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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톡에 떠도는 제 어록들…희한해요”
출간 13개월만에 200만부 돌파 앞둔 혜민 스님 인터뷰… “ ‘지금 모습 그대로 사랑해줘라’는 말이 큰 위로되나 봐요”
혜민 스님<사진>의 베스트셀러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출간 1년1개월 만인 다음달 200만부를 돌파한다. 지난해 9월 100만부를 넘어선 지 만 6개월 만에 더 빠른 속도로 100만부가 팔렸다. 미국 햄프셔대 종교학 교수로 재직 중인 스님이 겨울방학을 맞아 지난 한 달간 국내 체류한 것이 무서운 뒷심의 추진체가 됐다. 이 책을 출판한 쌤앤파커스 측은 “이제 책은 우리 손을 떠났다”고 말한다.

왜 대한민국은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에 빠졌나. 오는 23일 출국 예정인 혜민 스님을 16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교육원에서 만났다.

혜민 스님은 우리 사회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은 ‘멈추면, ~’ 열풍에 한 마디로 ‘공감’이라고 말했다. “제가 글을 잘 써서 베스트셀러가 됐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좋은 말들이 많으니 들어 보라’가 아니라, 독자들이 말하려고 하는 것을 말할 수 있게 만든 게 공감을 얻은 것 같아요. 제가 한 말들이 ‘카톡’에서 어록으로 계속 돌아다니고 있다는 말을 들었어요. 희한한 일이죠.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하는 거잖아요. 한편으론 사람들이 선거를 치르면서 비방하고 미워하는 마음이 어쩔 수 없이 생겼는데 그런 마음을 차분히 정제하고 좋은 마음을 얻고자 하는 데에 이 책이 치유의 효과를 보인 것 같아요. ‘지금 내 모습 그대로를 사랑해줘라’ 그런 게 위로가 되나 봐요.”


-스님도 고민이 있을 텐데 어떻게 푸는지.

▶저도 고민이 있죠. 그럴 때엔 수불 스님, 미산 스님 등 큰어른 스님들께 상담해요. 또 미국 친구 교수들이 많은데 대화하다 보면 풀려요. 학생들이 친구들과 떠들면서 푸는 것과 같죠. 최근에 느끼는 고민은 지금 받고 있는 좋은 관심을 어떻게 회향할 것인가입니다. 성직자가 인기를 따라가면 안 되잖아요. 그런 측면에서 인세도 고민 중입니다. 정확하게 어디에 쓰겠다 생각한 건 없어요. 불과 1년 만에 발생한 일이잖아요. 어떻게 몇백만부가 나갈 걸 예상했겠어요. 어리벙벙해요, 아직도. 승려니까 죽기 전에 다 퍼주고 간다는 계획을 세우고 많은 사람에게 회향하는 좋은 방법을 고민하고 있죠.

-TV 예능 프로그램에 자주 나오시는데 전략인지.

▶사실 SBS ‘땡큐’는 예능인 줄 모르고 나갔어요. 다큐 찍자고 해서 오케이한 건데. 제가 박찬호 씨를 좋아하거든요. 나이도 같고 충청도 출신이고 불자라고 하고. 그런데 나가 보니 촬영팀이 어마어마하더라고요. 작가가 7명이 붙었는데 다큐도 아닌 것이, 예능도 아닌 것이…. 그래도 그런 데에 나가 제가 한 말을 듣고 도움이 됐다는 사람들이 많아요. 가령 상처를 지우려고 하지 말고 상처를 허락하라는 말을 듣고 깨닫는 거죠. 좋은 가르침을 알릴 수 있는 플랫폼이 될 수 있더라고요.

그런 대중적인 만남을 가지면서 종래 스님이라고 하면 산골에 기거하면서 근접할 수 없는, 심지어는 무서울 거라고 생각하는 이미지를 바꾸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지 않나 생각해요. 고민을 들어줄 것 같은 가까운 ‘동네 스님 같은 존재’처럼.

-바쁘고 경쟁에 치인 현대인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한 마디는.

▶비우라는 거예요. 채우려고 하는데 사실 비움 안에 온전함이 있거든요. 가만히 있으면 돼요. 많이 채워서 이루려고 하니까 힘든 거예요. 비우는 게 바로 지혜입니다. 생각이 많다고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는 게 아니잖아요. 생각이 많으면 결정도 못해요. 고요해지면 지혜가 알아서 길을 찾아내죠. 명상이든, 기도든, 운동이든 산책하는 시간이라도 좋아요. 혼자 고요한 시간을 떼어내서 내가 뭘 원하는가를 들여다보는 게 필요해요.

-일상에서 행복해지기 연습을 하려면.

▶관점 바꾸기를 해보세요. 내 관점에서 보기 때문에 상대방이 맘에 안 들죠. 내 맘 같으면 되는데 안 그렇거든요. 저 사람 관점에서 이해하려고 해보세요. 내가 편해져요.

혜민 스님은 자신의 삶이 무척 행복하고 만족스럽다고 했다. 그 비결은 남의 걱정을 해주다 보니 내 걱정이 사라지더라는 것이다. 스님은 올여름엔 2박3일 산사에서 마음 치유 캠프를 열고 싶다고 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사진=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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