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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이 열광하는 ‘싼티 · 촌티 · 날티’ 의 모든것
무도·개콘·촛불시위·키치 등 통해
‘B급문화’어원·확산 원인 등 분석
‘쎄끈하고 핫한’ 대중문화비평서



‘민증까기’에 익숙한 대한민국 사회에서 ‘아랫것’들의 외침은 정당성 여부에 관계없이 ‘윗분’들에겐 대들기일 뿐이다. 위계질서라는 논리 아닌 논리가 겸상을 막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주류와 비주류 사이의 유격은 쉽게 좁혀지지 않는 성질의 것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대표적인 비주류의 상징이었던 B급 문화가 사회 전반에 주류 이상으로 맹위를 떨치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히트한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B급 문화를 사회적 주요 담론으로 끌어올렸다. ‘무한도전’에서 볼 수 있듯이,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선 이미 B급 정서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심지어 예능 ‘새터데이 나잇 라이브 코리아(SNL)’에서 걸쭉한 욕으로 인기를 모은 배우 김슬기는 각종 CF를 종횡무진하며 욕으로 활약 중이다. 바야흐로 B급 문화의 전성시대다. 대중은 왜 B급 문화에 열광하는 것일까?

이형석 헤럴드경제 기자가 쓴 대중문화비평서 ‘B급 문화, 대한민국을 습격하다’(북오션)는 B급이란 단어의 어원ㆍ개념, 사회ㆍ문화적 맥락, 확산 배경과 원인, 분야별 B급 코드와 메시지ㆍ사례 등을 다각도로 심층 분석한다. 이 책은 그동안 단편적으로 흩어져 언급돼온 대한민국의 B급 문화를 종합적ㆍ입체적으로 조명하는 첫 시도이기도 하다.

책은 크게 4장으로 구성돼 있다. 1장 ‘B급, 넌 뭐냐’는 B급의 개념과 B급 문화의 한국 대중문화사적 수용과정 등을 살핀다. 2장 ‘B급으로 읽는 대중문화:소외된 욕망의 목소리’는 싸이의 앨범과 ‘개그콘서트’ ‘무한도전’ ‘힐링캠프’ 등 예능프로그램에 담긴 B급 문화 요소를 설명하며 대한민국 대중문화의 현 주소를 알아본다. 3장 ‘B급, 거대 서사와 엄숙주의에 파산을 고하다’는 패션ㆍ미술ㆍ웹툰 등 다양한 분야의 대중예술과 청년문화ㆍ키치ㆍ팝아트 등의 연관성을 분석한다. 4장 ‘B급 정치하다, 99%의 목소리’는 안철수 신드롬과 강남좌파의 등장, 촛불시위와 월스트리트 검거운동으로 상징되는 국내외의 사회ㆍ정치적 변화상을 B급이라는 키워드로 독해한다.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히트한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비롯해 ‘대한민국 평균 이하 남자들의 도전기’라는 슬로건을 걸고 출발했던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까지 비주류의 상징이었던 B급 문화가 사회 전반에 주류 이상으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가운데 저자는 B급 붐을 미래가 불확실한 팍팍한 삶에서 원인을 찾았다.

저자는 서문을 통해 “B급 문화는 우리 사회의 소외된 욕망의 목소리, 1% 승자 독식의 사회에서 나머지 99%의 희로애락을 담아냄으로써 변화와 개혁의 열망을 드러낸다”고 주장하며 B급 문화의 핵심을 ‘의도된 싼티ㆍ촌티ㆍ날티’ ‘계몽과 권위를 벗어난 일탈과 유희의 문화’라고 정의한다. 특히 저자는 B급 문화를 생산한 주체를 1990년대에 ‘X세대’로 불린 40대로, 향유하는 주체를 ‘88만원 세대’로 불리는 20대로 분석하며 B급 문화의 저항성에 주목해 눈길을 끈다. 이 같은 정의와 분석을 바탕으로 저자는 B급 문화에 깃든 세상에 대한 태도와 개성을 드러내는 스타일을 읽어내고, 나아가 B급 문화가 민주주의를 대변하는 창조적 대안의 목소리로 발전할 수 있는가를 진단한다.

영화 ‘설국열차’의 봉준호 감독은 “우리가 ‘B급’을 갈망하는 것은 어떤 욕망 때문인지 침착하고 사려 깊은 해답을 던져 준다”고, 영화 ‘베를린’의 류승완 감독은 “대중문화의 재밌는 감성과 이를 의미심장하게 지켜보는 사회적 이성의 절묘한 균형이 담겨있다”고 추천사를 전했다.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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