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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은숙의 아르스노바, 현대음악을 보다 편안하고 쉽게
‘예술은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느끼는 것’이란 말처럼 음악 역시 이해보다는 가슴으로 느끼는 것이 더욱 쉽고 친근하게 다가온다.

현대음악, 컨템포러리 뮤직(Contemporary Music)으로 불리는 음악은 규정하기 쉽지 않은, 정의내리기 어려운 분야다. 쇤베르크(1874~1951) 이후 작곡가들의 음악들을 현대음악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12음기법을 만들어 곡을 쓰기 시작한 이후에도 라흐마니노프, 시벨리우스 등 조성적인 작품을 쓴 사람들이 있어 엄밀한 시대적 정의도 불가능하다는 것이 여러 의견이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진은숙 상임작곡가는 “현대음악도 음악이고 고전과 현대음악으로 구분할 것이 아니라 하나의 음악으로 포용해야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굳이 현대음악을 정의할 것이 아니라 음악의 탄생의 흐름 속에 생겨난 여러 작품들 중 하나라는 의미다.

진 작곡가는 “스타일적인 면으로 혼란스러운 시대”라며 “지금은 각 작곡가마다 자기 스타일을 가지고 있고 너무 다양해서 트렌드를 이야기하기가 쉽지 않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어느 방향으로 갈 지 모르는 다양한 스타일의 현대음악을 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서울시향이 진행하는 아르스노바 시리즈다. 매해 두 차례 계획되는 아르스노바는 헝가리를 주제로 1일과 오는 3일 에도 세종체임버홀과 예술의전당에서 어김없이 관객을 찾아간다.

진은숙의 아르스노바를 기획하고 있는 서울시향 상임작곡가 진은숙.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헝가리 거장의 음악을 전할 ‘진은숙의 아르스노바Ⅲ, Ⅳ’=‘아르스노바(Ars Nova)’는 새로운 기법, 새로운 예술이란 의미다. ‘진은숙의 아르스노바’는 동시대를 살고 있는 작곡가들의 음악, 최근 100년 간의 현대음악을 위주로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이번 ‘진은숙의 아르스노바Ⅲ, Ⅳ’에서는 헝가리 현대 작곡가들의 음악을 소개하는 한편, 국내 솔리스트들과 함께 협연하기도 한다.

오는 1일 세종체임버홀에서 열리는 콘서트는 헝가리의 실내악을 주로 연주한다. 작곡가이자 유명한 지휘자 페테르 외트뵈시(Péter Eötvös)가 서울시향을 지휘하고 소프라노 서예리가 협연한다.

이날 연주에서는 페테르 외트뵈시의 ‘콜로라투라 소프라노와 앙상블을 위한 8중주 플러스’, 죄르지 리게티(György Ligeti)의 ‘콜로라투라 소프라노와 앙상블을 위한 대학살의 불가사의’를 한국에 처음 선보이며 이외에도 진은숙 작곡가의 ‘소프라노와 앙상블을 위한 스내그 앤 스날스’와 서울시향이 위촉한 신동훈 작곡가의 ‘팝 업’도 연주된다.

페테르 외트뵈시는 베를린 필하모닉, 빈 필하모닉,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뮌헨 필하모닉,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등에서 지휘했으며 그가 만든 오페라 ‘세 자매’, ‘사랑과 다른 악마’, ‘미국의 천사’ 등의 작품들이 전세계에서 연주되고 있다. 그는 두 차례나 프랑스 문화예술훈장을 받았고 이탈리아 황금사자상 평생공로상 수상 등 수상경력도 많다.

이번 아르스노바에서 서울시향을 지휘하는 헝가리 작곡가 페테르 외트뵈시.                        [자료제공=서울시립교향악단]

3일 예술의전당 콘서트는 오케스트라 연주를 위주로 프로그램을 짰다. 한국에서 처음 연주되는 죄르지 리게티의 콘세르트 로마네스크와 죄르지 쿠르탁(György Kurtág)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새로운 메시지’와 함께 벨라 바르톡(Belá Bartók)의 피아노 협주곡 제 2번 G장조를 연주할 예정이다.

특히 이날 콘서트에선 서울시향이 베를린 필하모닉과 톤할레 오케스트라, 토론토 심포니 오케스트라, 베르겐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 공동으로 외트뵈시에게 작품을 위촉해 그의 작품 ‘첼로 콘체르트 그로소’를 아시아에서 초연한다.

피아니스트 김선욱과 첼리스트 양성원이 서울시향과 협연하며 진 작곡가는 바르톡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연주하는 김선욱이 “곡이 너무 어려워서 손이 찢어지고 근육이 망가질 때까지 연주하지 않으면 연주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진 작곡가는 “평소에 하는 곡과 달리 따로 악보를 읽어야 해 단원들도 힘들어한다”며 “많은 사람들이 원망하고 있다”는 우스개소리도 전했다.

그는 “공동위촉한 이분의 작품이 있어서 테마가 외트뵈시 중심으로 짜여졌고 그러다 보니 헝가리가 테마가 됐다”며 이번 연주에서 리게티의 곡은 실험적이고 연극적이고 괴상한 곡이며 오페라에서 발췌된 자신의 곡은 보다 가볍게 들을 수 있어 재밌을 것 같다는 희망을 내비치기도 했다.

 
서울시향과 바르톡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연주하는 피아니스트 김선욱(왼쪽)과 첼리스트 양성원(오른쪽). 서울시향과 페테르 외트뵈시의 첼로 콘체르토 그로소를 연주한다.                                                                      [자료제공=서울시립교향악단]

▶진은숙의 아르스노바, 작곡가와 대중을 위해=지난 2006년 부터 시작된 아르스노바는 올해 7년 째를 맞고 있다. 아르스노바는 잘 알려진 서양 고전음악 작곡가들의 곡들 외에 동시대 작곡가들의 곡을 여러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젊은 작곡가들을 육성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진은숙은 “한국은 창작문화에 대한 이해와 서포트가 부족하다고 느껴진다”며 “대중적인 것만 선호하고 여러 활동들을 많이 하고 있는데 이런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아르스노바는 진 작곡가의 사명감이 바탕이 된 프로그램이다.

그는 그래도 “지금까지 어려운 프로그램을 한국에서 해냈다는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이며 “(아르스노바)가 국제적으로도 많이 알려져 있고 초청받는 솔리스트나 지휘자들이 밖에 나가 긍정적인 이야기들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공연에서도 영국 로열 필하모니아의 오케스트라 교육책임자와 사업을 총괄하는 공연기획자가 프로그램에 참관한다. 독일 지휘자들을 초청해 공연하면서 서울시향이 현대음악 유럽투어도 가능할 수 있었다. 올해는 미국 투어가 예정돼있다.

물론 내년에도 꾸준히 아르스노바를 진행할 예정이다. 4월엔 독일 지휘자인 페터 히르시와 트럼펫 주자 호칸 하르덴베리에르를 초청해 트럼펫 콘체르토를 하고, 10월엔 트리스탄 뮤라이의 피아노 콘체르토를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연주할 예정이다.

현대음악이 어렵다는 이야기에 진은숙은 “항상 하는얘기”라며 “많이 접하고 마음을 열고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고 했다. 새로운 것에 대한 낯설음이 호기심이 되라는 의미일 것이다.

물론 관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이번 공연에서도 40분간의 프리 콘서트 렉처가 준비돼 있다.

문영규 기자 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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