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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기억과 기록
사람의 기억은 시간이 흐르면서 희미해지고 잊히게 마련이다. 사람은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는 속성이 있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는 이 사건과 저 사건이 뒤섞이면서 그 실체가 변형되기도 한다. 반면 기록은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이 과거를 생생하게 되살려준다. 물론 기록자의 의도에 따라 변형이 이뤄질 수도 있지만, 기록은 지속적인 반성과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역사학의 아버지 헤로도토스(기원전 484~425년)가 최초의 역사서인 ‘역사’라는 책을 쓴 것은 기억의 휘발성ㆍ가변성과 기록의 영구성을 인식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반평생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를 여행하면서 수많은 사람을 만나 인터뷰하고 그들의 기억을 되살려 2500년 전의 방대한 역사, 특히 동서양이 처음으로 정면충돌한 페르시아 전쟁의 실체를 복원했다. 그것이 불멸의 ‘역사’다. 이에 힘입어 제왕 다리우스의 불타는 정복욕과 비참한 최후, 그리스 민주주의의 힘을 역사의 교훈으로 간직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도 빛나는 기록의 역사가 있다. 이번에 충무공 이순신의 ‘난중일기’와 ‘새마을운동’ 기록물이 유네스코의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것은 한국 기록문화의 저력을 일깨워준 쾌거다.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고려대장경’ ‘일성록’ ‘광주민주화운동’ 관련 기록물을 포함해 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많고,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은 11건의 세계기록유산을 보유하게 됐다.

현대인은 어떠한가. 인터넷과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아찔한 속도의 삶,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지만 정작 삶에 필요한 기록에는 소홀하지 않은지 되돌아볼 일이다. 바쁜 현대인에게 자신을 성찰하는 최고의 수단인 기록의 중요성은 더 큰 셈이다.

이해준 문화부장/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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