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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폐기물에 세라믹 입혀 탄생한 조각..그 기백이 싱그럽네
[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설령 무모한 도전일지라도 마음만 꽂히면 어디든지 돌진하는 ‘인간미 넘치는 영웅’ 돈키호테. 알록달록한 말 위에 앉아 세상을 호령하는 듯한 그 터무니없는 기백이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싱그럽다.
이 입체작품은 도예가 신상호(66)가 대구미술관(관장 김선희) 작품전에 출품한 신작 ‘돈키호테’이다. 오는 2월 11일까지 ‘신상호:부산물(Byproduct)’이라는 타이틀로 계속되는 대구미술관 전시에 작가는 폐기처분된 철제기름통과 나무판 등 다양한 폐자재를 활용해 만든 대작 25점을 출품했다. 따라서 출품작은 일종의 ‘정크아트’인 셈이다.

신상호는 초창기 분청사기 기법으로 기물(器物)을 만드는 전통도자로 출발했다. 그러나 곧 입체적인 도조(陶彫)작업과 도판작업인 ‘구운 그림(Fired Painting)’ 등으로 선회하며 우리 현대도예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그의 거침없는 실험과 도전은 한국 도예예술의 영역을 확장하며, 또다른 가능성을 던져주었다. 


이번에도 작가는 흙판 위에 원색의 유약으로 알록달록한 그림을 그려넣은 후, 가마에서 서너차례 굽는 ‘세라믹 페인팅’을 시도했다. 특히 낡은 쇠판 등에 세라믹을 접목시키는 방식으로 작품의 스케일을 키웠다.
버려진 재료들에 아프리카의 원시를 떠올리게 하는 강렬한 원색을 더하며 질박한 말과 사람, 동물 등으로 재창조한 솜씨는 만만찮다. 무엇보다 강렬한 색채가 뿜어내는 파워, 장르와 형상을 넘나드는 발랄하면서도 자유로운 표현이 압권이다. 게다가 묵직한 작품에 ‘바퀴’를 달아 어디든지 굴러갈 수 있도록 ‘자유’를 부여한 것도 이채롭다.

전시타이틀에 ‘부산물’이란 용어가 채택된 것은 산업사회가 대량생산한 산물을 예술로 전용시켰기 때문이다. 첨단기술의 산물인 각종 군사무기들과 산업폐기물이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싱싱한 생명을 얻은 것. 이는 다다이즘의 ‘레디메이드적 전용’과도 맥락을 같이 한다.
아울러 신상호의 이번 작업은 현대 산업사회가 직면한 ‘리사이클링’이라는 이슈에 부응하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사진제공 대구미술관. 
053) 790-3000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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