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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분양 아파트 임직원에 떠넘기는 나쁜 관행 사라진다
[헤럴드경제=윤현종 기자]미분양 아파트를 임직원에 떠넘기는 건설업계의 나쁜 관행이 사라질 것 같다. 이는 정부가 12일 임직원에게 미분양 아파트를 떠넘기는 자서분양 방지대책을 시행키로 방침을 세웠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분양 아파트로 인한 건설사 임직원들의 피해가 사라지고 분양 성적의 투명성이 확보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임직원의 부담이 협력업체의 부담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또 일각에선 분양 아파트에 대한 대출을 받는 절차가 까다로워져 분양시장이 다소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건설사 임직원 ‘울며 겨자먹기식 미분양 떠안기’ 사라져=정부가 자서분양 방지대책을 마련한 것은 건설사 직원들의 피해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위해서다. 건설사들은 미분양을 없애 사업자금을 조달하고 외견상 분양 실적이 좋은 것처럼 포장할 목적으로 자서분양을 관행처럼 해오고 있다.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연합이 자서분양 실태를 조사한 결과 아파트 분양을 하는 국내 건설사 2천여개 가운데 3분의 1 이상이 자서분양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자서분양은 경기침체기나 분양상황이 부진할 때, 구조조정 건설사 등에서 주로 발생한다”며 “일부 직원은 거래가 안 되는 지방의 물건을 억지로 떠안아 피해를 당한 경우도 꽤 있고, 대기업도 자서분양에 나서는 경우가 적지않다”고 지적했다.

직원들은 그러나 승진 누락 등 인사상 불이익을 받지 않으려고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분양 물량을 떠안았다가 각종 후유증에 시달리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무리하게 분양을 받았다가 경제난으로 이혼 등 가족해체 위험에 처하는 임직원들도 적지 않다. 심지어 외환위기 때 자기 회사 미분양 아파트를 떠안은 건설사 직원이 자살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벽산건설 노조원 50여명은 은행에 식사동 사업장에서 자서분양을 받은 108가구의 중도금 대출을 해소해 달라는 민원을 제기했다.

풍림산업 직원 650여명은 부산과 신탄진 등 사업장에서 개인당 3억∼18억원 상당의 분양계약 자서로 대출 이자 독촉에 시달리고 있다. 성원건설은 20여명의 임원들에게 미분양주택을 떠안겼고, 영조주택은 직원과 중개업자 명의로 554가구의 분양계약서를 이용해 907억원의 중도금 대출을 받아 대표가 실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이용규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연합 정책실장은 “건설사 직원들은 인사상 불이익 등을 피하려고 회사가 원하면 미분양 물량을 넘겨받았다가 심각한 경제문제나 가족문제에 처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피해방지 대책으로 자서분양으로 피해를 입는 직원들이 이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책이 마련된 것은 긍정적”이라며 “이번 대책으로 건설사 직원들이 자서분양으로 겪을 수 있는 피해나 불편함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협력업체 부담 가중·분양시장 위축 등 부작용 우려도=이번 정부 대책으로 건설사 협력업체의 부담이 가중되고 분양시장이 위축되는 등의 부작용도 우려되고 있다. 특히 미분양 떠넘기기가 협력업체에 몰릴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자서분양으로 인한 협력업체 피해 방지 방안은 마련하지 않았다.

건설기업노조 관계자는 “건설사 협력업체들이 입는 자서분양 피해도 크다”며 “정부가 협력업체의 피해 방지 대책을 추후 마련할 때까지 콜센터 신고 등을 통해 피해를 막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 대책으로 은행의 중도금 대출 심사가 강화되고 건설기업노조로부터 자의로 분양을 받는다는 자의여부확인서도 발급받아야 하는 등 분양 절차가 까다로워지면서 분양시장이 다소 위축되고 건설사 직원들이 역차별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A건설사 직원은 “지금도 은행에서 중도금 대출을 받을 때 직접 도장을 찍는 등 쉽지 않은 절차를 거쳐야 한다. 대출 심사가 강화돼 분양시장이 다소 위축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B건설사의 한 직원은 “임직원이든 일반 계약자든 아파트 매입 기회는 동등하게 줘야 한다. 시장이 활황기 때는 분양을 받고 싶은 직원은 오히려 역차별을 받는 거 아니냐”고 반문하며 “건설기업노조 자의여부확인서가 자서분양을 막는데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자서분양 피해 방지를 위해선 오히려 분양받을 수 있는 임직원 비율에 제한을 두는 방안이 효율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임직원들이 자의여부확인서를 제출하면 중도금 대출을 받도록 한 것은 실효성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며 “일정 비율 이상은 임직원에게 분양을 못 하도록 상한선을 두거나 확인서를 받을 수 있는 임직원 비율을 제한하는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건설사들은 미분양으로 말미암은 자금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자서분양을 한다며 어려운 분양 건설사를 위해 분양활성화 대책 등 지원책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중소형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경기가 안 좋으면 은행들이 먼저 건설사의 자금줄을 옥죈다”며 “건설사들이 원활한 분양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중도금 대출과 분양 활성화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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