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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돌직구 풍자 · 19禁 유머…뭐 이런 뮤지컬이…
10월 6일까지 한국공연…브로드웨이 명작 뮤지컬‘ 애비뉴Q’
포르노·청년백수 등 리얼한 삶
발칙한 퍼핏들 거침없는 입담
“열라 짱나” “구려” 대사엔 웃음꽃
한국배려 섬세한 자막·대본수정
아픈 청춘 자화상…폭소 뒤엔 쓴맛이


뮤지컬 시상식에 번역상이란 게 있다면 뮤지컬 ‘애비뉴큐(Q)’는 단연 최우수상감이다.

지난 23일 서울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개막한 브로드웨이팀 내한 뮤지컬 ‘애비뉴Q’는 한국 관객을 배려한 섬세한 자막과 한국적 상황에 맞춘 대본 수정 등 현지화한 대목이 원작을 더욱 빛낸 작품이다.

2003년작 ‘애비뉴Q’는 너무나도 미국적인 이야기다. 모티브가 된 유아교육용 TV 프로그램 ‘세서미스트리트’, 국내선 ‘개구쟁이 애놀드’란 제목으로 방송된 1980년대 공전의 히트 시트콤 속 흑인 아역배우 게리 콜맨(1968~2010) 등 미국 문화에 대해 알면 알수록 더 많은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지난 23일 서울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개막한 브로드웨이팀 내한 뮤지컬‘ 애비뉴Q’는 한국 관객을 배려한 섬세한 자막과 한국적 상황에 맞춘 대본 수정 등으로 원작을 더욱 빛낸 작품이다.

미국 뉴욕 맨해튼의 최고층 빌딩 엠파이어스테이트 옆 가상의 동네 ‘애비뉴Q’가 배경으로, 주인공은 갖가지 퍼핏(인형) 캐릭터다. 대학을 갓 졸업하고 진로를 고민 중인 프린스턴, 유치원 보조교사 케이트, 동성애 성향을 숨기고 있는 자의식 강한 로드, 천하태평 청년실업자 니키 등 어디에나 있을 법한 ‘그저 그런’ 성격의 주인공은 청년실업, 인종차별, 동성애, 포르노 중독 등 결코 아름답지 않은 삶의 리얼함을 가감없이 드러내 보인다. 퍼핏끼리 농도 진한 정사를 벌이기도 한다.

무대가 되는 건물의 경비원은 게리 콜맨이다. 실제 콜맨은 최고의 아역스타로서 막대한 부를 누렸지만 친부모가 이를 모두 탕진해버려 성인이 됐을 때는 경비원으로 일했다. 뮤지컬의 대표곡 ‘엿같은 내 인생(It sucks to be me)’ 중 콜맨이 노래하는 대목에서 “한물간 드라마 대사를 해달래, ‘형아 뭔 소리임?(What’cha talkin’ about Wills)’ ”이라며 노래하는데, 이는 실제 시트콤이 유행시킨 대사다. 또 콜맨이 친부모를 상대로 소송했던 실제 일화가 대사 안에서 자조적으로 쓰인다.

미국서 대흥행을 거둔 ‘애비뉴Q’는 2004년 미국 대선에서 주인공 퍼핏이 선거유세에 등장하는 등 미국인과 호흡을 맞춰 왔다.


세태풍자 등 동시대성이 강한 원작의 맛이 내한 초연 무대에선 자막과 현지화한 대사로 살아났다. 김구라와 노홍철, 북한 최고지도자 김정은이 실명으로 등장하고 TV 예능 ‘나혼자 산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세금추징 문제가 내한 배우의 입에서 흘러나온다. 자막에 적재적소에 그림을 곁들여 “개망신”이라고 말할 땐 개의 그림과 망신이란 글자를 조합하는가 하면, 웃음 강도에 따라 글자 크기와 색깔도 달리 했다. “열라 짱나” “구려” “대걸레” 등 한국식 표현에 객석에선 폭소가 터진다.

뚜렷한 목표의식이 없는 삶의 모습에선 청춘의 아픈 자화상이 슬며시 보인다. 그래서 정신없는 폭소 뒤에도 쓴맛이 남는다. 뮤지컬 한 편으로 벅찬 감동을 기대하면 낭패 본다. 공연이 끝나면 관객 입에서 “이런 뮤지컬이 다 있네”란 소리가 나올 정도로, 한국 관객의 기호와 장르 다양화에 기여한 것으로 족하다. 공연은 10월 6일까지 이어진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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