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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측불가의 도발적 해체…그만의 ‘메디아’ 에 빠지다
‘메디아 온 미디어’연출 김현탁
김현탁(44) 연출은 대학교를 다니던 시절도 뭔가 달랐다. 교수님이 다른 학교 편입을 권유할 정도로 ‘내 식대로 만들기’가 그의 연출 방식이었고 지금도 그렇다.

지난해 3월 초연한 ‘메디아 온 미디어’ 역시 그의 ‘내 식대로 만들기’를 제대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초연 이후 8월 재공연을 거쳐 오는 22일부터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다시 막을 올리는 이 작품은 고전에 대한 그의 접근법이 독특한 작품이다.

‘메디아’는 콜키스의 공주 메디아가 사랑하는 이아손을 따라 코린트로 도망치며 아버지와 동생을 죽이고, 이아손이 변심해 코린트의 공주를 아내로 맞으려들자 코린토의 왕과 공주는 물론 이아손에 대한 보복으로 자기 자식마저 죽인다는 내용의 그리스 고전 비극이다. 이 ‘메디아’를 각색한 ‘메디아 온 미디어’는 조악한 소품들과 그로테스크한 표현, 메디아가 미디어 속에서 비극적인 결말을 맞는 모습을 통해 미디어의 사회악적 측면을 강조해 보여줬다.


작품은 암전도 없다. 배우와 관객들은 장면 전환을 어색해 하면서도 나중엔 익숙해진다. 총 쏘는 장면을 억지로 효과음과 맞지 않게 한다거나 조악한 장난감 칼 같은 전혀 위협적이지 않은 소품을 쓰면서 우습게 만드는 식으로 극을 억지스럽게 연출했다. 이런 점들이 그가 작품을 접근하는 방식이다.

‘메디아’를 그만의 방식으로 해체하게 된 계기는 단순하다. ‘메디아’란 말이 같아서였다.

“고전을 해체하는 것이 즐겁다”는 김 연출. 그가 고전 해체를 시작하게 된 건 “좋은 글을 잘 못써서”였다. 오랜 역사를 지닌 좋은 작품이 가진 극 자체의 힘을 이용하려는 것. ‘메디아 온 미디어’에서도 고전을 이렇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대본도 중요하지만 음악이나 무대, 조명 등 다른 요소들도 중요하다는 생각에 조화를 위해서라면 대본도 과감하게 수정한다.

그래서 김현탁의 작업은 공연 마지막까지 예측할 수 없다. 그가 작업한 ‘세일즈맨의 죽음’도 그의 표현대로 ‘다이내믹한’ 과정을 거쳤다. “공연 4일 전 음악을 찾다가 군에서 절 때리던 고참이 선물로 준 CD가 있었어요. 들으면 숨이 차는 것이 작품과 숨이 거칠게 표현되는 장면과도 맞아 선택했죠. 그런데 음악과 전혀 맞지 않았어요. 그래서 음악을 그대로 두고 나머지 부분들을 다 뜯어 고쳤습니다.”

제목도 몰랐던 음악을 선택해 놓았는데 나중에 알아보니 제목은 작품과도 너무 딱 맞는 ‘다시 집으로 가는 길’ 이었다.

김 연출은 처음엔 제대로 된 작품을 만들려고 노력했지만 다른 사람들이 그의 작품을 다른 시선으로 본다는 걸 몰랐다. “눈 뜨고는 못 보겠다”라고 한 사람도 있었다. 모르고 하다 보니 내공이 없고, 만들고 있는 작품이 어떤 작품이란 것을 알 수도 없었다. 그는 “‘메디아 온 미디어’도 ‘너무 제멋대로 만든 작품이지만 뭔가의 새로운 시작은 이런 것이 아니겠냐’며 의미부여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이끄는 연극실험실 성북동 비둘기는 그런 고전 작품의 해체와 연극의 형식을 실험적으로 접근하는 단체다. 연극의 새로운 형식을 매번 고민하는 그는 “연극적 형식이 얼마나 다양한지를 보여주고 싶다”고 말한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

사진=안훈 기자/rosedal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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