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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휙휙 그은 것같지만 오랜 사유에서 나온 거죠”...윤명로의 추상
[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한국의 현대 추상화운동을 주도했던 원로화가 윤명로(77)가 회고전을 연다. 동양의 정신성을 서양의 조형어법에 대입시킨 독자적 추상의 세계를 올곧게 추구해온 작가의 50년 궤적을 만나볼 수 있는 자리다.

‘윤명로:정신의 흔적’이라는 타이틀로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전시를 개막한 윤명로 화백은 모색과 실험을 통해 독자적 창작 세계를 구축해온 우리 추상화단의 대표작가. 그의 그림은 붓을 휙휙 휘두른 듯하지만 끝없는 성찰과 자기 연마를 거친 ‘정신의 산물’인 것이 특징이다.

이번 회고전에는 1950년대 말부터 지금까지 10년을 주기로 큰 변화를 보였던 시대별 대표작과 지난해 제작한 대형 신작 등 60여점이 내걸렸다.

윤명로는 추상이라는 용어조차 낯설었던 1960년대, 꽉 막힌 기성화단의 권위에 도전하며 덕수궁 담에서 획기적인 전시를 주도했다. 사르트르의 소설 ‘벽’을 모티프로 한 1959년 작 ‘벽A’, 1963년 작 ‘회화 M.10’ 등은 암울했던 시대를 어두운 색채와 두꺼운 질감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이어 1970년대 대표작 ‘균열’ ‘자’ 연작은 물감의 균열현상을 극대화시켜 갈라지고 녹아내린 자(Ruler)를 통해 독재자(Ruler)에 짓눌린 민중의 상황을 풍자한 그림이다. 1980년대 ‘얼레짓’, 1990년대 ‘익명의 땅’ 연작 또한 시대별 화두를 적극적으로 탐색한 작업이며, 2000년대 ‘겸재 예찬’ 연작은 자연에 깃든 에너지를 기운생동의 어법으로 풀어낸 격조 높은 추상이다.

작가는 “지난 50년간 전위미술도 해봤고, 덕수궁 담벼락에 작품도 걸어봤으며, 앵포르멜도 해봤다. 하지만 내가 지향했던 것은 결국 ‘자연’이었다”며 “자연을 추상으로 표현한 것은 예술의 본질(essence)은 ‘추상’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빈 공간에 최초의 한 획을 던지면 그 공간이 요동치고, 그 요동의 순간과 함께 호흡하다 보면 만족스런 결과가 나온다”고 했다. 전시는 오는 6월 23일까지 계속된다. (02)2188-6000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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