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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근혜 ‘票퓰리즘 공약’ 과감히 버려라
100조 복지예산 확보 불구
선심성 지역예산 다수 포함

미래세대 빚 담보한 예산들
공약선별·탄력적 이행 필수


경인고속도로 지하화, 수서발 KTX노선 의정부 연장, 철도 위 임대주택과 기숙사 건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기간 동안 내놓은 공약이다. 보기에도 “과연 가능하긴 할까”라는 생각이 드는 것들이다. ‘원칙과 신뢰의 정치인’이라는 박 당선인의 이미지가 앞으로 어떻게 이어질지 궁금한 대목이다.

새해 첫 업무가 시작된 2일 전국 부동산업체들은 추운 날씨만큼이나 잔뜩 움츠러들었다. “올해 말로 끝나는 취득세 감면 부분을 연장해야 한다”는 박 당선인의 공약이 하루아침에 공약(空約)이 됐기 때문이다. 국회는 지난달 31일 예산안과 함께 수많은 문제 법안을 날림으로 통과시키면서, 정작 취득세 감면 연장안은 쏙 빼놨다. 세수 감소를 우려한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원망을 무시 못한 결과다. ‘공약 지키기’가 생각만큼 쉽지 않음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다.

박 당선인은 100조원의 복지예산으로 출발을 알렸다. 0~5세 무상보육, 대학생 반값 등록금, 4대 중증질환 건보 100% 보장 등 대선 복지공약을 지킬 수 있는 든든한 후원군을 얻은 것이다. 여기에 인천아시안게임 경기장 건설, 대구순환도로 건설 등 소위 선심성 지역개발 예산도 대거 늘렸다.

그러나 100조원의 복지예산, 그리고 선심성 지역개발공약 이행을 위해서 방위력 증강사업 4100억원, 수출 지원 800억원, 에너지 개발 1000억원이 삭감당해야만 했다. 미래 국가 안보ㆍ경제 성장동력과 복지ㆍ지역개발을 맞바꾼 셈이다.

문제는 한번 늘어난 선심성 예산은 줄어들기 힘들다는 점이다. 특히 복지 관련 예산은 ‘고정비’ 성격이 강하면서도, 전문가들조차 향후 추산이 힘들 정도로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십상이다. 국가예산 중에서 경직성 경비가 늘어나 탄력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사회간접자본(SOC)을 골자로 한 지역개발 예산 역시 한번 편성되면 사업 종료까지는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사실상 ‘미래 세대의 빚’을 담보로 한 예산들이다.

당장 무상보육을 위해서는 향후 5년간 28조원, 노령연금 확대를 위해서는 70조원, 4대 중증질환 보장에도 14조원 이상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또 고교 무상교육, 초등학교 온종일 학급 편성, 교원 및 경찰ㆍ소방공무원 확충 등도 하나같이 수조원대 예산이 들어가는 초대형 사업이다. 여기에 공약집에 버젓이 나온 경인고속도로 지하화, 수서발 KTX노선 의정부 연장 같은 지역개발 공약은 모두 ‘돈 먹는 하마’인 데다 현실성과 타당성조차 불투명하다.

전문가들은 박 당선인의 과감한 ‘공약 선별작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선거 기간 약속했던 모든 것을 임기 내 지키려다가는 나라 곳간 거덜내기 십상이라는 뜻이다. 김동렬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지난해 우리 경제가 2.1%의 저성장을 나타냈고, 올해 전망치도 3%까지 떨어진 상황”이라며 “균형재정 원칙을 고수하는 것이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라고 공약 이행의 탄력적인 대처를 주문했다.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도 “경기침체가 계속될 경우 복지 부양 대상자는 역으로 더 늘어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선거 기간에 너무 세게 나갔던 부분은 다시 한 번 차분하게 여야가 같이 생각해볼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말을 이제 실천에 옮길 때라는 것이다.

한석희·최정호 기자/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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