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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려한 볼거리 시원한 음악…‘허당영웅’ 유쾌한 이중생활
뮤지컬‘ 스칼렛 핌퍼넬’리뷰
프랑스혁명 배경 뮤지컬의 스펙트럼이 넓어졌다. ‘레미제라블’ ‘두 도시 이야기’ ‘몬테크리스토’ 등 3편이 집단 폭력에 의해 짓눌린 약자의 분노와 복수, 용서와 화해의 메시지를 담아 비장하고 장엄한 울림 소리가 났다면 초연작 ‘스칼렛 핌퍼넬’은 한 옥타브 올린 듯 가볍고 발랄하다. 가슴 먹먹한 감동 대신 유쾌한 대사, 화려한 무대와 의상, 프랭크 와일드 혼의 시원스런 음악이 크게 자리했다.

때는 복수의 광기가 가득했던 로베스 피에르의 공포정치 시대다. 시민 혁명 봉기를 전면에 드러내며 역사 속 개인의 삶에 초점을 맞춘 ‘두 도시 이야기’나 ‘레미제라블’과 달리 ‘스칼렛 핌퍼넬’은 프랑스혁명은 단지 시대를 설명하는 밑그림일 뿐 코믹 영웅담과 사랑 이야기가 큰 줄기다. 신분을 숨기고 활약하는 영웅 활극이란 점에선 ‘조로’나 ‘삼총사’를 연상시킨다.

이 영웅은 한 발짝 더 요즘 트렌드를 입었다. 대중으로부터 추앙받는 범접하기 어려운 위대한 영웅의 모습이 아니라 수다스러우며 방정맞기까지 한 소시민적 영웅이다. 퍼시는 자신의 흉상을 보면서 “내가 이렇게 멋있었어? 너희들은 행운이야. 나를 매일 볼 수 있잖아. 빨려들어가 버릴 것 같아서 아주 잠깐씩밖에 못 보겠어”라며 자기 자랑을 늘어놓는가 하면, 쇼블랑의 검은 의상에 놀라며 “아무리 패션에 관심없어도 이렇게 상복을 입고 다니는 건 좀 그렇다. 패션이 무시되는 세상에선 한순간도 숨을 쉬기 싫어요”라며 쇼블랑을 놀리는 등 시종 유머가 넘친다.


자칫 가벼울 수 있는 작품에 매력을 더하는 것은 눈이 호강하는 듯한 풍성한 볼거리와 프랭크 와일드 혼의 박진감 넘치는 음악이다.

단두대에서 선량한 목숨을 구하기 위해 친구들과 비밀 결사대를 조직하는 주인공 퍼시(박건형, 박광현, 한지상)는 낮에는 패션과 파티에 빠져있는 한량의 모습으로, 밤에는 바스티유 감옥에서 사람들을 구해내는 영웅의 모습으로 이중생활을 한다. 패셔니스타답게 퍼시는 수차례 의상을 갈아입는다. 로코코풍으로 어깨와 허리가 과장되게 강조되고, 레이스와 보석이 잔뜩 박힌 의상은 시쳇말로 ‘블링블링’하다. 조문수 의상 디자이너가 고증을 거쳐 모두 500점을 만들었고, 의상 제작비로만 총 2억원을 썼다. 무대 역시 화려하다. 영국식 정원 장면에선 2만송이 장미 꽃송이가 무대를 한가득 메워, 관객의 시야를 압도해버린다.

스칼렛 핌퍼넬은 가시덩굴 속에서 피어나는 붉은색의 꽃으로, 영국 소설가 바로네스 오르치(1865~1947)의 원작 소설은 국내선 ‘빨간 별꽃’ ‘주홍별 봄맞이꽃’ 등의 제목으로 출간됐다. ‘스팸어랏’을 연출해 한국식 유머에 능통한 데이비드 스완이 연출했다. 배우 박건형은 스완이 “그냥 퍼시”라고 칭찬할 정도로 몸에 꼭 맞는 옷을 입은 듯 자연스럽게 연기하고, ‘완득이’에 이어 두 번째로 주연을 맡은 신예 한지상 역시 능청스럽고 뻔뻔한 역을 제대로 소화하며 ‘핫(Hot)지상’이란 별명을 얻었다. 공연은 9월 8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계속된다. 1577-3363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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