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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은 책방> 헌책방 열었더니…갖가지 사연 만발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사람, 우정, 기쁨
[북데일리] “우리는 서로를 발견하기 위해 책을 읽고 이야기를 한다.” (p373)

<빅스톤갭의 작은 책방>(책세상. 2013)은 ‘독사 굴’ 같은 직장과 도시 생활을 떠나 탄광촌에 헌책방을 연 중년 부부의 실제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웬디 웰치’와 ‘잭 벡’ 부부는 ‘언젠가’ 헌책방을 운영하는 것이 꿈이었다. 그들은 버지니아 주 애팔래치아 산맥이 자리한 작은 산골 마을 빅스톤갭으로 여행을 떠났다가, 그곳에 헌책방을 열기로 하면서 예기치 못한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된다.

헌책방이 자리를 잡기까지 좌충우돌 그들 부부가 겪는 이야기는 유쾌하고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인구 5천 명 정도의 그 마을에 책방을 열려고 한다는 말에 모든 사람들의 반응은 똑같았다.

“책방이요? 미쳤군요!” (p17)

마을 사람들은 책방 하나 없는 마을에 헌책방이 생긴다는 것을 반가워하면서도 뒤에서는 일 년도 안돼 망할 거라고 수군댄다. 또한 폐광으로 경제가 무너진 작은 마을 특유의 폐쇄성과 배타성, 그리고 ‘이렇게 별 볼일 없는 곳에 기어들어 오다니 당신들도 별 볼일 없는 사람들이다’와 같은 냉소주의도 부부를 힘들게 한다. 그들은 개업 날을 제외하고는 고전을 면치 못한다. 책방의 존재가 너무 알려지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새로운 손님을 늘리기 위해 시작한 작은 모임들은 헌책방을 마을의 문화회관 같은 장소로 만들어준다. 글쓰기 모임, 뜨개질 모임, 소규모 콘서트는 이렇다 할 문화 활동을 할 수 없었던 마을에 활력을 불어 넣어주고, 책방은 어느덧 마을 사람들의 사랑방 같은 곳이 된다. 헌책방이라는 장소가 지니는 특성 때문에, 책방에는 가지각색의 사연을 지닌 사람들이 모여든다. 소중한 이가 세상을 떠난 사람들, 연인이나 배우자와 이별한 사람들이 책을 기증하거나 팔기 위해 그들을 찾아오고, 그곳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며 마음의 상처를 치유 받는다.

책방은 점차 마을의 온갖 사연을 함께 나누는, ‘술 대신 책으로 마음을 달래는 선술집’과도 같은 곳이 되어간다. 그들 부부는 이렇게 서서히 마을의 주민으로 받아들여지고, 그들의 책방은 어느덧 빅스톤갭에서 없어서는 안 될 명물로 자리 잡게 된다. 눈이 많이 내린 12월의 어느 날, 한 손님이 그들 부부에게 선물하고 간 최상급 싱글몰트 위스키에는 이런 쪽지가 붙어 있었다.

“친애하는 잭과 웬디, 당신들이 나타나기 전에는 우리가 뭘 하고 지냈는지 모르겠어요! 우리 마을에서 제일 귀한 보물을 위해 보물 사냥 좀 해봤어요. 맛있게 드세요!” (p434~p435)

책쟁이들이라면 이 책 또한 유쾌하게 읽을 수 있다. 또한 ‘언젠가’ 헌책방을 열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들 부부의 성공비법을 통해 실질적인 도움을 얻을 수도 있다. 특히 책의 말미 ‘헌책방 주인의 추천 도서 목록’으로 <분노의 포도>, <허영의 시장>과 같은 고전과 아직 국내에 번역되지 않은 작품들도 다수 소개되어 있어 애서가들에게 반가움을 전한다. 또한 글쓰기 모임의 회원들이 뽑은 ‘명작 반열에 오르지 말았어야 할 명작 10선’도 웃음을 자아낸다. <모비딕>과 <북회귀선>이 그 리스트에 올라있고, <안나 카레니나>에 대해서 한 회원은 말한다.

“이렇게 길게 쓸 필요는 없었잖아요. 세 페이지면 충분했을 텐데.” (p414)

누군가에겐 삶을 바꾸고 눈을 뜨게 만든, 인생 여정에 지표가 될 작품이 다른 누군가에겐 억지로 해치운 학교 과제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걸 보여주는 예다. 이 책도 그렇다.


[북데일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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