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이슈인터뷰]'마의' 인교진, 두 줄짜리 캐릭터에서 신 스틸러로..

사극의 명장 이병훈 PD가 또 하나의 작품으로 그 진가를 인정받았다. MBC 월화드라마 ‘마의’(극본 김이영, 연출 이병훈 최정규)는 줄곧 동시간대 시청률 정상의 자리를 차지하며 전 연령층에게 사랑을 받았다.

조선시대 의학드라마로서 큰 사랑을 받은 ‘마의’에서 신개념 감초캐릭터가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바로 혜민서 전의감 교수 권석철 역의 인교진이다. 그는 처음부터 그리 큰 비중을 갖고 있지 않았다.

인교진은 “정말 배우라는 이 직업을 사랑한다. 13년 동안 같은 일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문을 열기 시작했다.

# 극에 묻히기보다 스스로 활력 있게 만든 배우

“권석철 역을 맡았을 때 캐릭터 콘셉트 설명이 단 두 줄이었어요. ‘혜민서 교수로 남들에 지는 것을 싫어하고 자존심이 강하다’고 돼있었죠. 제가 ‘마의’ 17회부터 등장하게 됐는데 앞서 많은 배우 분들이 의미 있게 등장하고 자리를 잡은 상태라 제가 어떻게 해야 될지 고민어요. 두 주 연속 대사를 하는데 저는 그저 말을 전하는 역할이었죠. 그러다가 ‘내 자신에게 의미 없는 작품을 만들지 말자’고 생각해 재미있게 해보기로 마음먹었어요. 그랬더니 이병훈 감독님이 좋아하셨고 작가님이 더 써주시고 해서 제 캐릭터가 점점 굳어졌던 거죠.”

그는 작은 역할의 캐릭터에 대한 마음가짐으로 스스로 묻히기보다는 극의 활력소 같은 인물을 만들어냈다. 더욱 살아있는 인물을 만든 그는 다양한 캐릭터 구상도 하는 부지런한 배우였다.

“역할에 들어가면서 자칫 하면 식상해질 수 있는 상황이었어요. 신선함이나 재미가 있어야 하더라고요. 근데 억지스러우면 재미가 반감되니까 절제해가면서 연기했죠. 이병훈 감독님께서 제 캐릭터에서 오버하는 모습을 균형 있게 잡아주시면서 잘 나오게 되더라고요. 종영 전에 만약 드라마가 연장을 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러브라인 설정도 잡아놨었어요. 또 의외로 제가 혜민서 교수인데도 침을 놓는 장면이 없었기에, 임현식 선배님께도 물어보며 침 애드리브도 생각했었죠”

드라마 안에서 흥미로운 삼각 러브라인을 만들었던 인교진은 엄현경, 윤태주와의 촬영장 분위기도 전했다.

“제가 촬영장에 뒤늦게 합류해서 출연진들에게 제 성격을 드러내기 좀 어려웠어요. 물론 배우들에게 다가가서 이야기를 건네기도 했었죠. 윤태주 씨와 엄현경 씨가 같이 웃고 있으면 권석철에 동화됐는지 왠지 모르게 자존심이 상하는 것 같았어요(웃음)”

그는 다른 출연자보다 늦게 출연했지만, 서서히 배우들 사이로 녹아들기 시작했고 하나하나 호흡을 맞춰 나갔다.

“손창민 선배님은 역할 상으로는 차가워 보이지만 매우 유쾌한 분이세요. 항상 신경써주시면서 촬영장 분위기도 화기애애하게 만드시더라고요. 덕분에 제가 현장에 훨씬 빨리 적응할 수 있었어요. 저 역시 나중에 재미있고 유쾌하고 힘낼 수 있도록 격려하는 선배가 되고 싶더라고요. 지적도 살이 되지만 칭찬이 효과적일 것 같아요”


# 영정사진부터 건달까지

아무리 좋은 드라마라고 해도 많은 사람들이 봐주지 않고 몰라준다면, 연기자들의 기쁨이 반감되는 건 물론이다. 인교진 자신이 원하고 만들어갈 드라마로 ‘시청자들이 많이 보는 드라마’를 언급했다. 솔직한 그의 말엔 이유가 있다.

“연기를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5.18 특집드라마에서 주인공 동생역할로 등장하게 됐어요. 나름 기대를 많이 한데다가 어머니에게 이번엔 잘 될것 같다고도 이야기 해둔 상태였거든요. 영정 사진이 나온다길래 머리 깎고 현장에 갔더니 피 분장을 하고 누우라고 했어요. 그렇게 8시간에 걸쳐 촬영이 끝났는데 정작 방송에서는 거적에 덮인 상태에 발만 보이고 피를 흘리고 있는 장면만 나왔어요. 물론 얼굴은 안나왔었죠. 그일 이후에 한동안 연기자에 대한 고민도 해봤지만, 결국 저는 배우라는 길을 사랑하고 있었어요.”

그는 대중의 사랑을 중요하게 여겼다. “인기가 없더라고 관객이 있어야 한다”며 그는 “사람들이 몰라주면 신경이 많이 쓰인다”는 말로 솔직한 마음을 드러냈다.

“예전부터 어른들이 배우 해보라는 말을 하셨어요. 그러던 중 대학 때 연기학원 광고가 눈에 들어왔고 MBC 공채 시험을 봐서 합격했죠. 그리고 ‘전원일기’에서 기차여행가는 아가씨들에게 접근하는 건달 역할로 출연하며 데뷔하게 된 거에요”

다양한 작품을 만나고 조금씩 다른 연기를 해왔다. 하지만 아직 펼쳐 보이고 싶은 연기가 많은 인교진이다.

“‘마의’ 촬영 중에 ‘씬 스틸러’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어요. 처음에는 무슨 뜻인지도 몰랐는데 후에 찾아보니 ‘한 씬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사람’이래요. 멋진 말이라 생각해요. 아직 영화에서는 새내기에 속하지만 영화에 출연한다면 냉혹한 살인마라던가 독특한 사이코 패스 같은 역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 살아있는 사람들로 힘을 얻는 남자

요새 식당가면 좋다는 인교진은 ‘음식도 더 주신다’며 사람과 어울리는 걸 즐거워했다. 특히 그는 수다도 좋아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모이면 불편하다고 했다. 오히려 그는 작은 모임을 즐겁게 만드는 재주를 가졌다. 그만큼 사람을 좋아하고 사랑받고 싶은 배우다. 물론 팬들과도 각별한 사이를 유지했다.

“제가 많은 팬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우연히 SNS에서 친해진 팬들과 응원글을 나누며 지냈어요. 그동안 팬들은 결혼도 하고 애도 낳고 그러더라고요. 청송에 사는 한 친구는 ‘신기전’ 촬영 때 안동까지 찾아와 선물을 주기도 했었죠. 그래서 서울에 올라오면 밥을 사주기로 약속하고 만났던 적도 있어요. 정말 잊을 수 없는 고마운 분들이에요.”

그에게 팬들의 사랑은 활력소이자 근원이었다. 앞서 말했 듯이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고 인정받는 것이 배우이자 인간인 인교진으로부터 나오는 ‘마돌핀’의 근원이었다. 그런 그에게도 닮고 싶은 배우가 있다.

“대중적인 이미지로 봤을 때 이병헌 선배가 참 멋있으세요. 그리고 인간적인 실제 생활의 모습은 고두심 선배님이 좋아 보이시죠. 무엇보다 주변에 있는 소중한 인연들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 강한 편이거든요."

그는 마지막으로 지금의 자신을 만들어준 이병훈 PD에게 감사의 인사를 남겼다. 어울림을 좋아하는 섬세한 남자,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그가 만들어갈 연기 변신과 도전에 귀추가 주목된다.

“‘마의’에 참여하게 해주신 이병훈 감독님의 넘치는 스태미나와 열정을 닮고 싶어요. 함께 작업하게 된 것은 저에게 있어 큰 영광이에요. 누군가는 그저 작품 출연 하나 하는 거라고 느낄 수 있겠지만 제겐 너무 감사한 일이었죠. 종영파티 때 어수선해서 인사를 못했는데 다시 한 번 감사드리고 싶어요. 앞으로도 더욱 다양한 모습으로 저만의 캐릭터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노력할테니 많이 지켜봐주세요.”


최현호 이슈팀기자 /nicesnap@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