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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재곤의 스포츠 오딧세이> 서울 시립빙상장 건립 재추진을
한 겨울 이른 아침부터 엄마와 아이는 길을 나선다. 뜨거운 국물에 든든히 아침밥을 먹였건만 아이는 추위 앞에 어쩔 줄을 몰라 한다. 괜스레 생고생을 시키는 것은 아닌지 엄마 속은 타들어 갔다. 그렇게 어르고 달래서 도착한 곳이 스케이트장이다.

엄마의 숙련되고 화려한 손놀림에 맞춰 신발 끈이 단단히 매진다. 아이는 또래 아이들과 눈인사를 나눈 후 아까와는 달리 얼굴에 생기가 돈다. 마음이 더욱 바빠진다. 레슨받기 전에 뜨끈한 어묵을 먹어야 했다. 꼬챙이에 꽂힌 어묵과 국물을 호호 불어가며 맛나게 먹고 난 후 쏜살같이 빙판을 지치며 아이는 무리 속으로 사라진다. 벌게진 얼굴근육을 움직이며 엄마는 아이의 뒷모습에 대고 소리친다. 파이팅! 그러고도 한참을 그 자리에 서서 스케이트 타는 모습을 주시한다. 엄마의 발은 이미 꽁꽁 얼어붙었다. 조금만 더 스케이트장 기온이 올라갔으면 그리고 빙판의 질도.

빙상가족들에게는 지극히 익숙한 경험이리라. 김연아 역시 오래된 경험자였다. 그래서 오세훈 전시장에게 ‘시립빙상장’을 만들어 달라는 부탁을 하기에 이르렀다. 디자인 서울의 성과에 천착하면서 향후 정치구도와 맞물린 시점의 제안은 결국 화답으로 이어졌다. 연이어 유치전에 뛰어든 4개 자치구(區) 중 노원구가 낙점됐고 2014년 완공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였다.

정치는 생물이라고 했던가. 판이 바뀌었다. 시대의 요구에 부흥하지 못한 오 시장은 낙선의 고배를 마시고 새롭게 박원순 시장이 당선됐다. 연이어 건립에 대한 타당성 여부가 재론되었다. 결론은 시립빙상장의 준공이 무산되고 대신 종합실내체육관으로 용도가 변경되어 검토 중이라는 내용이다.

불요불급한 전시행정을 차단하려는 시정(市政)은 옳은 행위다. 다만 반대하는 이유가 선명해야하며 설득력 있는 대체 안이 함께 제시되어야만 전임자의 흔적을 지우려 한다는 오해에서 벗어날 수 있다. 노원구에 건립이 어렵다면 다른 구에 제안을 해서 참여여부를 질의하고 해당주민과의 논의를 거치는 타당성조사가 이루어졌어야 했다. 내내 찬성하던 공무원조직이 수장이 바뀌었다고 소신을 굽히는 일이 반복되면 그 사회는 후진국이나 다름없다. 무슨 일이든 성과가 나려면 건설적인 비판세력이 지근거리에 있어야만 가능하다.

박세리 키즈들의 활약상을 보면서 우리가 얼마나 흐뭇해하고 있는가. 대한민국에서 인적자원만큼 더 중요한 것이 또 있을까 싶다. 빙상장이 1000개가 넘는 일본은 아직도 김연아의 아성에 도전장만 내밀고 있다. 하지만 빙상장의 숫자로만 보면 우리는 처음부터 금메달 획득을 바라지 않는 것이 이치에 맞다.

발상을 전환하면 방법은 있다. 기업에게 네이밍(Naming·구장명명권)스폰서십을 제안해보자는 것이다. 시(市)는 부지를 대고 기업은 건설비용을 부담하면서 빙상장 이름도 가져가고 수익도 창출하고 고용효과도 유발하면 서로 간에 이득이지 않은가. 다가올 평창올림픽을 대비해서라도 다목적 빙상장 건립은 필요한 일이다.

칼럼니스트/aricom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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