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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책>고려의 자유분방한 성이 조선에선…김별아의 ’불의 꽃’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한 줄의 역사 기록으로 넉넉한 터를 닦고 기둥을 세우고 서까래를 올려 당당한 집을 지을 줄 아는 소설가, 김별아가 패총으로 또 하나의 집을 지었다. 세종조 조선 최초의 간통사건으로 극형에 처해진 한 여인의 얘기다. 국왕의 측근에서 왕명을 출납하는 지신사와 대신의 아내의 간통사건은 재위한 지 5년째에 이른 젊은 왕 세종을 분노케 했고 사헌부의 계사후 13일이 지나 어명으로 “이귀산의 아내 유씨를 참형에 처하고 지신사 조서로를 영일로 귀양”보내며 사건이 일단락된다.

지난해 펴낸 ‘채홍’에 이어 사랑이라는 죄목으로 국가의 처벌을 받은 조선 여성 3부작의 두 번째 작품인 ‘불의 꽃’(해냄)은 순수한 사랑의 원형을 그려보인다. 여기서 작가는 한 발 더 나가 고려의 자유분방한 성이 어떻게 조선에 와서 억압의 구조로 바뀌었는지 슬쩍 깔아둔다.

고려의 멸망과 조선의 개국으로 혼란한 시기, 부모를 잃은 녹주는 먼 친척인 서로의 집에 맡겨진다. 엄한 아버지와 강퍅한 어머니 밑에서 지내던 서로는 녹주와 좋은 벗이 되지만 서로의 어머니 경심은 녹주의 어머니 채심에 대한 질투와 열등감으로 녹주를 탐탁지 않게 여기다 작은 암자로 보내버린다. 막 사랑에 눈 뜬 둘은 기약 없이 헤어지고 녹주는 수경심이라는 비구니로, 조서로는 좋은 가문의 여인과 혼인하며 살아가지만 운명은 이들의 재회를 준비한다.

단아하면서 응축된 작가 특유의 문체와 오랜 우리말의 생생한 쓰임새가 강한 흡인력으로 끌어들인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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