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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먼지에 불과한 코러스걸 페기는 내 얘기”
데뷔 10년만에 첫 주연…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정단영
노력에 대한 보상받았단 생각에
연습때도 공연때도 감격 또 감격

앙상블서 주인공 차지 흔치않아
후배들 ‘희망’되려고 쉼없는 노력
무대뒤 남경주 선배 격려 큰 힘



“넌 너만의 페기 소여가 아니라, 우리 앙상블을 대표한다고 생각해. 앞에 나가서 네가 뭘 할 수 있는 지 보여줘.”

브로드웨이 스타가 꿈인 시골 출신 페기는 뮤지컬에서 ‘먼지에 불과한’ 코러스 걸이다. 톱 배우 도로시가 부상을 입는 천우신조의 기회로, 주역을 차지한 페기는 공연 직전 떨리는 마음에 초조해하지만, 동료들이 하는 격려의 말에 힘을 얻는다. 다음달 30일까지 서울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의 한 토막이다.

페기 소여역의 정단영(31)은 늘 이 대목에서 목이 멘다. 연습 때 자주 울었고, 언론을 상대로 한 미디어콜에서도 눈물을 내비쳤다. 그런데도 지난 11일 개막부터 8차례 공연하는 동안 매번 감격해하는 순간이다.

“마음 고생한 게 생각나서, 그 장면만 되면 되게 울컥해요. 제 얘기 같고, 지금은 노력한 거에 대한 보상을 받았다고나 할까요.”

2003년 데뷔해 올해로 딱 10년 된다. 10년 만의 첫 주연이다. 2004년에 정단영은 실제 ‘브로드웨이 42번가’의 코러스 역할이었다. “그때 코러스를 하면서도 페기란 역할이 ‘너무 너무’ 하고 싶었어요. 그 당시 김미혜 선배가 했던 작고 귀여웠던 페기가 아직도 머릿속에 선명해요.” 2009년에 페기 소여 역 오디션을 치렀지만 탈락했다. 재도전해 치른 올해 오디션도 불합격. “또 떨어졌구나”하고 낙담할 찰나에 드디어 합격 통보를 받았다.

 
“‘브로드웨이 42번가’는 앙상블 없이는 안되는 작품이에요.” 정단영은 자신이 앙상블을 거쳐서인지 주인공을 돋보이게 하는 앙상블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왜 저를 뽑았는지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저를 뽑아놓은 이상 저를 믿겠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더 열심히 하죠. 책임감도 무겁고.”

극중 연출가 줄리안이 페기에게 조언하듯, 줄리안 역의 베테랑 배우 남경주는 무대 뒤에서도 정단영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무대에 올라가기 전 제가 불안해하면 ‘다음 가사, 다음 감정 신경쓰지 말고, 지금 그 신(scean)만 충실해라. 그러면 긴장될 일이 없다’고 하시죠. 제가 혼란스러워하면 항상 와서 마음을 다잡아주세요.”

정단영은 이 뮤지컬에서 코러스 역할을 하는 배우들 사이에선 맏언니이자, ‘롤모델’이다. “앙상블을 거쳐 주인공이 되는 경우가 흔치 않아 저를 보면서 희망을 갖는 거 같아요. 그 친구들을 위해 더 열심히 해야죠. 제가 많이 희망이 된다고 하니까요.”

화려한 탭 댄스와 군무가 볼거리인 ‘브로드웨이 42번가’는 배우들의 연습량도 보통의 2배가 넘는다. 정단영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하루 12시간씩 연습했고, 공연 개막 후에도 노래 트레이닝을 계속 받고 있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시작해 대학교 전공으로도 삼은 발레 덕에 춤이나 몸으로 하는 표현에는 누구보다 자신있지만 노래 실력은 약점이다. 타고나지 않은 성량은 한계다. 그는 자신의 단점을 꾸준한 연습으로 극복해가고 있다.

어떤 역할을 해보고 싶냐는 물음에 정단영은 망설임없이 2009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인어공주’의 인어공주역을 꼽았다. 국내선 아직 선뵈지 않은 뮤지컬이다. 뮤지컬 넘버가 좋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디즈니 만화의 환상적인 분위기가 좋단다. “이 일이 좋고, 너무 행복해요”라고 말하는 그의 눈은 동화 속 무지개 너머를 바라보는 듯했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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