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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혼식(混植)
예전에는 감자와 콩을 한 밭에 한 이랑씩 번갈아 심었다. 감자 수확철인 7월이 되면 정글처럼 번성한 콩 사이를 비집고 감자를 캐내기가 쉽지 않았다.

호미를 잘못 쓰다간 콩과 감자에 상처를 낼 수 있다. 따라서 난마처럼 얽힌 콩 줄기를 두 손으로 들어올려 팔 위에 받친 뒤 감자의 예상 생육지역을 ‘주변부터 중심으로’ 조심스럽게 파 들어가야 한다. 땡볕, ‘콩 정글’과의 사투 속에서 감자 캐기가 이토록 어려웠던 만큼 배고픈 시절 밥을 대신하던 감자의 맛은 참으로 달콤했다. 콩과 감자를 함께 심는 이유는 공생관계이기 때문이다. 콩류 식물의 뿌리에 들어온 뿌리혹박테리아는 감자 등 이웃 작물의 잉여 영양분으로 살아가고, 그 대신 뿌리의 생장에 큰 도움을 주는 질소를 감자 등에게 제공하는 식이다. 콩이 제공한 유기질소는 감자가 쌀보다 품질 좋은 단백질을 갖는 비결이기도 하다. 이처럼 섞어심기는 식물과 수만년 인연을 맺는 과정에서 얻어낸 지혜의 소산이다. 배추와 대파, 토마토와 부추, 고구마와 옥수수를 같이 심는 것도 토양 미생물의 활성화를 유도해 건강한 농산물을 수확하고 토질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요즘 기업형 농업에는 하나의 식물을 심은 뒤 비료와 농약을 치고 기계로 수확하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하면 뿌리혹박테리아 등 토양 미생물 상당수가 죽는다고 한다.


요즘 중국이 화학비료의 남용으로 ‘카드뮴 오염 쌀’ 논란이 일면서 대대적인 토양 오염 조사에 나서는 등 난리법석이다.

‘제 땅에서 산출된 것만이 우리 몸에 맞는다’는 신토불이(身土不二)가 제대로 되려면 제 땅을 제 땅답게 가꾸는 일을 먼저 해야 한다.

함영훈 미래사업본부장/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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