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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책> 김용택 시인의 진메마을 30년 이야기, 이들은 지금…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태환이 형, 두만이 형님, 인택이, 창수, 점옥이….’

김용택 시인이 펴낸 ‘섬진강 이야기’에서 만난 이네들의 이름은 언제 들어도 정겹다. 골목길을 숨차게 뛰놀던 어린 시절, 가물가물한 친구들의 얼굴이 금세 그리워진다. 1982년 ‘섬진강Ⅰ’을 발표하면서 등단한 시인은 시에 담아내지 못했던 진메마을 이야기를 매일 20장씩 써내려 갔다. 30년 동안 이런저런 책으로 나온 섬진강 이야기를 이번에 한데 묶었다. ‘김용택의 섬진강 이야기’(전 8권)다.

시인이 가장 가슴 아파하며, 떠올리면 눈물을 쏟고야 마는 태환이 형 얘기는 남의 얘기만은 아니다. 아무한테나 시비 걸고 들부수고 싸우고 큰소리 뻥뻥 치며 마을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이가 마을엔 있게 마련이다. 이웃과 가족들로부터 무시당했던 그가 버스 차부에서 죽었다. 시인은 그의 외로움에 술 한잔 권하지 못했음을 탄식한다.

섬진강 마을 이야기는 문학으로뿐만 아니라 우리 농경 공동체마을이 지난 30년간 어떻게 변해갔는지 사회학적 눈으로도 들여다볼 여지가 많다. 9대째에 이르는 진메마을 이장님들, 동네회의 때마다 말도 안 되는 오기를 쓰고 혼자 떠들어대 마을회의를 망치고야 마는 이울 양반, 중학교 2학년 교과서에 실린 창우와 다희, 사물과 자연과 인간을 꿰뚫어내는 시 같은 말을 턱턱 던진 짱짱한 시인의 어머니까지 30여년 진메마을 사람들의 일상이 다큐멘터리 보듯 생생하다.

15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달개비에서 시인 김용택이 산문집 `섬진강 이야기` 출간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그 세월 동안 마을공동체는 무너져 진메마을은 10가구 정도 남았다. 자본의 유입으로 무너진 농경마을 공동체의 붕괴를 통해 시인은 묻는다. 우리는 과연 행복한가. 제대로 가고 있는 건가.

시인은 현재 전주에 거주하고 있지만 올가을께는 다시 진메마을로 내려갈 예정이다. 농림수산식품부에서 진행하는 섬진강 사업의 일환으로 ‘김용택의 작은 학교’가 지어져 시골 사람들에게 글쓰기 문학교실을 열게 된다.

시집 ‘나무’를 낸 지 올해로 10년째. 뜸했던 섬진강 연작시를 다시 시작해 올봄에 새로운 섬진강 시를 만날 수 있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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