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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어릴 적엔 저랬었지, 때아닌 함박눈도 반가왔지!
[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한적한 시골길에 함박눈이 내린다. 뜻하지않게 내리는 눈에, 어머니와 아들의 발걸음은 분주하다. 물동이를 인 어머니 옆으로, 아들은 겉옷을 우산 삼아 높이 뻗쳐들었다. 소년은 개구장이이자, 코흘리개임에 분명하다. 왼쪽 가슴에 흰 손수건을 삼각으로 접어 매단 코닦개가 이를 증명한다. 사이 좋은 모자(母子) 앞으로, 멍멍이도 신이 났는지 저 먼저 달려나간다.

이 푸근하니 정겨운 사진은 사진가 강운구(71)가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에 전북 장수에서 찍은 사진이다. 짚이 아닌 억새로, 지붕을 튼실하게 이어올린 독특한 형태의 건새집을 찍기위해 장수의 수분리를 찾았던 작가는 갑자기 내리는 함박눈 때문에 운 좋게 이 결정적 순간을 건질 수 있었다.

강운구는 ‘그 날 그 때 설핏하게 기울던 해가 낮게 깔린 구름 속으로 잠겼을 때, 느닷없이 장난처럼 함박눈이 쏟아졌다. 궁핍하던 시대에 궁핍하던 사람들이 짓던 이 넉넉한 표정과 분위기는 도저히 말로는 설명할 수 없다’고 자신의 책 ‘마을 삼부작’에 썼다. 

                                                                                                                                        [사진제공=한미사진미술아카이브]

그의 수분리 사진들은 서울 소격동 트렁크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 근대사진과 현대사진의 만남, 민충식-강운구’전(~2월6일)에서 볼 수 있다. 민충식-강운구 전시가 끝나면, 현일영-주명덕의 사진을 전시하는 ‘한국 근대사진과 현대사진의 만남’ 2부 전시가 2월 7일부터 3월 6일까지 열린다.

박영숙 트렁크갤러리 대표는 “이제 우리는 한국 사진이 오늘에 이르기까지 어떠한 시대를 거쳐왔는지 그 역사를 찬찬히 돌아볼 때가 됐다. 사진가들은 물론, 컬렉터들도 우리 사진의 역사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에 트렁크갤러리는 근대의 사진과 현대사진을 조우케 함으로써 그 역사를 살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앞으로 3년 기획으로 매년 1,2월에 ‘한국 근대사진과 현대사진의 만남’전을 연속적으로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02)3210-1233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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