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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기의 현대문명, 원시부족사회가 ‘희망’
‘총·균·쇠’ 저자 다이아몬드 교수
중앙정부도 법정도 없는
태평양 뉴기니 전통사회서
평화적 분쟁해결 출구 찾아

낭만적·무조건적 추종은 경계
다양성 기반 둔 가치발견에 무게
경험적 얘기 많아 읽기 수월



국가분쟁, 종교갈등, 인구고령화, 질병과 자연재해 등 인류 앞에 놓인 과제들이 만만치 않다. 인류문명이 과연 지속가능할지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다. 인류역사의 탄생과 진화를 담은 ‘총, 균, 쇠’로 잘 알려진 세계적인 문화인류학자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가 향후 인류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생존의 해법을 내놨다.10년 만에 출간한 신작 ‘어제까지의 세계’(김영사)는 그의 지난 50년 문화인류학적 탐사의 완결판이다.

그가 오랜 항해를 끝내고 인류의 난제를 해결할 열쇠를 찾은 지점은 다름 아닌 전통사회다. 그는 “전통사회는 인간의 삶을 체계화하기 위해서 수만년 동안 지속된 자연적인 실험들이 집약된 공간”이라며 거기서 문제 해결의 영감을 얻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의 전통사회 연구는 이미 1964년부터 시작됐다. 50년 전 그는 뉴기니 원주민을 처음 만난 이래 수십년에 걸쳐 몇 달씩 그들과 생활하고 관계를 맺으며 그들의 삶의 방식을 주목해왔다. 그는 뉴기니에서 인간이 오래 전부터 바로 얼마 전까지 지속해온 전통적인 인간사회의 원형을 발견한다.

그가 이번 책을 쓴 동기도 뉴기니를 통해 지난 1만1000년 동안 세계 전역에 존재하던 인간 문화의 모든 면을 살펴보자는 것이었다. 당초 이 계획은 현실상의 문제 때문에 주제와 영역이 다소 좁혀졌지만 다양한 인간문화를 살피는 데 지장이 없다.

그가 관심을 가진 소규모 전통사회는 무리사회와 소규모 농업 수렵채집에 의존하는 부족사회다.

특히 뉴기니 섬과 그에 인접한 태평양 섬들이 사례로 주로 인용된다. 뉴기니는 인간문화의 다양성을 실질적으로 가장 다채롭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계 전역에 존재하는 7000여개 언어 중 약 1000개의 언어의 고향이 뉴기니와 그 부근 섬들이다. 그곳에는 중앙정부도 없고, 법정도 없고 전통사회의 가치와 문화가 그대로 살아있다. 분쟁을 해결하는 방식, 위험에 대한 태도, 아이들을 키우며 노인을 대우하는 방식이 달랐다.

저자는 이 책에서 아홉 가지 주제를 선택해 우리가 전통사회를 이해하고 현대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들을 들려준다. 특히 위험에 대한 태도와 양육이란 주제에서는 전통사회의 관습을 개인적인 삶에 접목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그 역시 뉴기니에 직접 들어가 살면서 가장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말한다. 특히 위험에 대한 뉴기니 인들의 ‘건설적인 편집증’, 가령 죽은 나무에 텐트를 치지 않고 땅에 떨어진 나무 조각 하나로 위험을 알아내는 이들의 태도는 부주의로 죽을 뻔 한 사고를 여러 번 경험한 다이아몬드 교수에게 큰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노인의 대우, 언어와 여러 언어의 사용, 건강 증진을 위한 생활방식의 주제는 전통적인 관습이 개인뿐 아니라 사회 정책을 결정하는 데 참고할 만하다. 평화적 분쟁해결, 종교와 전쟁 등을 전통사회에선 어떻게 다뤄왔는지도 유용하다.

전통적인 메커니즘은 현대산업사회에서도 작동되는 때가 있다. 시골에선 적잖은 분쟁이 법정보다 전통적인 메커니즘을 통해 해결되는 걸 본다. 전통사회는 인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천 가지 방법을 생각해냈고 그 방법들은 현대사회의 해결책과는 분명 다르다. 저자는 현대인의 문제를 과거의 다양한 사례에서 찾아내 해결방식을 끌어올 수 있다고 본다. 그가 전통을 강조하는 이유는 진화론적으로도 설명이 가능하다. 즉 수백만년 동안 우리 몸과 관습이 진화를 통해 몸에 새겨온 것과 현재의 환경이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에 어제의 방식에 일정부분 의존하는 게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저자가 낭만적으로 과거를 추종하는 것은 아니다.

다이아몬드 교수의 전통사회 해법은 여러가지 의미를 포함한다. 불편하고 미개한 과거로 돌아가는 의미는 아니다. 그의 의도는 가치의 발견에 있다. 즉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이 유일한 것이 아니고 사회적ㆍ생태적으로 다른 방향을 지향할 수 있는 대안에 대한 인식과 각성이다. 문명의 지속성은 다양성에 있기 때문이다. .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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