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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X파일>건설사 오너들, 그들은 왜 회사를 떠나는가?
[헤럴드경제=최남주 기자] 최창원 SK건설 부회장이 11일 이사회 의장직을 전격 사임했습니다. SK건설의 지휘봉을 내려놓은 최 부회장은 최종건 SK 창업주의 셋째 아들입니다. 다시 말하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는 사촌 형제간이지요. 이 때문에 SK그룹의 로열패밀리인 최 부회장이 회사를 떠나는 것을 두고 말들이 많습니다. 

최창원 SK건설 부회장
경영실적 부진에 대한 문책성 인사라는 말부터 SK그룹과 홀로서기를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말까지 온갖 소문이 파다합니다. 하지만 경영실적 부진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사실 SK건설은 올들어 플랜트와 주택 부문의 부진을 겪은 게 사실입니다. 지난 1.4분기에는 영업손실 2438억원, 당기순손실 1767억원을 신고했습니다. 그 결과 SK건설은 신용등급도 ‘A+’에서 ‘A0’으로 한 단계 하락했습니다.

항간에 떠돌던 SK그룹과의 결별설도 해외사업의 불안을 키우는 데 한 몫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 모두가 최 부회장에겐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입니다. SK건설의 대외신인도를 높이고, 재무구조 개선, SK그룹과의 결별설 불식 등 여러가지 차원에서 최 부회장은 결국 사임이라는 카드를 선택했다는 게 건설업계 안팎의 관측입니다. 

최 부회장은 SK건설을 떠났습니다. 이사회 의장과 이사직 사임은 물론 자신이 보유한 주식 132만 5000주(564억원)도 회사에 무상 증여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이제 SK건설의 지휘봉은 재무전문가인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맡게 됐습니다. SK건설 관계자들은 최 부회장이 회사를 떠났지만 그의 결단이 해외사업을 강화하는 데 밑거름이 될 것으로 SK건설 관계자들은 기대하고 있습니다.

사실 건설업계에서 오너가 회사를 떠나 것인 SK건설의 최 부회장이 처음은 아닙니다. 올 초 임기를 2년가량 남겨둔 허명수 GS건설 사장이 경영실적 악화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표이사직에서 전격 사퇴한 적이 있습니다. 물러난 허 사장은 GS건설 최대 주주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셋째 동생이자 3대 주주입니다. 회사 오너가 부정 및 비리사건도 아닌 실적 부진으로 인해 스스로 책임을 지고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보기 드문 케이스죠.

당시 허 사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 GS건설 대표이사로 취임한 뒤 경제위기 상황속에서 회사를 잘 경영했으나 아랍에미리트연합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해외사업에서 큰 손실을 입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고 회사를 떠났지요. 두산건설도 올초 등기임원이던 박정원 회장이 경영난 개선을 위해 비상임 임원으로 물러나고 재무통인 양희선 사장을 대표이사 자리에 앉혔습니다.건설사 오너가 회사를 떠나는 것은 재벌뿐 아니라 건설전문 중견기업들도 비슷합니다. 올해 2월엔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건설전문기업인 허동섭 한일시멘트그룹 명예회장이 취임 2년여만에 한일건설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왼쪽부터)GS건설 허명수 오너, 두산건설 박정원 회장

모두가 좋지 않은 건설경기의 희생양인 셈입니다. 좌불안석인 건설사 오너들은 또 있습니다. 건설경기의 장기불황으로 경영실적이 좋지 않은 건설사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한라건설과 KCC건설 등이 여기에 해당하는 케이스입니다.

우선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이 대표이사로 있는 한라건설은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대비 11% 늘어난 1조8735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영업적자도 2198억원 수준입니다. 이는 국내 500대 기업에 속한 건설사 31곳중 지난해 521% 영업이익 감소로 가장 부진한 셈이지요. 올해 상반기 9100억원에 달하는 그룹 지원을 받았지만 내년까지 필요한 자금이 1조5000억원 이상이라고 합니다.

KCC건설도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KCC건설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80.7% 감소한 77억원, 당기순이익은 79.6% 줄어든 67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올해 1분기 역시 매출액 2211억원, 영업이익 53억원, 순이익 23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대비 각각 18.52%, 63.37%, 83.41% 감소하는 등 실적이 낙제점입니다.

현재 30대 건설사 가운데 오너가 직접 회사 경영을 맡고 있는 곳은 대림산업(이해욱 부회장), 현대산업개발(정몽규 회장), 한라건설(정몽원 회장), KCC건설(정몽열 사장), 태영건설(윤석민 부회장) 등 여러 회사가 있습니다. 이들 건설회사 오너들은 경영실적 부진으로 회사를 떠난 최창원 SK건설 부회장이나 허명수 GS건설 사장의 불행한 전철을 밟지 않도록 대한민국 건설경기가 빨리 살아났으면 좋겠습니다.

calltax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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