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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전창협> 그해 겨울
군 얘기를 꺼내는 것은 가산점 논란 때문이다. 최근 국방위 소속 여당의원들이 가산점을 2% 수준으로 낮추고 정원 외로 추가합격시키는
안을 내놓으면서 해묵은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푸른 옷에 실려 버린’ 청춘의 시간에 대해 보상이 필요하다.



9월에 내린 첫눈은 이듬해 4월까지 이어졌다. 폭설에 감흥은커녕 하늘발 ‘쓰레기’를 언제 치우지 하는 한숨만 나왔다. 겨울이면 온도계가 영하 20도를 가리키는 것은 늘 있는 일, 체감온도는 얼마나 됐을까? 몇 천원이었던 월급, 하루 200원인지 300원지 했던 생명수당과 담배 열 개비. 이유나 알았으면 좋으련만 끝내 알길 없었던 선임자들의 상습구타. 1983년 입대 첫 해 강원도 최전방 소대, ‘그해 겨울’ 풍경은 그랬다.

1985년 겨울 제대할 때도 달라진 건 크게 없었다. 그나마 구타에 대한 감시가 강화돼 ‘맞은 것만큼 때리지 못하고’ 제대를 했다. 무엇보다 달라지지 않은 건, 군대는 ‘갈 사람은 가고, 안 갈 사람은 안 가는 곳’이란 점이었다. 동년배도 비슷했을 체험이다.

가난한 지방 소도시 출신인 필자 주위에는 대부분 현역 군복무를 했다. 그러나 대학과 사회생활을 하게 되면서 군에 가지 않은 ‘멀쩡한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다.

1000m가 넘는 고지에서 낮에는 쓰레기인 눈을 치우고, 밤새 삭풍 속에 경계근무를 했던 그해 겨울. 그들은 무엇을 했을까? 답은 어렵지 않다. 실제로 복무가 어려웠던 사람을 빼곤 대학을 다니거나, 취업준비를 하는 데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그들 중에는 공직자 청문회 자리에 앉았거나, 국회의원이 되기도 했다.

‘군에 가면 사람이 된다’고 하지만 필자는 이미 ‘사람이 된 상태’에서 군복무를 시작해서인지, 군대에서 배운 건 거의 없다. 그렇다고 무슨 대단한 애국심이 있었던 건 아니다. 가야 하니 간 것일 뿐이다. 세상 나와 깨우친 건, 군복무를 한 만큼 손해를 봤다는 것이다.

세상에 재미없는 군 얘기를 꺼내는 것은 가산점 논란 때문이다. 그나마 군복무자에 대한 혜택이었던 가산점 제도가 1999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결정이 난 뒤 없어졌다. 여러 차례 가산점을 낮춰 헌재의 결정도 존중하면서 군복무에 따른 기회손실을 보상해주자는 법안이 제출됐다. 하지만 여성이나 장애인에 대한 불평등 등 반대논리로 입법화가 번번이 무산됐다.

최근 국방위 소속 여당의원들이 가산점을 2% 수준으로 낮추고 정원 외로 추가합격시키는 안을 내놓으면서 해묵은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당장 가산점이란 용어 자체가 문제다. 점수를 더 준다는 점에서 형식적으로 맞는 용어지만 손실에 대한 보상이란 차원으로 보면 뭘 보태주는 건 절대 아니다. 학업이나 사회활동에서 군복무자보다 3년 정도는 앞서가고, 평생 좁혀지지 않는다. 때문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군복무 기간 중 취업이나 학업기회가 박탈된 것에 대한 폭넓은 손실보상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가산점에 초점을 맞추다보면 공직응시자만을 위한 ‘혜택’으로 비춰질 수 있다. 때문에 혜택이 아니라 보상 차원에서 기왕에 논의되고 있는 군복무 기간에 따른 정년연장이나, 경력에 포함시키는 등 광범위한 보상책을 현실화시켜야 한다. 인생의 가장 소중한 20대, ‘푸른 옷에 실려 버린’ 청춘의 시간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보상이 필요하다. 모병이 아닌 징병제 국가, 남북이 대치한 나라에서는 당연한 얘기고 국가의 의무이기도 하다. 

jlj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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