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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래블>‘자박 자박’ 흙길엔 옛 선비 애환이…문경새재를 넘다

[헤럴드경제=박동미 기자]‘문경새재 물박달나무 / 홍두깨 방망이로 다 나간다 / 홍두깨 방망이 팔자 좋아 / 큰 아기 손질에 놀아난다 / 문경새재 넘어갈 제 / 굽이야 굽이야 눈물이 난다.’

문경새재 고개를 넘는다면, 문경새재아리랑 한번쯤 흥얼거리면 어떨까. 노랫말에 담긴 문경새재의 옛 이야기를 오감으로 받아들이는 순간이다. 민초들이 오가고, 선비들이 과거 보러 갈 때 넘던 문경새재는 예부터 한강과 낙동강 유역을 잇는 영남대로의 가장 높고 험한 고개였다. 산적도 많이 출몰해 과거길을 떠나는 선비들은 늘 무리를 지어 다녔다고 한다. 옛 사람들의 애환이 서린 이곳이 최근에는 걷기 여행자들이 즐겨찾는 옛길 중 한 곳으로 인기다. 

▶아리랑 흥얼거리며 넘는 고갯마루…맨발에 닿는 정겨운 흙 감촉=가파른 고갯길을 넘기 전에, 우리 선조들은 심호흡부터 크게 했을 듯하다. 또 굴곡진 인생사를 닮은 고개를 넘으며 모든 시름을 잊기 위해 아리랑 가락을 읊었을 터. 하지만 요즘의 문경새재는 친근해졌다. ‘굽이 굽이’ 눈물 서렸던 가파른 길이 가족단위 관광객도 평이하게 걸을 수 있게 됐다. ‘자박자박’ 흙길을 맨발로 걷는 이들도 종종 보인다.

문경새재 제1관문인 주흘관을 넘어서니 가을빛이 완연하다. 푹신하게 단장한 길, 붉게 물든 단풍이 길손을 반긴다. 아리랑 노랫가락에 나오는 물박달나무도 곳곳에서 발견된다. 대원군이 경복궁을 중수할 때 물박달나무를 다 베어, 노랫말에 그 상실감이 담겼다는 이야기도 있다. 사연 많은 문경새재는 시객들에게도 단골 소재. 한시만 별도로 모아놓은 ‘시가 있는 옛길’이 조성됐을 정도다. 

주흘산을 바라보며 새재를 오르는 길에는 옛 관리들의 여관 역할을 하던 조령원 터, 경상도 관찰사들의 발자국이 서린 교귀정도 있다. 3단 폭포의 풍미를 자랑하는 조곡폭포를 지나니 조선 선조 때(1594년) 축성된 영남 제2관문인 조곡관이 나온다. 

조곡관과 조령관(제 3관문) 사이에 문경새재 아리랑비가 세워져있다. 아리랑비 옆에 있는 작은 버튼을 누르면 문경새재아리랑 곡조가 구성지게 흘러나온다.

‘문경새재 물박달나무 / 홍두깨 방망이로 다 나간다….’

고갯마루를 넘으며 흥얼거리던 아리랑을 귀로 직접 들으니 까닭 모를 먹먹함이 급습한다. 내친김에 조령관까지 오른다. 옛길박물관에 들러 마음을 가라앉혀본다. 

▶문경의 자연과 문화를 음미…용추계곡ㆍ대야산자연휴양림=문경 읍내에서는 문경새재아리랑 전수자 송옥자 씨가 문경새재아리랑보존회를 꾸려가고 있다. 예약하면 직접 문경새재아리랑 소리를 배워 볼 수도 있다. 전수자 송옥자 씨는 문경으로 시집와 시할머니가 흥얼거리는 아리랑 소리를 들으며 젊은 시절을 보냈고, 송영철 선생에게서 문경새재아리랑을 전수받았다고 한다. 

송옥자 씨가 물레, 솜틀 등을 직접 돌리며 소리하는 모습에는 지난 세월이 오롯이 담겨 있다. 노랫말에 담긴 ‘한’이 어느새 마음에 스며든다. 아리랑의 진수다. 

아리랑 소리로 마음과 귀를 정화했으면 문경의 자연과 문화를 음미할 차례다. 가을이 깊어갈수록 고요한 풍취를 더하는 대야산자연휴양림과 문경 8경 중 한 곳인 용추계곡을 둘러보아도 좋다. 용추계곡에는 용이 암반을 뚫고 승천했다는 전설이 서려 있다. 고모산성은 신라가 영토를 확장하던 시기에 쌓아올린 석성이다. 주변 진남교반(영강의 기암괴석과 깎아지른 듯한 층암절벽이 만들어내는 자연경관으로 경북팔경 중 제1경으로 꼽힌다)과 어우러져 절경을 만들어낸다. 

pdm@heraldcorp.com[사진ㆍ자료제공=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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