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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효석의 꿈…새하얀 메밀밭 속으로 떠나는 ‘낭만여행’
‘장 선 꼭 이런 날 밤이었네. 객줏집 토방이란 무더워서 잠이 들어야지. 밤중은 돼서 혼자 일어나 개울가에 목욕하러 나갔지. 봉평은 지금이나 그제나 마찬가지지. 보이는 곳마다 메밀밭이어서 개울가가 어디 없이 하얀 꽃이야. 돌밭에 벗어도 좋을 것을, 달이 너무나 밝은 까닭에 옷을 벗으러 물방앗간으로 들어가지 않았나. 이상한 일도 많지. 거기서 난데없는 성서방네 처녀와 마주쳤단 말이네. 봉평서야 제일가는 일색이었지…’ (메밀꽃 필 무렵, 이효석)

봉평에서 대화로 이어지는 80리 밤길에서 허생원이 조선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눈을 감으니 ‘새하얀’ 메밀밭이 여기저기 펼쳐진다. 허생원에게 봉평은 그 자체로 ‘낭만’이다. 도심을 떠나 단 하루라도 방랑객이 되고픈 현대인들에게도 ‘9월의 봉평’은 낭만여행 1번지이다. 메밀꽃이 만들어내는 하얀 융단과 꽃에 얽힌 아름다운 이야기가 넘쳐나는 효석문화마을 일원에는 올해도 어김 없이 넓디 넓은 메밀꽃밭이 조성된다. 꽃밭 사이로 거미줄처럼 오솔길이 만들어져 매년 수십만의 사람들이 9월에 봉평을 찾는다. 


# 메밀꽃 필 무렵, ‘이효석의 꿈’으로 떠나는 여행

이효석의 소설은 봉평을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은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라고 했다. 그곳으로 간다. 평창군 봉평면의 하얀 메밀꽃밭에서 제15회 평창효석문화제가 오는 9월 6일부터 22일까지 17일간 개최된다.

가산 이효석의 대표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배경이자, 그가 나고 자란 봉평은 해마다 9월이면 들녘을 덮는 하얀 메밀꽃으로 장관을 이루는 메밀의 고장이다. 소설과 메밀꽃을 주제로 열리는 평창효석문화제에 올해는 ‘이효석의 꿈’이란 부제가 붙어 있다. 가산이 ‘메밀꽃 필 무렵’을 마무리하면서 꿈 꾸었을 허생원과 동이의 미래까지 오롯이 담아냈다는 의미다. 


올해는 2개의 큰 마당(이효석 마당, 봉평장 마당) 속에 6개의 존(메밀꽃 문화존, 이효석 문학존, 메밀꽃 소설존, 메밀꽃 포토존, 봉평장 소설존, 충주집 소설존)으로 축제공간이 구성되어 있다.

메밀꽃 문화존에서는 매주 금요일, 토요일 밤에 클래식 콘서트와 함께 메밀꽃밭을 밝히는 경관조명 속에서 주제 공연인 ‘이효석의 꿈’이 펼쳐진다. 매주 일요일에는 젊은 뮤지션들이 참여하는 메밀꽃밭 콘서트가 열리고, 이효석이 즐겨 마셨다던 목화커피를 직접 제조해 마시는 커피체험도 가능하다.

이효석 생가 터 주변은 메밀꽃을 가장 아름답게 볼 수 있는 곳. 여기에는 메밀꽃 포토존이 운영될 예정. 메밀꽃 소설존에서는 꽃밭 사이로 난 오솔길을 거닐며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을 감상할 수 있다.


우선 축제장에 들어서면, 메밀꽃 문화존, 이효석 문학존, 메밀꽃 소설존, 메밀꽃 포토존 등으로 구성된 이효석 마당을 접한 후, 흥정천 섶다리를 건너 봉평장 마당인 충주집 소설존 주막에서 다양한 메밀 음식으로 요기를 하자. 그 후 봉평장 소설존에 들려 지역주민들이 직접 운영하는 시끌벅적 장날을 구경하며 전통놀이를 체험하면 더욱 좋다.

해설사와 함께 축제장을 투어하는 이효석 탐험대와 축제장 곳곳에서 열리는 버스킹 공연, 소설 속 명장면을 재연하는 거리상황극 등도 색다른 재미를 더한다. 개막공연으로는 준비된 이 시대 마지막 변사 최영준 선생의 ‘검사와 여선생’ 공연도 놓치면 아깝다. 1930년대 변사의 해설에 따라 ‘시간 여행’을 떠나보는 경험도 이채롭다.


#평창무이예술관ㆍ팔석정…봉평 주변 볼거리도

축제만 즐길게 아니라 인근 볼거리까지 둘러보면 더욱 알찬 여행길이 된다. 우선 메밀꽃 필 무렵의 배경마을부터 가보자. ‘효석문화마을’은 장돌뱅이들의 고단하면서도 낭만적인 삶을 그려낸 ‘메밀꽃 필 무렵’의 실제 배경마을이다. 허생원과 동이가 드나들던 주막인 충주집, 허생원과 성씨 처녀가 사랑을 나누었던 물레방앗간이 재현되어 있고, 주변에는 소설의 모티브인 메밀꽃이 지천으로 피어 있다. 복원된 이효석의 생가, 평양에 살던 푸른집과 북카페 집필촌 등이 조성되어 있다. (봉평면 원길리 764-1)

‘이효석문학관’은 가산 이효석 선생의 생애와 작품세계를 연대기별로 살펴볼 수 있는 곳으로 선생의 유품과 초간본, 작품이 발표된 잡지와 신문 등이 전시되어 있다. 문학정원, 메밀꽃길 등이 조성되어 있어 산책하기 좋다. (봉평면 창동리 544-3, 033-335-9669)


폐교를 복원해 조성한 예술인촌 ‘평창무이예술관’은 서양화가 정연서, 조각가 오상욱, 도예가 권순범, 서예가 이천섭 등이 창작활동을 하는 곳이다. 운동장은 대형조각작품이 전시되는 야외조각공원으로 꾸며져 있으며, 예술관 앞에는 넓은 메밀꽃밭이 조성되어 있다. (봉평면 무이리 58, 033-335-6700)

또, ‘팔석정’은 이름 때문에 정자로 오인하기 쉽지만 정자가 아니라 봉평면 흥정계곡에 있는 여덟 개의 바위다. 흥정계곡 물길에 자리한 바위들이 소나무와 어우러져 멋스런 풍경을 이루는데, 조선 전기 4대 서예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양사언(1517~1584)이 이 경치에 반해 여덟 개의 바위에 이름을 붙였다고 해서 팔각정이란 이름이 생겼다. 각각의 바위에는 전설 속 삼신산을 가리키는 봉래(蓬萊)ㆍ방장(方丈)ㆍ영주(瀛洲)라는 글씨와 석대투간(石臺投竿ㆍ낚시하기 좋은 바위), 석지청련(石池淸蓮ㆍ푸른 연꽃이 피어있는 듯한 바위), 석실한수(石室閑睡ㆍ낮잠을 즐기기 좋은 바위), 석요도약(石搖跳躍 ㆍ뛰어 오르기 좋은 바위), 석평위기(石坪圍碁 ㆍ장기 두기 좋은 바위)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글씨의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다. (봉평면 무이리 58, 033-335-6700)

박동미 기자/pd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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