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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윤재섭> 원전비리 발본색원,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공무원이나 공기업인이 갖춰야할 덕목은 국가의 미래가 자신의 손에 달려있다는 굳은 믿음, 청렴한 정신이다. 드러난 한수원의 비리는 이미 도를 넘었다. 일벌백계한다는 각오로 비리를 과감히 도려내야 한다.



김종신 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냉각수 등 원전 용수 처리 설비를 공급 관리하는 용역업체로부터 1억여원에 달하는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지난주 말 구속됐다. 김 전 사장은 2007년 4월 한수원 사장을 맡아 지난해 5월까지 무려 5년간 근무한 최장수 재직기록의 최고경영자(CEO)로 지난해 5월 고리1호기 단전 사고 은폐가 드러나 물러나기 전까지 전문성을 갖춘 CEO로 지목받았다. 때문에 그의 구속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CEO의 전문성 유무를 떠나 조직은 언제나 썩을 준비가 돼 있다’는 선인들의 가르침이다.

김 전 사장의 구속으로 한수원은 말단 대리에서부터 중간간부인 부장, 책임자급의 본부장에 이르기까지 조직원 전체가 뇌물수수로 구속되는 사태를 맞게 됐다. 한 마디로 뇌물 잔치를 벌이던 조직 구석구석이 만천하에 드러나게 된 셈이다. 오죽하면 수사를 맡고 있는 검찰 입에서 “수사하면 할수록 고구마 줄기처럼 계속 나와 도대체 어디까지 파야 할지 모를 지경”이라는 말이 튀어나왔을까.

검찰은 원전 부품의 시험성적서가 대거 위조되고 불량 부품이 무더기로 납품되는 등의 한수원 비리가 김 전 사장 재임기간 중에 집중적으로 이뤄진 점에 주목하고 김 전 사장 주변인물을 중심으로 수사 대상을 넓히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검찰 안팎에서는 이번 수사가 이명박정부의 권력형 비리로 번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원전 부품 비리가 2008년 이명박정부 출범을 전후해 집중됐다는 점, 김 전 사장이 2010년 4월 한수원 사상 처음으로 연임에 성공해 정부 실세의 지원이 있었을 것이라는 점 등 그간 의혹이 적잖았기 때문이다.

배경이야 어쨌든 검찰은 발본색원의 자세로 한수원의 비리를 끝까지 추적해 밝혀내야 한다. 한수원의 비리는 일개 기업이나 조직에 누를 끼치는 행위에 그치지 않고, 5000만 국민의 안위를 걸었던 위험천만한 도발이었기 때문이다.

법원이 뇌물비리에 연루된 한수원 직원들에게 잇달아 중형을 선고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법원은 한수원 고리원자력본부 계측제어팀장으로 근무하면서 협력업체로부터 억원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허모 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6년에 벌금 1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앞서 지난달 13일에는 고리원자력본부 제2발전소 기계팀장 김모 씨에게도 같은 혐의로 징역 8년에 벌금 1억2000만원, 추징금 4억2400여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공기업이나 준정부기관 임직원도 뇌물죄를 저질렀을 경우 공무원 뇌물죄로 처분할 수 있다”며 이들을 상대적으로 형이 낮은 배임수재 대신 뇌물죄를 적용했다.

다들 어렵다지만 공기업은 여전히 철밥통으로 통한다. 들어가기는 쉽지 않지만 일단 발을 들여놓으면 정년까지 보장받을 수 있다는 뜻에서 나온 말이다. 철밥통 공기업인이 일반 기업인과 달리 꼭 갖춰야할 덕목은 공무원과 마찬가지로 직업윤리와 사명감이다. 국가의 미래가 자신의 손에 달려있다는 굳은 믿음, 청렴한 정신이다. 드러난 한수원의 비리는 이미 도를 넘었다. 일벌백계한다는 각오로 비리를 과감히 도려내야 한다. 공직인들이 초심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도록 법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 

i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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