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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금폭탄’재검토하지만... 정치권 침묵하는 ‘복지와 증세’
정치권이 궂은 일은 방관하고 있다. 생색이 나는 복지는 하고 싶고, 욕 먹을 게 뻔한 증세는 하기 싫어 한다. 중산층 ‘세금폭탄’에서 일단 뇌관을 빼기로 했지만, 재정상황 상 복지를 하려면 또다른 누군가는 세금폭탄을 맞아야 한다. 폭탄의 위력을 줄이려면 복지를 줄여야 한다. 그런데 정치권은 세금폭탄에도, 복지축소에도 뚜렷한 언급 없이 침묵이다.

전문가들은 ‘증세없는 복지’라는 환상을 깨지 못하면 박근혜정부도 수도이전과 4대강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다 좌초한 노무현ㆍ이명박정부의 전철을 밟을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해 7월 대선 출마를 선언했을 때 “복지 수준과 조세 부담에 대한 국민대타협을 추진하겠다”고 한 약속을 실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허겁지겁 세제개편안 수정에 나선 새누리당은 중산층 부담을 줄여여한다는 목소리는 내고 있지만, ‘증세 없는 복지’라는 대선공약에 발목이 잡혀 있다. ‘증세’와 ‘복지공약 축소’는 금기어다.

새누리당 내 경제통으로 꼽히는 모 최고위원은 “대통령께 복지공약 수정을 건의하고 싶지만, 당이나 청와대 모두 그럴만한 분위기가 아니다. 복지공약 가운데 불요불급 부분을 재조정하면 증세부담도 줄어든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경제정책을 담당한 한 재선의원은 “누가 (공약 수정하라고) 총대를 매겠는가, 꺼내도 비판만 받을 뿐“이라고 하소연까지 했다.

민주당도 ‘부자’라는 전제로 증세를 주장하지만, ‘복지축소’에 대한 언급은 삼가고 있다. 대선에서 새누리당 못지 않은 복지 공약을 내건 탓이다.

정부 관료들도 ‘영혼’ 없는 ‘정권 아바타’ 노름에만 열중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야당대표이던 2005년 노무현 대통령과의 영수회담 당시 감세에 따른 세수부족 해결책으로 “정부가 씀씀이, 낭비를 줄여야 한다”면서, “공공기금이 21조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하니 정말 기가 막힌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박근혜정부는 출범 후 구체적인 세출구조조정 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김재원 새누리당 전략기획본부장도 “세출 구조조정, 지하경제 양성화 등으로 만든 재원으로 복지공약을 이행하는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전문가들은 결국 박 대통령과 정치권이 증세 없는 복지의 환상을 깨고 국민적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행범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복지 늘리겠다고) 국민들에게 잔뜩 바람을 넣어놓았으니 재원이 필요한데, 지하경제 단속으로는 얼마 안된다. 국민들은 세금내기 싫고 복지는 바라니까 충돌 일어난다. 근본적으로 재검토되야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특히 “(박 대통령) 본인 책임이 없는것처럼 장관을 꾸짖고 그러면 안된다. 후보로서는 필요한 전략이겠지만 대통령은 그런 자리가 아니다. 지금이라도 솔직히 고백하고, 죄송하다고 하고, 증세도 해야한다고 하고, 국민적 합의 도출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좋은예산센터 소장인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복지가 좀 더 필요한 것은 틀림 없고, 세금을 걷지 못하면 복지를 하지 못하는 것도 사실인 만큼 이제 국민을 설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통령이 좀 더 정직했어야 했다. 현재 우리나라 세금은 소득계층별로 상당히 한쪽에 치우쳐 있는데 설득의 정치를 통해 선택에 따른 비용을 함께 부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행히 정치권에서도 복지와 증세의 균형을 잡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는 8세제개편안에 대한 박 대통령의 ‘원점 재검토’ 발언 직후인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복지를 위해서는 증세가 불가피함을 인정해야 한다. 더 이상 소모적인 정쟁의 포퓰리즘으로 (복지와 세금 문제가)흐려지도록 내버려둬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도 13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이번 세제개편안 사태로 증세없는 복지는 가능할까, 공짜 복지는 없다는 귀중한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고 말했다.

최정호ㆍ박영서ㆍ홍석호 인턴기자/cho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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