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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데이> 결국 로펌行…6개월만에 끝난 김능환의 ‘서민생활’
‘무항산 무항심’ 인용 편의점 아저씨에서 율촌 고문변호사로…끝내 지키지 못한 다짐 아쉬움 남겨
중앙선거관리위원장 퇴임 당시 새 정부의 총리직 추천을 고사하며 홀연히 자연인으로 돌아갔던 김능환(62) 전 대법관이 짧은 휴식기를 마치고 대형 로펌의 변호사로 법조계에 돌아온다.

김 전 대법관은 오는 9월 2일부터 법무법율 율촌의 고문 변호사로 일하게 됐다고 27일 밝혔다. 지난 3월 선관위장 퇴임 후 불과 6개월 만이다. 결국은 여느 고위 법관들처럼 대형 로펌행을 선택한 것이다.

김 전 대법관이 이런 소식을 스스로 전하며 인용한 문구는 ‘무항산 무항심(無恒産 無恒心)’이다. 맹자 ‘양혜왕 편’에 나오는 말로 생계를 유지할 일정한 바탕이 없으면 방종하거나 방황하게 된다는 뜻이다. 부인의 편의점ㆍ야채가게 일을 돕는 촌부로서의 삶이 경제적으로 부족했고, 제 몸에 맞는 옷도 아니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은 셈이다.

사실 그의 재산은 대법관과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거친 고위공직자 치고는 많지 않았다. 지난해 신고한 재산은 9억5000만원이었다. 거기에 퇴직금 2억원가량과 연금 정도가 더 붙는다. 그런 사실이 공직생활 중 그의 소탈한 성품과 어우러지며 그를 이 시대의 청백리로 우러러 보게 했다.

그는 선관위장 퇴임 당시 향후 거취에 대해 “아내의 가게를 도우며 소시민으로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 2006년 대법관 인사청문회 때는 “퇴임 후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고 동네에 책방 하나 내고 이웃 사람들에게 무료 법률상담을 해 주면서 살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었다.

이런 까닭에 그가 이런 다짐을 지키지 못하고 대형 로펌에 들어간 것은 여러모로 진한 아쉬움을 남긴다.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 고위 법관을 지낸 이가 변호사로 전직하는 것을 수치스럽게 생각하는 문화가 있는 데다 제도적으로 그러지 않아도 될 만큼 금전적 예우로도 뒷받침해 준다고 한다. 대법관 출신이 ‘무항산’ 때문에 자존심을 다치지 않도록 제도적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김 전 대법관이 너무도 일찍(?) ‘서민생활’을 털고 일어났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렵다. 6개월 동안의 짧은 경험만으로 평소 꿈꿔 왔던 서민생활이 자신과 맞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면 진정성이 의심될 수 있다. ‘하필이면 대형 로펌이냐’는 비난도 감수해야 한다. 대법관 출신이 대형 로펌에 가면 연간 수십억을 번다는 이야기가 있다. 생계를 위한 선택지가 아니라 부를 위한 선택지로 보일 소지가 다분하다. 청백리의 타락인지, 아니면 가만히 있는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하는 주변의 호들갑인지는 향후 김 전 대법관의 행보에서 판가름날 것 같다.

조용직 기자/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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