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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김형곤> 강만수 · 윤증현 · 현오석의 ‘3色 존재감 ’
존재감은 그냥 살아나는 것이 아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지만 역시 자리는 사람이 만드는 것이다. 오히려 낮은 기대에서 출발한 현 부총리가 보기좋게 상황을 역전시킬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 싶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부총리 내정 직후 바로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을 찾았다. 여의도에 위치한 尹경제연구소를 방문한 현 부총리는 윤 전 장관에게 이런저런 자문을 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장관은 이 자리와 관련해 이후 지인들에게 현 부총리가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출신의 거시적인 안목을 바탕으로 정책과 조직을 잘 꾸려 가실 걸로 기대한다고 말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런 현 부총리가 불과 취임 4개월여 만에 존재감이 없다며 연이어 언론과 정치권의 공세에 휩싸였다.

경제부 기자 시절 지근거리에서 겪어본 세 분 장관의 스타일은 완전히 다르다.

MB정부 시절 초대 재정부 장관을 지낸 강만수 전 장관은 주관이 고집스러울 정도로 뚜렷하다. 경제와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는 명확한 설정을 갖고 있다. 그래서 많은 역풍에 직면하기도 했다. 성장 우선이자 고환율 예찬론자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 일부 경제기획원 출신의 반대를 묵살하고 재정의 조기투입을 강행, 결과적으로 성공적인 위기 탈출을 이끌기도 했다. 숱한 경질 압박에 현직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오히려 산업은행장 시절 종전의 행장들이 하지 못한 여러 시도를 펼치면서 재평가를 받았다.

윤증현 전 장관은 노련한 쪽에 속한다. 꼬인 현안을 주로 정면돌파하는 스타일이다. 언변도 뛰어나 상대방을 달래는 능력이 탁월하다. 늘 주변 얘기를 경청하려 한다. 솔직함도 무기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성장률을 -2%로 발표하는 뚝심을 보였다. 결국 그해 0.3% 성장을 달성, 전화위복이란 어떤 것임을 보여줬다. 한국 경제를 늘 삐딱하게 분석하기로 유명했던 파이낸셜타임스(FT)는 당시 한국 경제에 대해 ‘교과서적인 회복(textbook recovery)’이라는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그리고 할말은 하는 관료로 통했다.

현 부총리는 시작부터 이들과는 다르다. ‘올드보이’ 강만수라는 사람의 귀환에 대한 궁금증과 경계감, 윤증현에 거는 큰 기대 같은 것은 현 부총리에게는 애초에 없었다. 일단 바닥수준에서 시작한 셈이다. 경력도 많이 다르다. 행정고시 14회인 현 부총리가 재정부에서 주무국장을 제대로 맡은 건 1998년부터 1년 조금 더 한 경제정책국이 유일하다. 그래서 기존의 스타일로는 존재감이 나올 수 없는 상황이었다. 온화한 미소와 낮은 톤의 목소리는 오히려 자신감이 없는 것으로 비쳐지기도 한다.

현 부총리는 지난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보이려고 왔다. (기자들의) 안경을 닦아드려야 하는 건지…”라며 말을 꺼냈다. 각종 현안을 챙기고 경제 살리기에 매진하느라 동분서주인데 너무 몰라준다는 항변인 셈이다.

자신에 대한 언론과 정치권의 굴절된 시각을 바로잡는 것은 온전히 현 부총리의 몫이다. 존재감은 그냥 살아나는 것이 아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지만 역시 자리는 사람이 만드는 것이다. 오히려 낮은 기대에서 출발한 현 부총리가 보기좋게 상황을 역전시킬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 싶다.

kimh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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