기 만에 총관중 600만명을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경기당 평균 관중 수는 1만 1316명. 사상 최초로 700만 관중을 기록한 지난해보다 8% 줄어들었긴 했지만 ‘나름 선방했다’는 자평이 나올 만하다.

악재가 만만찮았기 때문이다. 시즌 개막 전, 첫 우승까지 노렸던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 대표팀의 충격적인 1라운드 탈락으로 관중 동원에 빨간불을 켰다. 4월 꽃샘추위와 한여름 폭염 등 날씨도 도와주지 않았다. NC 다이노스가 합류하면서 새롭게 바뀐 홀수 구단 체제의 변칙적인 경기일정도 팬들의 발길을 뜸하게 했다. 무엇보다 LG와 함께 이른바 ‘엘롯기’로 불리며 프로야구 ‘인기 지분’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는 롯데와 KIA의 동반 부진이 컸다. 2008년부터 5년 연속 관중 1위를 차지한 롯데는 올해 41%나 관중이 줄었다. ‘악재’라고 하기엔 그렇지만 메이저리거 류현진의 맹활약도 시즌 초반 관중몰이를 주춤하게 한 이유 중 하나였다. 하지만 중반 이후 치열해진 선두권 경쟁과 4강 진출 다툼, 예년과 달리 묵직한 뒷심을 발휘한 LG와 넥센의 돌풍 등이 앞선 악재들을 이기는 흥행요소가 됐다. 무엇보다 야구가 최고 인기 스포츠를 넘어 생활 속의 문화로 녹아들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야구는 ‘꽃할배’들이 나오는 모 통신사 광고를 비롯해 햄버거와 맥주 등 TV광고의 단골 소재로 등장한다. 유명 연예인들은 가족, 연인과의 야구장 망중한을 자연스럽게 노출한다. 요즘 가장 ‘핫한’ 스타들은 앞다퉈 시구자로 나선다. 스포츠 종목이라는 인식보다 ‘야구=일상’이라는 등식이 정착되는 분위기다. 안정권에 접어든 600만 관중시대는 그래서 더 의미있다.

하지만 프로야구의 인기는 또다른 얼굴을 갖고 있다. 야구 환경과 산업, 시장성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수많은 선수들의 부상을 초래하며 ‘흉기펜스’로 지적됐던 야구장 외야펜스가 올시즌 후 전면 교체될 예정이지만, 지난해 마련한 권고 안전기준에서 다소 완화되는 움직임이 일면서 팬들의 우려를 사고 있다. 수백만 관중이 공유하는 야구장 환경은 아직도 열악하다. 화장실과 매점 등 편의시설은 낙후된 채 개선되지 않고 있다.

스타 선수들의 해외유출도 우려스럽다. 류현진의 성공적인 빅리그 안착으로 국내 선수들을 향한 미국과 일본의 스카우트 전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인데, 스타 선수들의 잇딴 해외 진출은 국내 프로야구를 옥죌 수 있는 대형 악재가 될 수 있다. 미국과 일본의 머니게임을 이기려면 초특급 대우가 필요한데 과연 한국 프로야구가 이들을 잡을 만한 시장이 형성됐느냐도 의문이다. 팬들은 늘어났지만 구단은 여전히 적자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모기업의 지원에 연명하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무리수를 두면서 눈앞의 선수들을 붙잡기보다 이들을 담을 만한 시장을 키우는 게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2013년 프로야구는 관중 동원 면에선 제법 선전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하지만 느긋하게 팔짱을 낀 채 자만할 때가 아니다. 오히려 600만 관중의 달콤한 열매를 무서운 경고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발전도, 경쟁력도, 상품성도 없는 시장을 찾는 소비자는 없기 때문이다.

/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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