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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세열(한국),양첸(중국)이 선보이는 동양적 미감을 담은 회화
[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 한국과 중국을 대표하는 중견작가 오세열(68)과,양첸(65)의 2인전이 서울 회현동 신세계백화점 본점 신세계갤러리에서 개막됐다. 두 작가의 작품은 동양적 미감을 담은 회화인 것이 공통점이다. 한국과 중국이라는 각기 다른 지역에서 활동하며 사용하는 매체와 기법은 다르지만 오세열과 양첸은 ‘동양의 정신성’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같은 맥락을 보이고 있다.

오세열은 기름을 뺀 유화물감을 여러 겹 겹쳐올린 뒤 물감층을 긁어내는 방식으로 작업한다. 거칠고 질박한 마티에르에 마치 어린아이가 그린 서툰 그림 같은 도상이 어우러져 고졸한 맛을 전해준다.

반면에 양첸은 ‘중국 현대미술 중에도 이런 그림이 있나’ 싶을 정도로 명상적이고 평온하다. 양첸은 중국의 전통재료인 화선지와 먹을 활용해 그림을 그린다. 또 차(茶)를 그림의 재료로 이용하기도 한다. 그의 회화는 대단히 정적이다. 
오세열, 옛 생각, 2008, Mixed Media, 130x97cm [사진제공=신세계갤러리]

두 작가 작업에선 ‘반복’과 ‘우연’이란 키워드를 동시에 발견할 수 있다. 오세열이 캔버스에 물감을 켜켜이 바르는 동안 양첸은 수없이 많은 비정형의 화선지를 종이 위에 붙여나간다. 이같은 반복적인 행위와 그 것이 빚어내는 우연성은 이들 작가 작업에 빠져들게 하는 요소다. 오랜 시간과 공력이 투입된 두 작가의 맑고 명징한 회화는 바쁜 일상에 지친 관람객들에게 여유로운 힐링의 시간을 선사한다.

오세열의 그림은 마치 어린아이의 낙서같다. 캔버스에 삐뚤빼뚤하게 숫자를 써넣거나 알 수 없는 기호, 비정형의 낙서를 그려넣은 그림들은 몹씨 어눌해 서툰 어린아이 그림을 연상케한다. 추상적 화폭 사이사이에는 꽃, 새, 풀, 물고기, 때론 무심한 듯한 인물이 드러난다.
그러나 오세열의 회화는 자세히 관찰하면 쉽게 그린 그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합판을 덧댄 캔버스에 물감을 여러 번 덧칠해 무수히 많은 층을 만든 다음 그 두터운 마티에르를 뾰족한 못이나 송곳으로 긁어내며 무언가를 쓰거나 그리는 복잡한 과정을 거친 것들이다. 

오세열 무제 Mixed Media, 165x207cm [사진제공=신세계갤러리]

따라서 그의 회화는 직관과 감각이 빚어낸 우연성의 산물이다. 의도적으로 계획한 것이 아니라, 마치 도를 닦듯 반복적으로 물감을 바르고 쌓으며 그것을 긁어내는 행위를 통해 탄생한 조형의 세계인 셈이다. 미술평론가 박일호교수(이화여대)는 “오세열의 회화는 정신에 의해 의식적으로 통제되지않는 본능적이고 즉흥적인 상태에서 순수하게 드러나는 표현적 에너지가 있다”고 평했다.

양첸은 최근 국제미술계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쇼킹하고, 강렬한 중국 현대미술과는 궤를 달리 한다. 동양의 정신적인 단면이 드러나는 그의 추상작업은 독일과 미국에서 호평받고 있다. 양첸은 화선지 위에 차를 우려낸 티백같이 흔적을 남기는 물건들을 올려놓는다. 그렇게 생긴 얼룩을 조각조각 이어붙이기도 하고, 먹과 채색으로 물들인 종이조각을 겹으로 붙여나가는 행위를 반복한다. 얼핏 보기에 단순한 선이나 얼룩으로 이어진 듯한 그의 작품은 여러 겹으로 복합된 ‘콜라쥬의 콜라쥬’인 것이다. 

양첸, Jupiter,2011, 화선지에 먹과 차,120x90cm, 오른쪽은 Jupiter & Mars,2010. [사진제공=신세계갤러리]

중국 전통의 선(禪) 사상에 심취해 있는 양첸의 작업은 ‘비움’을 추구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 ‘비움’이란 명제를 ‘채움’이라는 행위를 통해 실현한다는 점이다. 화선지의 무수한 겹침, 미세한 차이를 드러내는 발묵의 농담, 색조의 변화는 무한한 깊이감과 공간감을 드러내며 관람객을 명상의 세계로 인도한다. 전시는 9월 9일까지. 02-310-1924.

yrlee@heraldcorp.com

양첸,Tea-Stain, 2010, 화선지에 먹과 차,120x90cm 오른쪽은 Ten year‘s Wulong tea, 2008 [사진제공=신세계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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