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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기땐 정신질환 지도자가 필요하다?
윌리엄 T. 셔먼·윈스턴 처칠…양극성 장애 앓았던 지도자 사례 통해 리더십 · 정신질환의 상관관계 해부
‘나치 지도자들은 반사회적 광신자들이 아니라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이었다.’ ‘가장 흔한 정신질환이 개인과 사회에 꼭 필요한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

우리 통념을 흔들어놓는 이런 주장을 편 이는 세계적인 정신의학자 나시르 가에미 박사다. 기분 장애, 특히 양극성 장애 분야의 전문가인 가에미는 여기에 더 깜짝 놀랄 만한 주장을 추가한다.

위기의 시대엔 정신질환이 있는 지도자가 더 창조적이고 강력한 리더십을 보인다는 것이다. 일명, ‘제정신의 반대 법칙’이다. 호경기나 평화로운 시기, 즉 국가가 순항을 할 때는 정신적으로 건강한 지도자가 역할을 잘해내지만 격동의 시기에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지도자가 가장 훌륭하게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정실질환은 조증과 우울증과 같은 것으로, 저자는 이 질환의 특징인 현실주의, 회복력, 공감능력, 창의성이 위기 때 리더십을 증진시키는 것으로 본다.

가에미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우리에게 친숙한 여덟 명의 유명한 지도자들의 인생과 업적을 정신의학적으로 살핀다. 윌리엄 T. 셔넌, 테드 터너, 윈스턴 처칠, 에이브러햄 링컨, 마하트마 간디, 마틴 루터 킹 주니어, 프랭클린 D. 루스벨트, 존 F. 케네디와 반대편에 위기의 순간에 실패하고 만 건강한 정상적인 지도자 다섯 명을 함께 등장시켰다.

가령 전형적인 우울증과 조증 등 양극성 장애를 앓았던 셔먼 장군은 남북전쟁 때 혁신적인 전투방식으로 연승했다. 즉 총체적인 파괴로 시민들의 재산에 대한 공격과 파괴 전략이다. 곡물, 농장, 도시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시민들의 사기를 완전히 꺾어놓아 전쟁 수행능력 자체를 파괴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애틀랜타 시민들을 모두 강제로 끌어내 북부행 편도 기차표를 쥐어주고 떠나 보낸 뒤 전부 불태웠다. 그의 잔인성은 비난을 받았지만 셔먼은 “신이 때가 되면 우리를 심판”하실 것이라며, 그게 전쟁이라고 맞받아쳤다.

미디어 사업가 테드 터너도 양극성 장애인이었다. 터너는 아버지의 충동적인 결정과 독단성으로 어린 시절부터 이 기숙사 저 기숙사를 떠돌며 자신이 버려지지 않을까 두려움이 컸다. 전처 제인 폰다에 따르면, 그는 계속 사람들과 관계를 유지하려 했고 흥분과 불안, 긴장감을 극심하게 느꼈다. 터너의 위기극복 능력이 발휘된 건 아버지의 자살. 사업이 번창해 부를 쌓아가던 그의 부친은 한창 잘나가던 회사를 경쟁자에게 싸게 팔고 권총으로 자살했다. 터너는 아버지의 죽음과 가족 기업을 잃을 위기에 직면해 놀랍게도 회사 직원들을 모으고 변호사를 고용해 아버지의 경쟁자와 협상, 회사 주식을 양도함으로써 회사 매각을 막았다. 터너는 옥외광고사업을 유지 성장시켰을 뿐만 아니라 라디오와 텔레비전으로 확장했다.


위대한 지도자이자 전쟁의 천재인 윈스턴 처칠이 정신적 문제를 갖고 있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처칠의 심각한 재발성 우울증 덕분에 독일의 위협에 대해 현실주의적 판단을 내릴 수 있었다는 주장은 낯설다.

처칠의 정신병력은 심각했다. 그는 주치의에게 “나는 기차가 지나갈 때 승강장 가장자리엔 서 있고 싶지 않다”고 말하곤 했다. 1945년 재선에 실패한 직후에도 새 아파트 발코니 앞에서 비슷한 소리를 했다. 우울증만이 아니다. 그는 자아가 계속 변했다. 성미가 까다롭고 공격적이었다. 이렇게 오르내리기를 자주 반복하는 성격을 정신의학자 에른스트 크레치머는 바로 기분순환형 성격이라 말한다.

저자는 처칠의 정신기질에서 조증 기질에 따른 대담성보다 우울증의 고통이 주는 현실주의를 높이 평가한다. 처칠은 양차 세계대전 사이의 평화기 연합정부에 참여하지 못했다. 군사적 견해 차이로 동료들과 첨예하게 대립했기 때문이다. 나치에 대한 처칠과 체임벌린의 태도는 대조적이다. 처칠은 1930년 10월 이미 나치의 위협을 경고했는데, 체임벌린은 1938년 그 치명적인 뮌헨 방문 때까지도 그런 위협의 조짐을 전혀 감지하지 못했다. 정신적으로 건강한 체임벌린이 환상만 본 곳에서 처칠은 진실을 본 것이다.

정신질환과 바람직한 성격 특성의 관련성을 처음 도출한 이는 아리스토텔레스. 19세기 정신의학자 체사레 롬브로소의 견해에 따르면 정신질환, 특히 조증은 사고의 비약과 창의성, 우울증은 탁월한 현실주의와 관련이 있다.

역사적 리더십과 정신질환의 관련성을 통해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정신질환에 대한 근거 없는 편견이다. 즉 정신건강과 정신질환 사이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사실이다. 저자의 논리대로 정신의학적으로 따질 때 우리 시대엔 어떤 지도자가 리더십을 발휘할지 관심거리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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