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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요광장 - 명정식> 신생 협동조합에 대한 세가지 전망
‘나 하나쯤이야’라는 이기주의
2200여 신생조합 최대의 敵
내 조합 이익만 생각하다가는
모두가 손해본다는 것 명심해야


협동조합기본법 시행 이래 8개월 만에 봇물 터지듯 2261개가 신청되었는데 그 중 사회적 협동조합은 98개, 이들간의 일반협동조합연합회는 9개다.

총 조합원 수는 4만명이 넘어섰지만 조합별 인원은 최소 5명에서 3000명까지 다양하고, 자본금 규모도 5만원에서 10억원까지 편차가 매우 크다. 사업종목도 법에서 금지한 금융 및 보험업종을 제외하고 장애인도우미부터 방과후학습, 도시락, 문화예술, 교육, 에너지, 발전소, 시민대학, 협동조합 설립 교육을 위한 협동조합까지 그야말로 없는 게 없다. 미래의 일을 예단한다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지만 객관적 사실로부터 몇 가지의 추론이 가능하다.

먼저 연합회 형태의 협동조합이 많이 발족하면서 정치적 영향력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협동조합의 특징은 인적 단체인데다 아직은 1인1표제를 채택하고 있다. 게다가 우리사회는 혈연ㆍ지연 등 1차적 집단의 응집력이 강해 조합원 간 정서적으로 연대하기가 쉽다. 실제 일부 신생 협동조합 중에는 정치적 목적으로 조직된 조합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소의 자본과 인적 구성으로 출범한 신생 협동조합은 때마침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터라 정치권은 이들의 정책수요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결국 정치적 영향력 확보를 꾀하면서 현재의 협동조합연합회 형태가 향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견된다. 절차적 민주주의를 중시하는 협동조합의 순기능은 별개로 보더라도 정치일정과 맞물려 있어 향후 정치참여 문제가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둘째는 시장경제에서 협동조합의 가격견제 기능이다. 협동조합 경제의 장점은 조합원의 총거래수를 최소화해 대외 교섭력을 확보하는 데 있다. 또한 가격 책정에서 실비주의를 우선으로 하고 있어 이윤을 최우선으로 하는 주식회사를 견제할 수 있다. 이제 수적으로 많은 협동조합이 탄생했고 이들간 협동조합연합회가 결성되고 있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경제활동에 편입되면 가격견제 기능을 충분히 발휘할 것이다. 생활용품과 사무용품, 이동통신, 건설업까지 전 부문에서 가격경쟁에 돌입하게 될 것이다. 이들이 자본주의 토양에서도 윤리적이고 착한 경제의 표본이 되고 창조경제의 견인차가 될 수 있도록 키워 나가야 한다.

셋째로 갑을논쟁이 한창인 우리 사회에 ‘병(丙)’의 자리를 구축해 사회안전망이 될 수 있다. 극심한 양극화로 갑을관계가 입법화로 발전하는 현실은 캐스팅보트 또는 안전판으로서 병의 역할이 요구된다. 특히 현행법상 사회적 협동조합은 공익사업을 40% 이상 수행해야 하고 청산 시 국고에 귀속되게 되어 있어 NGO(비정부기구)로서 역할이 기대된다.

최근 금융위기로 많은 은행이 도산할 때 협동조합 은행인 네덜란드 라보뱅크는 자산규모가 크게 늘었다. 이는 배당을 하지 않고 이익을 내부 유보하면서 자본 확충에 충실을 기한 데서 비롯되었고, 결국 라보뱅크는 금융에서 안전판 역할을 해낸 셈이다.

선진국가는 나름대로 발전한 협동조합이 사회의 근간을 이루고 있듯이 우리사회도 모두가 1등이 되는 평면사회로 나아가는 데 협동조합이 일조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협동조합 소속을 통한 안정감, 성취감 등 삶의 질 향상을 감안하면 비경제적 이득도 무시할 수 없다.

희망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전제조건이 있다. 신생 협동조합이 고유의 목적사업을 수행하고 나아가 지역사회와 나라 경제발전에 기여할 때까지는 시행착오를 거듭할 수도 있지만 인내와 관심이 필요하다. 신생 협동조합은 이미 2000개가 넘어섰고 형태와 업종에 있어 우리 생활의 전반을 아우르고 있다. 협동조합에 가장 무서운 적은 ‘나 하나쯤이야’라는 이기주의다. 내 조합 이익만 생각하다가는 모두가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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