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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책>경제학이 변해야 산다...좌승희 교수의 역작 ’경제발전의 철학적 기초’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정의ㆍ평등ㆍ자유 등은 흔히 정치철학의 영역으로 간주된다. 이를 이념논쟁이 아닌 시장 경제제도를 결정하는 중요 요인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건 최근의 일이다. 이념과 경제발전과의 관계를 규명하는 데에 공을 들여온 좌승희 교수의 역작 ‘경제발전의 철학적 기초’(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는 그동안 경제 정책과 논리가 정치철학에 의해 좌지우지돼온 데서 경제발전의 관점으로 이념을 포섭, 통합하고자 시도한 야심작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새로운 경제학은 기존의 자원의 효과적인 배분을 목적으로 삼는 배분경제학에서 문화와 이념 등 사회 외부 효과들을 경제학 안으로 끌어들인 발전경제학이다, 저자는 이를 ‘신자본주의 경제관’으로 부른다.

이는 자본주의 다시 보기로부터 출발한다. 자본주의 4.0 얘기가 아니다. 오히려 자본주의 본래로의 회귀다. 그는 우선 자본주의에 대한 기존의 시각, “불평등을 초래하는 모순된 체제”라는 세계관을 부정한다. 이는 잘못된 이념이며, 여기에 기초해 모순을 교정하려는 정치ㆍ경제ㆍ사회 체제나 정책은 부의 불평등을 완화하기보다 오히려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저자의 새로운 발전경제학은 종래 자본주의를 ‘흥하는 이웃 때문에 내가 망한다’는 계급투쟁으로 본 사회주의나 수정자본주의식 인식에서 벗어나 ‘흥하는 이웃이 있어야 나도 흥할 수 있다’는 상생과 호혜적 동반 발전이다. ‘흥하는 이웃→따라하기→창발 및 혁신’이야말로 내가 발전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란 논리다.

저자의 ‘흥하는 이웃’ 논리는 흥미롭다. 시장은 흥하는 주체만을 선택, 차별적으로 우대함으로써 흥하는 성공문화 유전자를 창출하고 복제ㆍ증폭시키는 일을 해내는 장치라는 것. 또 시장은 이를 통해 결과적으로 흥하는 문화 유전자를 체화한 발전친화적인 경제 주체들을 양산해내게 된다. 이를 저자는 ‘시장의 차별화 기능’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시너지 혹은 노하우 시장은 지나치게 높은 거래비용 때문에 시너지의 창출자에게 적절한 보상을 하지 못함으로써 경제적 차별화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 여기서 기업은 구원투수로 등장한다. 시장의 차별화 기능 실패를 교정할 수 있는 장치로서다. 즉, 기업은 우수한 조직원을 선발해 이들 간의 비선형적 상호작용을 독려함으로써 시너지를 창출하도록 하지만, 시장과는 달리 거래비용을 회피할 수 있기 때문에 실패를 교정하고 경제발전을 이끌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자본주의 경제발전을 이끄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저자는 기업의 경제발전 역할을 “자본주의 경제를 시장경제라고 하기보다 기업경제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적절할 정도”라고까지 평가한다.

저자는 성장론에서 기업을 배제시킨 주류경제학과 회계학적 관점으로 국한한 신고전파, 기업의 역할에 주목했지만 자본주의 경제발전을 가져오면서 동시에 자본주의 몰락을 가져오는 모순된 존재로 남긴 슘페터까지 한계를 지적하며, 기업을 경제학에서 내생변수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펼친다. 이념에 대한 기존 경제학의 태도도 마찬가지다. 이념은 경제에 직ㆍ간접으로 영향을 미치지만 주류 실증경제학은 이념에 대한 특별한 입장이 없다. 제도의 영향이 사상된 현실과 괴리된 진공 속의 이론이라는 얘기다. 저자는 문화나 이념이 경제 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경제학이 설명해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경제 정책이 정치의 산물로 전락한 현 상황은 경제학 스스로 자초한 일이란 게 저자의 입장이다. 정치담론이 경제사회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판단조차 할 수 없는 철학 부재 경제학에 대한 질타다. 이는 이론에 갇혀 현실을 제대로 설명해내지 못하는 경제학에 대한 최근 학계 반성 기류와도 통한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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