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손주에 몸 축나는 ‘시니어맘 ’…내 인생은 어쩌라고
하루종일 안고 씻기고 업어주고…
척추·어깨 등 근골격계 통증 호소

돌 이전의 아이 키우는 노인들
쪽잠으로 수면장애·소화기 질환

결국 ‘황혼 육아 우울증’까지 초래
6개월에 한번꼴 건강검진 받아야


맞벌이를 하는 막내딸 내외를 대신해 다섯 살짜리와 8개월 된 손주들을 온종일 돌보는 김모(68) 할머니는 최근 허리와 어깨가 급격히 안 좋아져 동네 정형외과에서 진료를 받았다. 온종일 두 아이를 업고 씻기고 먹이느라 생긴 일종의 ‘직업병’이었다. 진료 결과, 키도 예전보다 2㎝ 가까이 줄어들어 평소 입던 바짓단을 줄이기까지 했다. 내친김에 건강 검진을 한 결과, 초기 우울증 증세까지 있었다.

▶남보다는 그래도 가족이… 온종일 아이들과 시간 보내는 ‘시니어맘’=우리나라 노인 중 육아를 떠맡고 있는 비율은 상당히 높다. 2009년 보건복지부 아동 보육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0~3세 영ㆍ유아의 70%, 미취학 아동의 35%는 최소 낮 동안 조부모나 외조부모가 돌보는 실정이다. 맞벌이를 하는 경우 비용을 주고 베이비시터를 쓰자니 100만~200만원 가까이 드는 비용도 문제지만 내 자식을 남의 손에 맡기는 것이 아무래도 꺼려지기 때문이다. 최근 자주 발생하는 어린이집 아동 학대 사고 등으로 인해 좀 힘들어도 가족의 일원에게 아이를 맡기는 것이 안심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시니어맘(육아를 돌보는 할머니를 일컫는 말)’의 경우 종일 아이와 시간을 갖다 보니 여가생활을 즐길 수 없고, 체력이 약해지면서 받는 육체적ㆍ정신적 스트레스는 엄청나다. 전문가들은 “맞벌이 자녀의 아이를 키워주다가 건강에 문제가 생기는 노년층이 많다”며 “약해진 체력으로 아이를 보다가 신체에 무리가 오는 경우가 흔하고, 대화 상대가 되지 않는 아이와 종일 지내다가 우울증에 걸리기도 한다”고 조언한다.

▶온종일 ‘안고, 씻기고, 업어주고’ 시니어맘, 근골격계 질환으로 고통=시니어맘들이 가장 자주 통증을 호소하는 부위는 척추, 손목과 어깨 등의 근골격계 통증이다. 한 손에 젖병을 들고 다른 팔로 6~7㎏ 이상 되는 아이를 안는 자세를 반복하다가 팔의 인대가 손상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손주를 안기 위해 허리를 구부려 들어 올리면 아이 체중의 10~15배의 충격이 허리에 가해지며, 아이를 안고 나면 몸의 중심이 앞으로 쏠려 허리가 앞쪽으로 활처럼 휘어진다. 이런 자세를 반복하면 허리디스크나 척추전방위증이 생길 수 있으므로 아이는 되도록 업고 다니는 것이 좋다. 아이를 안거나 업을 때 최대한 몸을 낮은 자세로 해야 하며, 손목이나 허리 등의 힘을 이용해 안기보다는 무릎을 꿇은 채 온몸을 이용해야 한다. 또한 아이를 업기 전 스트레칭이나 맨손체조 등으로 적당히 근육을 이완시켜 주고, 평소 가정에서 탄력고무밴드나 가벼운 바벨로 운동을 해주는 것이 좋다. 

‘황혼 육아’는 우리 주위에서 흔하게 자리 잡은 육아 패턴이다. 노년층의 경우 육아로 인한 질환이 발병할 수 있으므로 어
쩔 수 없는 경우라면 평소 건강관리 요령을 잘 숙지하는 것이 좋다.                                     [사진제공=서울특별시 북부병원]

손목 손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 손목을 손등으로 꺾는 스트레칭이 도움이 된다. 팔을 뻗은 상태에서 손등을 위로 해 손목을 아래로 꺾고 손바닥 쪽 팔 근육과 팔꿈치 안쪽이 당겨지는 것이 느껴지면 10~20초간 정지하며, 이를 2~3회 반복 실시한다. 어깨 손상은 모서리나 문틈을 이용해 어깨의 뭉침을 풀어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벽의 모서리나 문틈에 기대 몸을 전체적으로 앞으로 기울이는 동작을 반복하면 된다. 이와 함께 팔꿈치 당기기나 깍지 끼고 등 뒤로 손을 뻗는 스트레칭도 어깨를 풀어주는 데에 효과적이다.

허리를 삐끗했을 때는 초기에는 안정을 취하는 것이 좋다. 안정화된 후 무릎을 구부리고 누운 자세에서 엉덩이를 들고 10초 정도 유지한다. 이런 동작을 10회 정도 반복하면 허리 통증을 줄이고 근력을 강화할 수 있다.

▶ ‘쪽잠’으로 수면 장애 걸려… ‘소화기 질환 발생도 높아’=손주를 봐주는 할머니ㆍ할아버지의 상당수는 수면 장애를 경험한다. 특히 돌 이전의 아이를 키우는 노인은 ‘숙면’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는데, 아이가 2~3시간마다 분유와 이유식을 찾고 긴 잠을 자지 않기 때문이다. 강제적인 ‘수면 장애’에 빠지는 셈이다. 이런 상태가 지속돼 밤 동안 숙면을 취하지 못해 쪽잠으로 수면을 대체하다 보니 수면 장애가 발생하고, 만성 피로는 물론 식욕 저하로 입맛까지 잃게 된다. 규칙적인 식사시간을 챙기기 어려워지면서 소화기 질환도 나타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입맛을 잃었더라도 건강을 위해서 죽이나 간편식 등을 반드시 챙겨 먹어야 하며 폭식을 삼가고 적은 양의 식사를 여러 번 나눠서 하면 소화기 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또 육아로 몸이 지친 상태에서 잠까지 제대로 자지 못하면 혈압이 갑자기 상승하게 돼, 겨울철에는 뇌졸중 등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밤이든 낮이든 아기의 수면 패턴에 맞춰 함께 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황혼 육아’로 인한 우울증, 여가활동이나 대화로 풀고 건강 검진 정기적으로 받아야=아이 돌보기와 집안일로 스트레스가 쌓이고 여가를 즐기지 못하면 ‘황혼 육아 우울증’이 올 수 있다. 대화가 통하지 않으면서 떼를 쓰는 아이에게 온종일 시달리면 식욕 저하, 스트레스, 불면증 등 우울 증상이 나타나는데 기분 동요가 심하고 사소한 일에도 쉽게 울적해지며 이유 없이 초조해지거나 불안하다면 이를 의심해봐야 한다. 이럴 경우 아이가 자는 시간을 이용해 5~10분 정도 명상을 하고 편안한 리듬의 음악을 듣는 것도 도움이 된다. 육아 스트레스나 우울증이 이미 상당히 진행돼 무리가 온다면 혼자서 끙끙 앓지 말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치료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평소 만성 질환이 있는 노인은 규칙적인 생활 패턴이 망가지게 되면 기존의 질병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며 “6개월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건강 검진을 받아서 건강관리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태열 기자/kty@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