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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김형곤> 2013년 박근혜정부의 모피아와 관료 논란
국가경쟁력이 19위인 데 반해 금융경쟁력은 고작 71위인 한국 금융의 현주소에서 관치라는 용어가 나온 것만으로도 금융인들의 가슴은 먹먹하기만 하다. 지금이 1997년 외환위기나 2003년 카드사태 때가 아닌데도 말이다.


국민소득 3만달러를 향해 달려가는 2013년 초여름에 신문지상을 뜨겁게 달구는 두 단어가 있다.

바로 ‘모피아’와 ‘관치’다. 모피아하면 관치가 연상되고, 관치하면 금융이다. ‘관치금융’이란 말은 있어도 ‘관치제조’란 말은 없다.

재무부 출신을 지칭하는 모피아는 재정경제부(MOFEㆍMinistry of Finance and Economy)와 마피아(MAFIA)의 합성어다. 옛 재무부 출신들이 마치 마피아처럼 세력을 형성해 경제ㆍ금융계를 장악하는 것을 빗댄 표현이다. 파워, 끈끈함, 추진력이 특징인데 독선적, 폐쇄적이란 말도 뒤따른다.

관치금융이란 정부가 금융을 지배하는 것을 뜻한다. 모피아와 관치, 두 단어 모두에 일단 부정적 의미가 깔려있다.

이런 단어가 최근 금융기관 수장들이 물갈이 되는 과정에서, 또 그런 와중에 나온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의 “좋은 관치도 있다”는 언급에 새삼 도마위에 올랐다. 조 수석의 이번 언급은 2003년 LG카드 사태 때 김석동 당시 금융감독위원회 국장이 “관(官)은 치(治)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발언 이후 관치와 관련한 두 번째 어록쯤 될 듯하다.

모피아에도 그들 나름의 계보가 있다. 재무부 출신이라고 다 모피아는 아니라는 얘기다. 옛 재무부의 이재국장이나 금정과장 정도는 거쳐야 한다.

‘이헌재 사단’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이헌재 전 부총리를 비롯해 나란히 산업은행 총재를 지낸 정건용ㆍ유지창 씨 등이 앞선 세대라면 MB정부 때 재정부 장관과 금융위원장을 각각 지낸 강만수ㆍ윤증현ㆍ김석동 씨가 다음 세대로 꼽힌다. 이어 변양호 보고펀드 대표, 최중경 전 경제수석,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 등으로 바통이 이어져 현 정부에선 행정고시 24회 동기인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임종룡 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내려간다. 그 밑으로 따진다면 행시 기준으로 27회 정도까지가 될 것이다. 따라서 모피아도 사실상 끝물로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창조’를 기치로 내건 박근혜정부에서 유독 금융엔 ‘창조’자가 붙지 않는다. 아직도 관치란 표현이 따라다닐 정도다. 이는 어찌 보면 현 정부의 태생적 한계일지도 모른다. 금융에 대한 비전이나 청사진 제시가 애초에 없었고 육성보다는 규제나 (소비자)보호에 치중했다. 금융을 ‘공공재’나 ‘보조’의 성격으로 보는 경향도 컸다. 세수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현 정부에서 은행 민영화도 큰 숙제다. 결국 토양 자체에 관치가 개입할 소지가 적지 않은 셈이다.

물론 관치에도 순기능은 있다. 예컨대 은행이 주주 가치만을 위해 단기 수익성에 집착, 주택담보대출 등에 치중하면서 전체 금융시장 안정이나 서민금융으로 유도하려는 정부 개입에 대해 ‘관치 금융’이라며 거부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하지만 국가경쟁력이 19위인 데 반해 금융경쟁력은 고작 71위(2012년 세계경제포럼 144개국 조사)인 한국 금융의 현주소에서 관치라는 용어가 나온 자체만으로도 금융인들의 가슴은 먹먹하기만 하다. 지금이 1997년 외환위기나 2003년 카드사태 때가 아닌데도 말이다. 

kimh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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