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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영훈중 사태, 학벌만능 우리 사회의 자화상
영훈국제중학교 입시비리 사건 검찰 수사 결과가 참담하다. 성적을 조작해 특정학생을 입학시켰고, 추가 합격 대가로 학부모들에게 수천만원의 금품을 받았다고 한다. 더욱이 이를 주도한 사람은 이 학교 이사장과 교감, 행정실장 등 핵심 관계자들이었다. 학교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입시장사를 한 것이다. 더러 예체능계 대학 실기 전형 과정에서 비리가 있긴 했지만 초등학교 졸업생이 그 대상이 된 것은 초유의 일이다. 이번 사태가 충격적인 이유다.

검찰이 밝힌 비리 수법은 일반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우선 전체 지원자 3분의 1 이상인 900명가량의 성적을 조작했다. 더 놀라운 것은 특정 지원자를 봐 주는 것도 모자라 합격권에 든 사회적 배려자 전형자를 고의로 불합격시켰다는 점이다. 어려운 환경에서 열심히 공부해 국제중 입학을 꿈꾸다 영문도 모른 채 탈락한 짓밟힌 동심을 어떻게 달래줘야 할지 얼굴이 뜨겁다. 어쩌다 우리 교육이 이 지경까지 왔는지 모두가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국제중학교는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고 조기 유학 수요를 흡수한다는 게 설립 취지다. 그러나 이 같은 취지는 변질된 지 이미 오래다. 그저 입시 성적이 좋은 귀족학교일 뿐이라는 게 일반적 시각이다. 실제 영훈국제중과 대원국제중은 입학생의 절반 이상이 이른바 강남 3구 출신이며 성적도 좋았다. 졸업생의 70% 이상이 외국어고, 과학고 등에 진학하는 실적을 보이고 있다. 결국 국제중은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한 일부 부유층들의 중간다리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국제중은 더 이상 존재할 이유와 명분이 없다. 수월성 교육이 어느 정도 필요한 것은 인정하지만 이런 식이라면 곤란하다. 그럴 바에야 일반 중학교로 당장 전환하는 것이 맞다.

서울시교육청은 영훈중 문제가 불거지자 이 학교 이사 전원의 승인을 내주지 않고 부정입학자의 합격을 취소키로 했다. 또 2015년부터 전형방식을 지금처럼 서류로 하지 않고 추첨으로 하겠다고 한다. 이 역시 영재를 키운다는 설립 목적과 거리가 멀다. 국제중 폐지를 포함한 제도 자체의 근본적인 개혁과 수술이 불가피하다.

영훈중 파문은 따지고 보면 학벌 만능주의가 낳은 일그러진 우리의 자화상이다.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런 학부모의 약점을 파고들어 국제중 관계자들이 부정을 저지른 것이다. 학벌주의에 대한 사회적 인식변화가 없는 한 제2, 3의 영훈국제중 사태는 또 일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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