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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립무용단의 상의 탈의 파격, ‘단(壇)’ 안무가 안성수
“목적은 늘 똑같죠. 관객을 계속 즐겁게 해주려는 거. 비주얼을 강조하는 이유에요.”

현대무용가 안성수(51)가 디자이너 정구호(51)와 두번째로 만났다. 지난해 국립발레단 창단 50주년작 창작 발레 ‘포이즈’에서 관객에게 보는 즐거움을 배가시켰던 두 사람이 두번째 협업 무대에선 전통을 덧입혔다. 전통에 뿌리를 둔 국립무용단의 안무가 초청 첫 프로젝트 ‘단(壇)’이 10일부터 14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선보인다. 무용계에선 진작부터 설왕설래했다. ‘전통 무용단과 모더니스트라니, 잘될까?’란 의문부호를 붙였다. “극단장이 모험을 하시는 거죠.”라며 최근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만난 안성수는 무심한 듯 얘기했다.

그만큼 자신감의 표현이다. ‘단’은 안무는 안성수, 연출ㆍ무대ㆍ의상ㆍ음악 디자인은 정구호가 맡았다. 안성수는 비주얼을 돋보이게 하려고 36명의 무용수 전원을 가만히 서있게 하는 장면을 두번이나 넣었다.

이미지, 음악, 춤사위에는 전통과 현대가 절제한 듯 세련되게 어우러진다. 작품은 3막9장으로 구성돼 있고, 1막은 3장으로 나뉜다. 동양철학에서 완벽을 의미하며, 우리민족의 집단무의식 속에 길한 숫자 3이다. 무용수는 남자 9명, 여자 27명, 합해서 36명이다. 9, 27, 36 모두 3의 배수다. 막이 오르면 무용수는 무대에 9명씩 4줄로 선다. 무속신앙에서 불길한 수인 아홉. 아홉명의 무용수가 붉은 색 단에 올라 서서히 움직인다. 붉은 색은 피의 상징. 고대 제의식을 떠올리게 한다. 2막 마지막장의 모습이다. 안상수는 단이 천천히 옆으로 가는 이 장면에서 미니멀한 선을 강조하기 위해 무용수 상의 탈의 아이디어를 냈다.


“정구호 선생이 안그러던 사람이 왜그러냐고 하더군요. 사실 조명 아래에서 맨살만큼 미니멀한 개념은 없죠. 에로티시즘은 전혀 없어요.” 국립무용단으로선 파격이긴 하지만 안상수는 세간의 관심이 엉뚱한 데 쏠리는 것을 차단했다.

음악도 동서양의 조화다. 각 막의 1장과 3장은 국악 시나위, 2장은 바그너의 비극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서곡을 접목시켰다. 시나위를 해체시켜, 태평소, 꽹과리, 장구, 북, 징 등 전통 다섯악기가 하나씩 연주되다 마지막 장에서 한꺼번에 등장한다.

음악의 분초에 따라 자로 재듯 춤의 움직임, 방향성, 장면을 미리 계산해, 수학적 안무로도 통하는 그의 안무가 여백을 강조하는 전통과 만나면 어떻게 다를까. “이번 단에선 무용수 자율에 맡긴 장면이 많아요. 한국 전통무용의 테크닉을 오랜동안 수련하신 분들이라 그분들의 장점을 살리고자 했지요.”

시나위를 바탕으로 안무를 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통 한국음악을 잘 쓰지 않은 이유는 수학적 계산이 어렵기 때문이었어요. 클래식이나 서양음악은 단위가 짧지만, 한국 음악의 장단은 단위가 길죠.” 그는 국립무용단이 아침이면 시나위 음악을 틀고 훈련 하는 모습에 너무나 감명을 받아 다음번엔 시나위를 꼭 써야지 했단다.

디자이너와의 협업에는 실용적인 이유도 있었다. 2007년 국립무용단과 ‘틀’을 올린 뒤 2008년 앵콜 공연을 했을 때는 무용수 10여명이 하얀색 알마니 치마를 사서 입어야 했다. 해외에선 디자이너의 무용 후원과 협찬 사례는 흔하다. 미니멀을 추구하고, 몸에 관심이 많다는 점에선 두사람은 마음도 잘 맞는다. 여담으로 정구호 옷도 즐겨입냐 묻자, “비싸서 못입죠. 패션쇼로 협업할 땐 착장시켜주더군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사진 =이동훈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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