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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X파일]모델하우스 속지 않고 보는 법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가을 분양성수기로 접어들면서 수도권에 견본주택을 열고 분양을 시작하는 곳이 많습니다. 주말마다 견본주택에 수만명의 인파가 몰렸다는 뉴스가 자주 등장해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크네요.

견본주택은 말 그대로 건설사가 주택 수요자에게 지을 집을 ‘견본’으로 지어 보여주는 곳입니다. 집을 다 지어놓고 판다면 필요 없겠지만, 우리나라처럼 집을 짓기 전에 미리 분양하는 ‘선분양’ 제도에서는 필요한 시설이죠.

주택 수요자 입장에선 준공된 실제 아파트를 보진 못하더라도 견본주택에서라도 살집을 미리 체험해보고 싶은 건 당연합니다. 수억원씩 내고 사는 집인데 건설사 직원의 설명과 팜플렛만으로 사라고 하는 건 좀 무리겠죠. 


▶민낯을 상상하라!= 견본주택은 따라서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화려하게 지어지는 게 일반적입니다. 주택수요자와 처음 만나는 자리니 좋게 보일수록 분양률이 올라가기 때문이죠. 잘나가는 유명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참여해 가구와 바닥 카페트, 벽걸이 그림 하나하나까지 신경을 씁니다. 분양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최적화된 화장을 하는 것과 같습니다.

견본주택에서 본 작은 카페트가 마음에 들어 백화점에서 가격을 확인하고 깜짝 놀란 적이 있습니다. 별로 크지 않은데도 100만원이 훌쩍 넘더군요. 건설사 관계자는 견본주택에 배치된 가구와 가전제품은 대부분 임대해서 쓰는 것으로 모두 최신형이라고 하더군요. 직접 사려면 아파트 크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수천만원씩은 필요할 겁니다.

따라서 견본주택에서 속지 않기 위해선 화장을 지우고 민낯을 떠올릴 수 있는 상상력이 필요합니다. 그 민낯에 지금 가지고 있는 우리집 가구와 가전제품이 들어갈 때 어떤 모습일지 떠올릴 수 있어야 합니다.

한 대형건설사 분양 관계자는 이렇게 조언했습니다.

“견본주택은 화려한 전시 상품과 옵션, 조명으로 화려해 보일 수밖에 없죠. 주택수요자는 착시현상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예를들어 평면 설계도에선 기둥이 있거나 실외기 설치 때문에 불필요한 공간이어도 견본주택에서는 맞춤형 가구와 인테리어로 세련된 공간으로 바꾸죠. 평면 설계도를 더 면밀히 보고 견본주택과 차이를 비교해 봐야 착시를 줄일 수 있습니다.”


▶‘엄청난 인파’라는 허수?= 요즘 언론 보도를 통해 견본주택에 수만명의 사람들이 많이 몰린다는 뉴스를 자주 봤을 겁니다. 견본주택에 들어가기 위해 길게 줄을 서고 있는 모습도 인터넷에서 쉽게 검색되죠. 그런데 견본주택 방문객 수는 누가 셀까요?

얼마 전 기사 작성을 위해 견본주택 방문객 수를 알려달라고 한 건설사의 분양소장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견본주택 방문객 수는 주택수요자들이 주택시장에 얼마나 관심을 나타내는지를 보여주는 지표가 되므로 정확한 인원수가 궁금했습니다. 분양소장은 “사람이 가장 많았던 토요일에는 오전 10시께부터 오후 5시정도까지 거의 꽉 찬 상태였기 때문에 대충 3000명 정도 온 거 같다. 토요일 하루에 그 정도 왔으니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합하면 8000~9000명 정도는 될 것”이라고 하더니 “그냥 1만명 정도 왔다고 하면 될 것 같다”고 말하더군요.

말하자면 견본주택 방문객 수는 건설사에 의해 대충 집계되더라는 겁니다. 따라서 견본주택의 인기를 단순히 방문객수가 얼마나 몰렸다더라는 언론 뉴스를 통해 짐작하기 보다는 직접 방문해 보길 권합니다. 특히 견본주택 안에서 상담을 받는 사람들이 많다는 건 실수요자들이 많다는 겁니다. 어떤 견본주택엔 사람들이 그다지 많아 보이지 않지만 내부 상담석은 늘 붐비는 곳이 있습니다. 실수요자들이 대출규모나 당첨 가능성에 대한 구체적인 상담을 하는 겁니다. 훨씬 내실이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유닛’ 만들지 않은 평면에도 관심을= 견본주택에 들어갔다면 기본적으로 로비 중앙에 마련된 모형도를 통해 단지 배치나 주변 상황을 확인하는 게 필수입니다. 로비중앙 모형도를 통해서 단지내 놀이터, 커뮤니티시설, 주차장 등의 현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음 순서로는 평면별 주택형인 ‘유닛(unit)’에 들어가면 됩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조명발, 화장발에 주의해야겠죠.

그런데 여기서도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요즘 아파트는 한 가지 크기인데도 열 개정도까지도 다양한 평면으로 짓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어떤 평면을 견본주택에 유닛으로 만들어 놓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건설사들이 특정 평면을 유닛을 만드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보통 가장 분양 가구수가 많은 평면을 유닛으로 만들지만 요즘은 조금 다른 이유도 있다고 합니다.

한 분양대행사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주택평면에 대한 선호도 조사 등을 통해 가장 안팔릴 것 같은 평면을 유닛으로 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차피 잘 팔릴 물량은 유닛이 없어도 잘 나가거든요. 따라서 상대적으로 인기 없는 평면을 유닛으로 제작해 계약률을 끌어올리려는 경향이 생겼습니다.”

따라서 유닛이 있다고 무조건 주력 상품이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오히려 유닛이 만들어지지 않은 다른 평면이 더 인기를 끌만한 주요 상품일 수 있으므로 주의깊게 볼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보통 견본주택엔 유닛을 만들지 않은 평면에 대해선 모형도를 제작해 전시해 놓고 있습니다.

견본주택에 들어갔다면 인테리어용 가구나 가전제품 말고, 평면 구조와 마감재를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계약을 했다면 견본주택을 다시 방문해 마감재, 주방가구 등의 사진을 찍어 두는 게 좋습니다. 건설사는 유닛 내부의 사진을 못찍도록 하지만 계약자가 요구하면 막을 수 없다는 게 건설사의 설명이더군요. 나중에 실제로 준공됐을 때 같은 제품, 혹은 동급의 제품으로 시공하게 돼 있기 때문입니다. 시공 품질을 놓고 분쟁이 벌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으므로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는 차원입니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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