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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부조로 빚어낸 예술가들의 초상..배수민의 릴리프 작업

[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 겨자빛 화면 속에 한 여성이 생각에 빠져 있다. 머리에 꽃을 꽂고, 성장을 한 인물은 멕시코 출신의 여성작가 프리다 칼로(1907~1954 )다. 불꽃같은 삶을 살며 이글이글 타오르는 자화상 등을 남겼던 프리다 칼로는 삶 자체도 극적이었다. 열여덟살인 소녀에게 불어닥친 치명적인 교통사고와 끔찍했던 수술, 그리고 디에고 리베라와의 뜨거웠으나 불운했던 결혼생활 등 칼로의 인생역정과 작품은 드라마틱하기 이를데 없다.

멕시코의 국민화가 칼로를 주인공으로 작품을 만든 이는 남성조각가 배수민(27)이다. 전남대 조소과를 나와 광주를 무대로 활동 중인 배수민은 측면 부분만 도드라지게 드러나는 반부조 작업에 빠져 있다. 흙작업으로 인물을 올록하게 형상화한 다음, 석고캐스팅을 해서 FRP로 떠낸다. 그리곤 검은 색을 칠해 눈 코 입, 옷자락과 머릿결 등은 시트지를 붙였다가 떼어내 거미줄같은 선들이 드로잉처럼 드러나도록 했다.

평면과 입체를 넘나드는, 일종의 경계 예술인 릴리프처럼 작가는 한 개인이 사회 속에서 느끼는 끝없는 불안과 정체성의 혼란을 담아내려 했다.



배수민은 광주광역시 치평동의 무각사 로터스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다. 무각사가 광주지역의 문화발전을 위해 젊은 작가를 선정해 지원하는 전시에 초대된 것.

‘Beautiful Loser(아름다운 패배자)’라는 타이틀로 9월 1일까지 열리는 전시에는 프리다 칼로 외에도 반 고흐, 에곤 쉴레, 제임스 딘 등 유명인사의 모습을 담아낸 부조 작품이 내걸렸다. 작가는 자신이 흠모하는 예술가들의 초상을 제작하며 그들의 삶을 돌아봤다. 척박하기 짝이 없는 상황에서도 불굴의 의지로 예술혼을 불태웠던 예술가들의 초상은 그래서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작가는 터럭 한올까지도 소홀함 없이 표현했던 걸작 자화상으로 유명한 윤두서의 초상을 차용한 작업도 출품했다. 배수민은 광주지역의 비영리 예술공간 미테-우그로 레지던시를 거쳤으며, 광주시미술대전 대상을 수상했다. 무료관람. (062)383-0070.

yrlee@heraldcorp.com

사진설명

배수민 ‘프리다 칼로’. 97x75cm 혼합재료. [사진제공=무각사 로터스갤러리]

배수민 ‘제임스 딘’. 97x75cm 혼합재료. [사진제공=무각사 로터스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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