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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장 게르기예프…미세한 손놀림에…객석, 音에 취하다
입동(立冬)을 맞은 7일은 쌀쌀함보다는 포근함이 더했고,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거장 발레리 게르기예프와 마린스키 오케스트라를 맞이한 관객은 겨울을 기분좋게 출발했다.

공연 둘째날에도 마에스트로 게르기예프는 전날과 같이 역시 지휘자 단상에 오르지 않고 단원과 눈높이를 맞췄다. 그는 손에 든 듯 안 든 듯 특유의 성냥개비 크기만한 지휘봉을 들고 연주를 리드했고, 마린스키 오케스트라가 만들어내는 선율은 그의 손에서부터 시작됐다.

1부 첫곡은 브람스의 교향곡 2번. 지휘동작 하나하나가 섬세하게 보일 정도로 물 흐르듯 부드러움을 놓치지 않은 그의 지휘는 절정에 이르며 온몸으로 휘젓기 시작했고 오케스트라를 조율하던 그의 왼손은 음을 따라 미세하게 빨라졌다. 간간이 앞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지휘를 이어갔던 게르기예프는 마린스키 오케스트라와 함께 브람스의 곡을 정성껏 요리했고 관객은 큰 박수로 화답했다.
 
[자료제공=마스트미디어]

젊은 피아니스트 조성진<사진>과의 협연은 1부의 대미를 장식했다. 마린스키 오케스트라와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을 함께한 조성진은 시작부터 관객을 압도하는 피아노 연주로 감탄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모든 시선은 건반을 두드리는 조성진의 손에 집중됐다. 때로는 80여명의 오케스트라를 제압하려는 듯 힘찬 연주가 이어졌고 이에 질세라 게르기예프와 마린스키 오케스트라도 힘껏 음을 쏟아냈다. 조성진의 손이 건반을 떠나고 게르기예프가 작은 지휘봉을 든 손을 내리는 순간 관객의 환호가 이어졌고, 게르기예프는 어린 손자를 보듯 대견하게 조성진을 바라봤다.

프로코피예프의 교향곡 5번으로 꾸며진 2부 무대는 극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한 편의 스릴러 영화를 보는 듯 긴장감의 연속이었고 작은 지휘봉과 그의 손놀림은 지휘동작에 더 집중하게 만들었다. 단상이 없이 지휘를 계속 이어간 그는 활동의 폭이 넓었고 연주자와 더 가까이 다가가는 모습이었다.

부드럽게 이어지는 연주 속에서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은 그와 마린스키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이내 빨리지고 격렬해지며 절정을 맞이했고 연주가 끝나고 관객의 박수는 끊일 줄을 몰랐다.

2005년 이후 7년 만에 한국을 찾은 마린스키 오케스트라와 마에스트로 게르기예프의 무대는 무거움 속에 서정적인 감성이 존재했고, 긴장감 속에도 아름다운 인연이 있었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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