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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 - 정장선> 국민이 납득하는 단일화의 조건
정치는 결과보다도 과정이 중요하다. 특히 진보 진영일 경우 더더욱 그렇다. 정치공학적 단일화가 아니라 진정한 미래에 대한 가치와 정책 제시가 단일화와 함께 있어야 국민의 동의가 따를 것이다.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지난 6일 저녁 만나 7개 항의 공동합의문을 발표했다. 후보등록 마감일(11월 26일) 전까지 단일화하고, 후보 단일화를 넘어 가치와 정책의 연합과 함께 그 전단계로 조만간 새정치공동선언문도 발표하겠다고 했다. 우리 정치의 가장 큰 문제가 불확실성인데 국민 입장에서 본다면 그 하나가 사라졌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제 본선이 보름 남짓 남았다. 정당 간의 연합이 아닌, 정당과 무소속 후보 간의 단일화가 대선의 핵심요인이 된다는 자체가 세계 정치사에 유례가 없는 일이다. 후보 단일화가 2002년 때와 같이 정치공학을 넘어 우리 정치사에서 긍정적 요인이 되려면 먼저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내용 면에서 국민의 동의를 획득해야 한다. 양 진영의 진짜 고민은 이제부터다.

지난 2002년 노무현ㆍ정몽준 후보 단일화는 살아온 과정과 정책 모두 판이함에도 오로지 이기기 위한 정치공학적 단일화였다. 노 후보는 이회창 후보 당선만은 막아야겠다는 생각에서, 정 후보는 당선 가능성만 염두에 둔 단일화였다. 막판 정 후보가 단일화를 파기해 엄청난 비난을 받았지만, 대선 이후 보여준 두 사람의 가치관이나 정치 행태를 보면 국가를 위해 그때 파기는 정말 잘된 일이라는 안도감까지 든다. 만일 파기되지 않고 공동정부라도 꾸렸다면 나라가 엄청 시끄러웠을 것이다.

이번 문재인ㆍ안철수 합의가 정책과 가치 연합까지 하겠다고 한 것은 다행이다. 왜 단일화를 하는지, 그리고 선거 과정과 선거 후는 어떨게 할 것인지 국민에게 분명히 알리고 평가를 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 두 사람은 국민에게 최소한 다음 몇 가지는 반드시 보여주어야 한다.

첫째, 가장 시급한 정치개혁을 어찌 할 것인지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지금 같은 장군멍군 식은 국민에게 피로감만 줄 뿐이다. 제대로 한다면 정치사에 큰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둘째, 경제ㆍ복지ㆍ남북문제를 포함한 외교ㆍ국방ㆍ교육 등 주요 사안에 대해서도 공통된 정책을 내놔야 한다. 경제와 안보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큰 정책에 합의하지 못하면 단일후보가 대통령이 되었을 경우 내부 갈등이 커질 수 있으며 국가를 혼란케 할 것이다. 셋째, 집권 이후 국가를 공동으로 운영하는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도 밝혀야 한다. 단순히 후보 단일화인지, 연합 성격의 공동정부를 운영할지, 선거 후 신당을 같이 만들어 한식구가 되는 것인지 밝혀야 한다. 국민은 이를 궁금해할 것이다. 넷째, 이와는 별개로 두 사람 간 토론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 두 사람의 공통점과 차이, 국정운영 역량은 검증받아야 한다. 인기투표 같은 여론조사만으로 단일화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이는 단일화에 앞서 국민에게 제시할 최소한의 필요조건일지 모른다. 정치는 결과보다도 과정이 중요하다. 특히 진보 진영일 경우 더더욱 그렇다. 정치공학적 단일화가 아니라 진정한 미래에 대한 가치와 정책 제시가 단일화와 함께 있어야 국민의 동의가 따를 것이다. 앞으로 지루한 단일화 협상이 시작될 것이다. 새로운 정치를 표방하는 정치 초년생인 두 사람의 실험이 이제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과거 정치인들과 정말 다른지 말이다. 

헤럴드경제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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