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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루키의 즐거운 감성 인생
에세이 집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에세이를 연재하다보면 ‘꼭 쓰게 되는’ 토픽이 몇 가지 나온다. 내 경우, 고양이와 음악과 채소이야기가 아무래도 많다. 역시 좋아하는 것에 대해 쓰는 것은 즐거우니까. 기본적으로 싫어하는 것, 좋아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되도록 생각하지 않기로, 쓰지 않기로 마음먹고 있다. (중략) 여자도 꽤 좋아하지만, 여자에 대해 쓰기 시작하면 뭔가 곤란한 얘기도 나오므로(하고 슬쩍 뒤를 돌아본다), 아무래도 제한이 있다. 그런 점에서 채소는 마음 편하고 좋다." (p212, '제일 맛있는 토마토' 중에서)



[북데일리] 무라카미 하루키가 신작 에세이로 돌아왔다.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비채. 2013)는 여성 패션 주간지 <앙앙>에 연재한 52편의 글을 묶은 것이다.

전작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에 이어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라니, 제목부터 특이하다. 그 의문은 첫 번째 글 ‘잊히지 않는다, 기억나지 않는다’를 통해 바로 이해할 수 있다. 그는 연재를 시작하기 전 대충 오십 개 정도의 토픽을 준비해두기 때문에, 얘깃거리가 없어서 곤란한 일은 없다고 한다.

“다만, ‘그래, 이것도 써야지’하고 새로운 토픽이 떠오르는 것은 어째선지 꼭 잠들기 직전일 때가 많아서, 그것이 내게는 약간 문제다. 물론 생각났을 때 바로 메모해두면 좋겠지만, 졸리기도 하고(졸리지 않은 밤은 내게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만큼이나 드믈다), 베갯머리에 필기구 같은 건 두지 않기 때문에, 아, 됐어, 하고 그대로 잠들어버린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눈을 떴을 때는 무얼 쓸 생각이었는지 까맣게 잊어버린다.“ (p12)

그가 소설가가 되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이유도 매우 인간적이다. 우선, 날마다 출퇴근을 하지 않아도 되고 회의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더불어 소설가가 된 기쁨을 절실히 느낄 때는 솔직하게 “모릅니다”라고 말할 수 있을 때라고 한다. 방송 패널이나 대학교수와 달리, 소설가에게 무지는 특별히 부끄러운 게 아니라며, 아무것도 몰라도 소설만 재미있게 쓰면 그만이라고 말한다. 심지어 “그런 것 하아아나도 몰라요” 하고 자랑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그것만으로도 수명이 오년 반 정도 늘어날 것 같다고 한다.

그가 소설가가 된 지 삼십 년도 더 되는 시간 동안 많은 편집자들과 일해 왔는데, 그 중 몇몇 특이한 편집자 이야기가 코믹하다.

한번은 방에서 일을 마무리하는 동안 편집자를 거실에서 기다리게 했다. 일을 마치고 ”많이 기다렸어요“하며 거실로 나오니, 그는 진지한 눈길로 내 아내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인가 했더니, 그 사람은 손금을 보는 것이 취미였다. 그래도 일단 필자가 방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그동안 그 집 사람의 손을 잡고 있다니. 심장에 좋지 않다고! (p134~p135, ‘컬러풀한 편집자들’중에서)

그는 해마다 한 차례씩 철인3종 경기에 나간다. 호놀룰루에서 매년 5월경에 열리는 경기에도 나간 적이 있는데, 마음에 안 드는 것은 종아리에 펜으로 나이를 적는 것. 지금은 모르지만 몇 년 전까지는 그랬다고 한다. 나이별로 스타트할 때 삼십대 초반에는 앞쪽이었지만, 점점 밀려나 지금은 제일 마지막 줄에 서게 됐다. 하지만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경기 전날, 준비물을 챙기는 일은 소풍 전날 초등학생처럼 설레고 즐거운 일이라고 한다.

“나이 먹는 것을 여러 가지를 잃어가는 과정으로 보는가, 혹은 여러 가지를 쌓아가는 과정으로 보는가에 따라 인생의 퀄리티는 한참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뭔가 좀 건방진 소리 같지만.” (p115, '즐거운 철인3종 경기‘중에서)

책은 이 외에 여행, 작가, 영화, 그림 이야기까지 다양하게 등장한다. 책을 읽고 나면 그의 일상과 솔직하고 독특한 생각을 알게 된다. 대부분 그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쓴 글이다 보니 독자들도 즐겁고 유쾌하게 읽을 수 있다. 그가 좋아한다는 고양이, 음악, 채소, (그리고 달리기). 소소한 일상을 통해 인생을 즐기며 사는 그의 여유가 부럽다. 작가에게 부탁하고 싶다. 잠들기 직전에 떠오른 글감들을 꼭 메모해 두라고. 그의 고정 팬이라면 잠과 함께 묻혀 버린 그의 또 다른 글들도 보고 싶을 것이기 때문이다.


[북데일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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