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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함영훈> 중국 ‘카드뮴 쌀’ 사태와 한국 콩밭의 뿌리혹 박테리아
[함영훈 미래사업본부장] 수십년전까지 강원도에서는 감자를 심을 때 이랑 사이사이에 콩을 심어 두었다. 해마다 감자 수확철인 7월이 되면, 콩은 결실을 향해 치닫는 최대 번성기를 맞고, 뿌리작물인 감자의 줄기는 충분히 익으면서 말라버리는 바람에, 정글같은 콩 사이에서 감자를 캐내기가 쉽지 않았다.

호미를 잘못 쓰다간 콩 줄기를 다치게 하거나, 땅속에 있는 감자에 상처를 낼 수 있다. 따라서 호미질은 난마처럼 얽힌 콩의 줄기를 두 손으로 들어올려 팔 위에 받친 뒤, 콩 뿌리를 건드릴 위험지역을 피해 감자의 예상서식지를 ‘주변부터 중심으로’ 조심스럽게 파들어가는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7월 땡볕아래 ‘콩 정글’ 속 감자캐기가 이토록 어려웠던 만큼, 배고픈 시절 밥을 대신하던 감자의 맛은 참으로 달콤했다. ‘아차‘ 하는 실수로 호미자국이 난 감자는 썩혀 말린뒤 가루를 빻아 감자떡을 해먹었다. 미국에서는 비용 대비 최대 영양소를 가진 식재료라고 한다.

감자와 콩을 함께 심는 이유는 서로 공생관계이기 때문이다. 콩류 식물의 뿌리에 들어온 뿌리혹 박테리아는 감자 등 이웃 작물의 잉여 영양분으로 살아가고, 그 대신 뿌리의 생장에 큰 도움을 주는 질소를 감자에게 제공하는 식이다. 콩이 제공한 유기질소는 감자가 쌀 보다 품질 좋은 단백질을 갖는 비결로도 작용한다.

이 처럼 섞어심기는 식물과 수만년 인연을 맺는 과정에서 얻어낸 지혜의 소산이다. 배추밭에 대파를 심거나, 토마토와 부추를 같은 밭에서 기르고, 고구마밭 주변에 옥수수를 드문드문 한 줄 씩 심는 것도 토양미생물의 활성화를 유도해 건강한 농산물을 수확하고, 토질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요즘 기업형 농업에는 이같은 섞어심기를 발견하기 어렵다. 하나의 식물을 심은 뒤 비료와 농약을 치고 기계로 수확하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하면 뿌리혹 박테리아 등 토양미생물 상당수가 죽는다고 한다. 유기물이 많고 미생물이 잘 살고 있어야 흙은 습기를 보존하면서 배수도 원활하게 하는 ‘떼알구조’를 유지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요즘 중국이 비료 때문에 난리다. 경지면적은 세계 8%인데, 비료는 35%가량 쓰는 비료 농약 남용국이다. 최근 화학비료의 무분별한 사용으로 ‘카드뮴 오염쌀’ 논란이 일면서 대대적인 토양오염 조사에 나선 상황이다.

‘제 땅에서 산출된 것만이 우리 몸에 맞는다’는 신토불이(身土不二)가 제대로 되려면, 제 땅을 제 땅 답게 가꾸는 일을 먼저 해야 한다. ‘전쟁의 무기’로 비유되는 농산물은 국민의 건강과, 그 토양은 나라의 지속가능한 강건함과 직결된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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