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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뱀은 죽어서 ‘페이크 뱀피’ 를 남긴다
가짜 가죽소재의 다양한 변주, 젊고 경쾌하고 저렴한 계사년 ‘잇 아이템’
뱀피 문양은 가방보다는 구두에 인기가 높은데 동물 문양 프린트는 전체 스타일을 뒤덮으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가능한 적은 면적에 포인트로 사용돼야 빛이 난다. 가방에서도 일부분에만 천연 뱀피를 담거나 뱀피 프린트로 장식을 하는 이유다. 본인도 부담스럽고, 보는 사람도 거부감이 드는 뱀피 스타일을 피하는 방법은 액세서리의 활용이다. 가방이나 구두에 한정짓지 말고, 팔찌 등을 착용하면 센스 있는 프린트 룩을 연출 할 수 있다.



쇼핑 좋아하기로 유명한 한 패션 관계자는 최근 동대문 ‘퍼(furㆍ동물 털로 만든 제품)’ 시장에 다녀온 소감을 늘어놨다. 백화점에서 1500만원에 육박하는 모피코트와 똑 닮은 제품을 400만원에 구매했다는 것. 무스탕, 가죽 재킷 등도 백화점 매장 절반 값이면 산다는 거다. 아무리 동대문 시장이 저렴하다고 해도 동물 털과 가죽으로 된 코트·재킷류는 절대값 자체가 비싸다. ‘아무나’ 살 수 없었기에 오랫동안 ‘부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이런 흐름이 깨지고 있다. 동물보호주의자나 친환경 단체를 중심으로 퍼나 천연가죽 의류에 대한 반대운동이 지속적으로 일어나면서,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나 ‘의식 있는’ 디자이너들은 실험적으로 ‘대안’ 소재를 사용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25일 국내에서도 사상 첫 인조모피 패션쇼가 열릴 만큼 ‘동물보호’ ‘친환경’은 패션산업에도 가장 큰 화두로 떠올랐다. 계사년이라 더욱 의미있다. ‘페이크(fakeㆍ가짜)’ 가죽의 선두주자가 ‘뱀피’이기 때문. 뱀 가죽은 스크래치가 심해 악어나 타조ㆍ소가죽에 비해 천연가죽 사용이 적다. 그보다는 패턴이 주는 독특함과 세련미 덕에 인조나 소가죽 위에 뱀 문양을 넣는 방식으로 패션 제품에 애용된다. 뱀피 문양이라고 다 같지는 않다. 뱀 종류에 따라 스네이크(작은 뱀 종류 통칭)와 파이톤(pythonㆍ비단뱀)으로 나뉘는데, 스네이크는 핸드백이나 시계줄에 많이 쓰이고, 파이톤은 요즘 유행하는 클러치(손잡이가 없는 작은 백)나 허리띠 등에 주로 쓰인다. 2012년은 600년 만에 돌아온 흑룡의 해라고 떠들썩하더니, 올해는 또 60년 만의 ‘흑사’의 해라고 한다. 가방, 구두, 벨트 등 패션 스타일을 완성하는 뱀피 소품에 자연스레 시선이 간다. 뱀피가 가장 아름답게 어우러지는건 단연 구두다. 크리스찬 루부탱에서는 뱀처럼 날카로운 킬힐 구두에 스네이크 소재를 담았다. 얇고 뾰족한 킬힐의 아찔함에 거친 듯한 소재가 매력적이다. 섹시함이 배가된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멋스러움’을 잃지 않는 현대 도시여성을 위해 태어난 신발처럼 보인다. 스위스 패션 브랜드인 발리는 일찌감치 여름을 겨냥했다. 넓고 평평해서 안정감을 주는 웨지힐 자체에 문양을 담았다. 도심에서도 해변에서도 모두 잘 어울릴 듯하다. 네오리즘은 청량감이 감도는 파란색 뱀피 플랫슈즈(굽이 낮은 구두)를 선보였다. 가죽 가방이 뱀피를 입으면 훨씬 젊어진다. 악어나 타조 가죽은 가격대도 높고, 나이가 들어 보인다는 단점이 있다. ‘페이크’ 뱀피는 젊고 경쾌하고 가격 부담도 적다. MCM은 배낭부터 손가방까지 뱀피 문양을 넣은 아이템을 다양하게 출시했다. 입체감이 느껴지는 패턴에 금장식으로, 화려함과 볼륨감을 더했다. 경쾌한 컬러가 덧입혀지면 문양 특유의 세련됨에 발랄한 분위기까지 풍긴다. 가방, 구두만 뱀을 좋아하는 게 아니다. 해마다 그 해의 동물을 모티브로한 아이템을 선보이는 알프레드 던힐은 올해 뱀 모양의 커프스와 열쇠고리를 출시했다. 특히, 이 브랜드는 중화권에서 인기가 높다 보니 뱀 역시 돈을 상징하는 숫자 ‘8’ 모양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동미 기자/pdm@heraldcorp.com

리코앤러비
왼쪽부터 로에베, 코치넬리, 오즈세컨, 멀버리.
크리스찬 루부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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