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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대‘ 로또’ 모기지대출 주택시장엔 毒?
8·28 대책 온기에도 부동산 중개업소는 개점휴업…
실수요자 대출자격여부 따지며
10월까지 매수연기 관망세

일시적 주택 거래량 늘겠지만
매수세 상승으로 이어질지 의문
매매거래 활성화 왜곡 우려도


#1. “매물 시세에 대한 전화 문의는 확실히 늘었습니다. 그런데 거래는 여전히 안되니 죽을 맛입니다.”(서울 노원구 상계5동 이순남 보람공인 대표의 말)

#2. “1%대 모기지 대출 완전 ‘로또’죠. 다들 신청하겠다고 난리입니다. 그런데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게 없으니 지금 누가 거래를 하겠어요.”(서울 성북구 길음동 김재명 온누리공인 대표의 말)

수도권 부동산 중개업소가 또다시 ‘개점휴업’ 위기감에 휩싸였다. 정부의 8.28 전월세 종합대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후속 조치를 기다리며 10월 이후까지 매수를 미루는 경향이 생겼기 때문이다.

5일 수도권 부동산중개업계에 따르면 10월 시행될 예정인 1%대 금리의 수익ㆍ손익 공유형 모기지 상품을 기다리며 거래를 미루는 수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획기적인 금리로 제공되는 대출 상품인 만큼 생애 최초 무주택자라면 무조건 대출 신청을 하는 게 유리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도봉구 방학동 S공인 관계자는 “가을 성수기가 시작되는 9월엔 원래 매매계약이 조금씩 성사되는데 올해는 아닌 것 같다”며 “모지기 대출을 받을 수 있는지 따져본 뒤 나중에 계약 상담을 하자는 고객이 있다”고 말했다. 강남구 대치동 김성일 행운공인 사장은 “취득세 영구감면 여부도 아직 국회에서 계류 중이므로 좀 더 관망세를 유지하다가 매매에 나서는 게 낫다고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고 했다.

정부가 8.28 대책의 일환으로 내놓은 1%대 금리의 모기지 대출 상품이 오히려 주택 거래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서울 노원구의 한 중개업소 앞에서 지나가는 행인이 매물 표시판을 바라보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선 1%대의 파격적인 금리로 대출을 해주는 모기지 상품이 단기적으로 매매 거래 활성화에 기여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론 정상적인 거래를 왜곡해 오히려 거래를 더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무엇보다 이명박 정부의 보금자리주택 공급에서 나타났던 폐해가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보금자리주택은 당첨되면 큰 시세차익을 누릴 것으로 기대돼 많은 주택 수요자가 관망세로 돌아서는 원인을 제공했다. 이번엔 1%대 모기지 대출이 너도나도 거래를 미뤄 주택 거래를 더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곽창석 ERA코리아 부동산연구소장은 “시범 물량인 3000가구에 대한 모기지 대출 상품은 10월 나오자마자 단기간에 소진될 가능성이 높다”며 “일시적으로 주택 거래량이 늘겠지만, 그 이후엔 다시 내년 물량을 기대는 관망세가 힘을 얻으며 주택시장 침체를 불러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재언 대우증권 부동산팀장도 “10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 문제나 국내외 경기 불안 등 주택시장의 환경은 달라지지 않았다”며 “정부가 파격적인 대출 상품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거래량이 늘어난다고 해도 그 뒤를 따라갈 매수세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일단 올해 수익ㆍ손익 공유형 모기지 상품을 시범 공급하고 내년부턴 공급 물량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3000가구 미만일 정도로 적은 수준이어서 시범물량 3000가구에 대한 1%대 금리의 모기지 대출이 진행될 경우 시장에 단기적 효과를 거둘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 성과를 이끌어내기엔 미흡하다는 관측이 지배적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선착순으로 대출이 이뤄질 전망이므로 모기지 대출의 대상이 되는 6억원 전용면적 85㎡이하이면서 10년 이내의 새 아파트가 몰린 지역은 단기간에 급매물이 빠지며 활기를 띨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낙관하기 힘들다”고 전망했다. 함영진 부동산114리서치센터장도 “국회에서 계류중인 취득세 영구감면,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 관련법 등이 통과되고 거래량이 늘어나면 시장 분위기가 달라지겠지만 여전히 변수는 있다”고 전망했다.

박일한 기자/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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