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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재곤의 스포츠 오딧세이] 경기단체장이 진정 섬겨야할 사람은 스포츠팬이다
곧 있을 박근혜 정부의 출범과 맞물려 얼마 전 대한체육회산하 경기단체장들의 선거가 치러졌다. 55개 정 가맹단체 중 몇 군데를 제외하고 대부분 진영을 갖췄다. 중임 또는 연임이 된 곳도 있고, 새 인물이 선임된 곳도 있다. 예상대로 대다수의 기업인이 당선됐다. 특이한 사항은 정치인들의 약진을 꼽을 수 있겠다. 경기인 출신은 평년작에 머물렀다.

단체에서는 기업인을 우대하는 분위기다. 일부 자립도가 높은 단체를 제외한 나머지 단체는 무엇보다 확실한 투자에 주목한다. 당장 내년에 개최되는 소치 동계올림픽과 인천 아시안게임을 비롯한 각종 대회의 성적은 금전적 지원과 직결된다. 체육회에서는 통상 단체에게 직원 3명의 급여를 보조하고 있다. 인원의 증감여부는 현실적으로 단체장의 지원과 시스템에 기댈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기업을 경영하며 쌓은 글로벌 인맥을 적극 활용해서 스포츠외교를 펼칠 수 있다는 점이 기업인 단체장의 플러스 요인이다.

정치인의 참여에 대해 갑론을박이 있었다. 반대하는 측의 주장은 정치는 생물(生物)이기에 속성상 지역구 관리와 차후 입지강화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과거 군부독재시대에 자행된 스포츠를 통한 우민화 정책의 우울한 잔상이 남아있어서다. 막상 선거결과는 달리 나타났다. 현역 국회의원이 단체장으로 선출된 수(數)가 4년 전보다 오히려 늘어났다. 정부와의 정책과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현실성에 주목했다.

경기인 출신이 당선된 농구협회의 바람은 신선했다. 향후 행보와 성과에 따라 경기인을 보는 일부 국민들의 굴절된 사회통념과 인식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단순히 직업군에 따라 적정인물의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구태의연한 모습이다. 무한경쟁의 국제화시대를 사는 21세기에 말이다. 공약의 실천과 글로벌 마케팅 능력과 선수와 팬 그리고 단체 간의 막힘없는 소통을 이뤄낼 수 있는 인물이 최고다. 그것이 시대정신이다.

선거제도도 일부 개선할 필요가 있다. 대의원들이 주로 스포츠인 중심으로 구성되므로 팬들의 다양한 시각을 수렴하기엔 역부족이다. 사회적으로 검증된 ‘제3의 중립 인사’들이 단체의 행정과 선거에 참여해서 객관성을 유지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개혁은 견고한 시스템을 정착시키는 것부터 시작이다. 또한 선수 부모들의 애환과 생생한 현장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하겠다.

초등학교 운동선수를 둔 부모로부터 이메일을 받았다. 시도지부의 이기주위 때문에 집 근처 중학교에 입학을 못하고 지방으로 이사를 가야하는 현실에서 해외이민을 생각게 된다는 서글픈 사연이었다.

단체의 이익을 대변하고 출중한 선수를 키워내는 일은 단지 단체장이 맡은 지엽적인 역할에 불과하다. 팬들의 속내를 읽어내는 통찰력이 필요하다. 현장주의는 기본이며 진정으로 팬을 귀히 여겨 단체의 이익보다 공익을 우선하는 멋진 모습을 보고 싶다. 그런 담대한 행보를 이어가는 ‘우리 회장님’이 되길 소망해본다.

칼럼니스트/aricom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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