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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젠 다른 이의 슬픔 안아줘야 하는 사람으로…
소냐에겐 혼혈이란 단어와 어린 시절 과거가 늘 함께 했었다. 현재보다 과거가 더 주목받았던 때가 있었고 그 과거를 뛰어넘어 지금의 그를 만든 것이 바로 뮤지컬이었다.

올해 KBS의 예능프로그램 ‘불후의 명곡’에서 ‘감동의 아이콘’이라는 수식어를 얻으며 가수로서도 다시 한 번 주목받았던 그는 뮤지컬 ‘마리아 마리아’, ‘삼총사’, ‘잭더리퍼’에 출연했고 최근엔 뮤지컬 ‘아이다’의 주인공 아이다 역으로 한창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이어지는 뮤지컬 작품에 어느 해보다 바쁜 한 해를 보내고 있을 그를 지난 9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의 한 식당에서 만났다.

검은 색 원피스 차림으로 만난 소냐는 연습 때문에 식사도 허둥지둥 해야만 했지만 언제나 밝은 표정의 쾌활한 모습이었고 푸른 하늘 처럼 맑은 눈에서는 아직도 끊임없이 에너지를 쏟아내는듯 했다.

“여태까지 제가 한 작품 중에 가장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어요. 오전 10시부터 6시까지 하는데 그 시간도 모자라요.”

그가 연기하는 아이다는 아프리카 누비아의 공주. 흑인 아버지가 준 감성은 작품 연습에 도움이 될까. 소냐에게 연출가 키스 배튼은 “반쪽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걸 다 끄집어 내 보여줘라”라며 격려했다고 한다.

아이다는 자신과 다른 역경을 살아온 인물이라고 표현한 그는 “그동안의 작품들이 밑바닥 인생의 아픔들을 표현하는 것이었다면 지금은 더 큰 걸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동안의 아픔과는 다른 무리를 이끄는 지도자, 백성의 슬픔을 안아줘야 하는 공주로서의 모습을 표현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듯 보였다.

하지만 그는 아이다와 왠지 모르게 닮아 있다. 소냐가 스스로에 대해 확신이 없을 때도 연출가 키스 배튼은 “지금 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하고 믿어라”라고 말했다. 그의 조언 덕분에 소냐는 “무엇이 맞는 지는 모르지만 노래 부를 때 가슴이 시키는 대로 해요”라고 했다.

사실 ‘아이다’는 그에게 있어 특별한 작품이다. 여러 번 좌절을 경험하게 했지만 그 경험이 오기가 되어 3번 만에야 인연이 닿았다. 처음엔 의사소통 문제로 초연 때 오디션을 놓쳤고 2010년 두 번째 공연때는 오디션에서 미끄러졌다.

“‘아이다’ 말고도 떨어진 작품들은 꽤 있어요. 하지만 떨어지는 것도 나쁘지 않더라고요. 더 노력하게 되는 것도 있고. 떨어지면 약한 것을 알게 되고 보강해서 다음에 할 땐 더 잘해야지 이런 마음이 생기죠. 만약 초연 때 공연했으면 이만큼의 오기도 없었을 거고 잘 하지 못했을 거예요.”


소냐는 무엇 때문에 ‘아이다’에 3번이나 도전한걸까. 그는 “브로드웨이에서 ‘아이다’를 초연한 헤더 헤들리의 목소리가 충격이었다”며 “강하고 에너지 넘치는 것이 가슴을 건드리는 뭔가가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심장이 이끄는 뭔가가 있었고 어쩔 수 없이 제가 해야 하는 운명이었나 보다”라며 웃었다.

뮤지컬도 그런 운명이다. 1999년 가수로 데뷔하며 그 해 동시에 뮤지컬 ‘페임’으로 커리어를 쌓았던 그는 이제 데뷔한 지 13년이 됐다. 물론 처음엔 쉽지 않았다. 19세의 가수가 뮤지컬을 한다는 것이 일부 다른 배우들에겐 눈엣가시였고 그 텃세를 이겨내야만 하는 때도 있었다. 음반 활동에 회의를 느낀 적도 있었고 뮤지컬도 다신 하지 않겠다고 한 적도 있었지만 음악과 뮤지컬은 운명처럼 그와 13년을 함께 했다.

“본인 말고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아보는 거잖아요. 그런 매력이 굉장한 기쁨이고 희열이고 더 열정을 갖게 해요.”

2004년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로 한국뮤지컬대상에서 신인상을 받았을 땐 모든 걸 다 보상받은 느낌이었다는 소냐. 이젠 그저 노래를 부르는 것 보다도 뮤지컬이 더 재밌단다.

30년 뒤에도 패티김, 윤복희와 같은 선배들처럼 오랜동안 무대에 서 있기를 희망하는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공연 전 온 손이 땀으로 범벅되고 화장실을 몇 번이나 드나들지만 조명이 주는 따스함이 있어요. 무대위의 조명이 다른 조명과 다르진 않을텐데 한 발 밝은 쪽에 발을 딛는 순간 긴장이 사라져요.”

이제 소냐는 자신의 과거와 아픔을 표현하기 보다는 뮤지컬 ‘아이다’를 통해 다른 이들의 아픔을 안아줘야 하는 공주의 모습으로 돌아와야 한다. 그의 ‘아이다’는 다음달 2일부터 서울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만나 볼 수 있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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