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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랑스 마기 마랭 무용단 ‘총성’ 10년만에 내한공연
프랑스 마기 마랭 무용단이 10년만에 내한공연을 연다. 마기 마랭은 독일 무용가 고(故) 피나 바우쉬와 함께 유럽 현대 무용의 양대 산맥으로 불리우며, 1980년대 등장한 새로운 무용 사조 ‘누벨당스(Nouvelle Danse)’를 이끈 주역으로 꼽힌다. 누벨당스는 춤에 연극적 요소를 깊이 넣는다. 강렬한 시청각 이미지, 초현실주의 작가나 부조리 문학 속 말이나 대사를 활용하는 등 연극적 성향이 짙은 게 특징이다.

마기 마랭이 안무한 작품은 국내서 네 편이 소개됐다. 하지만 마기 마랭은 비행기 공포증을 이유로 단 한차례도 한국을 방문하지 않았다. 초연작은 1997년 서울 세계연극제에 초청된 ‘메이비(May B)’다. 무용수는 아름다울 것이란 기존 관념 틀을 깨고, 뚱뚱한 옷, 매부리코 분장, 온 몸에 진흙을 바른 그로테스크한 무용수를 등장시켜 현대인의 절망과 부조리를 표현해 극찬받은 작품이다. 당시 이를 관람한 중견 연극 연출가 한태숙은 “정말이지 ‘소스라칠 만큼’ 좋았던 작품, 무용이 아니라 여러번 쓰다듬은 연극같은 작품”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2003년 ‘박수만으로 살 수 없어’는 이후 10년만인 이번엔 ‘총성(Salves)’을 공연한다. 2010년 프랑스 리옹 무용비엔날레에서 초연할 당시 프랑스 현지 언론으로부터 “마기 마랭 재능의 총집합체다. 무대에 대한 적확한 이해, 과학적 시각화, 음악성, 연극성이 통찰력과 만나 폭발한다”란 평가를 이끌어냈던 작품이다.


‘총성’은 탈출구를 찾을 수 없는 암울한 유럽의 현실을 소재로 했다. 공연이 시작되면 캄캄한 무대에 섬광처럼 빛이 비치고 무용수들이 바삐 등장했다 사라진다. 전쟁 중 지하 벙커 또는 어느 도시의 가정집 같은 분위기다. 7명의 무용수들은 이 곳에 식탁을 차리기도 하고, 탈출을 시도하려는 듯 또는 마치 다른 세계를 동경하는 듯한 몸짓을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무용수들은 70분 동안 빠르고, 밀도있게, 강도 높게 움직인다. 한 편의 재난영화 같은 긴장감 또는 공포감을 표출한다.

무용평론가 장인주는 마기 마랭에 대해 “대중의 기호와 상관없이 본인이 만족할 때까지 한 가지를 파고드는 열정이 많은 사조(누벨 당스 등)를 품어낸 비결이다. 이것 저것 다 섞어서 혁신을 이루겠다는 요즘안무가들에게 마랭은 좋은 교훈을 남긴다. 새로운 예술은 섞어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고유한 각각의 예술을 최대한 깊이 파고들었을 때 비로소 완성품이 되어간다”고 평했다.

공연은 다음달 5일부터 7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한다. (02)2005-0114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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