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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을DNA’ 증명한 롯데, 얻은 것과 얻어야 할 것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가을에 야구 좀 하자”고 외쳤던 롯데 자이언츠. 2012년 가을의 롯데는 포스트시즌에서만 벌써 4번째 역전승을 일구며 비로소 ‘가을야구 DNA’를 심은 모습이다.

롯데는 17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계속된 2012 팔도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와 플레이오프(5전3승제) 2차전에서 4-4로 팽팽히 맞선 10회초 2사 만루에서 정훈이 밀어내기 볼넷으로 천금같은 결승점을 뽑아 5-4의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전날 패배를 설욕한 롯데는 원정경기에서 1승1패를 기록하고 기분좋게 부산행 버스에 올랐다.

롯데에게 이날 2차전 승리는 1승 이상의 가치와 에너지를 안고 있다. 특유의 화끈한 방망이쇼는 없었지만 그 자리를 끈끈함과 절박함으로 채웠다. 이는 바로 상대팀 SK가 2007년부터 리그 정상에 오를 수 있었던 무기였다. 두산과 준플레이오프, SK와 플레이오프 2차전서 거둔 네 번의 승리를 모두 역전승으로 장식하며 롯데의 가을야구 DNA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시리즈를 흔든 천금같은 2차전 승리. 롯데가 얻은 것과 얻어야 할 것은 뭘까.

▶살아난 베테랑= 베테랑이 살아났다. 베테랑의 존재는 가을야구 성공신화를 쓰기 위한 필요충분조건. 롯데의 조성환이 주인공이다. 조성환은 이날 SK와 2차전 선발 명단서 제외됐다. 두산과 준플레이오프 1차전서부터 매 경기 선발로 이름을 올렸지만 이름값을 하지 못한 그다. 두산과 1차전서 한 이닝에만 두 개의 실책을 범하면서 타격감도, 주루센스도 급격히 떨어졌다. 최고참 조성환은 “솔직히 후배들을 챙길 여유가 없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양승호 롯데 감독은 늘 그에 대한 변함없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SK와 2차전서 팀이 3-4로 뒤진 7회 초 1사 2루 기회에서 박준서를 빼고 조성환을 대타 기용했다. 승부수는 절묘하게 통했다. 조성환은 SK의 필승좌완 박희수의 공을 받아쳐 동점 적시타로 연결시켰다. SK의 PO 1차전 승리 뒤에 이호준과 박진만, 두 베테랑이 있다면 롯데의 2차전 역전승엔 조성환이 있었다. 롯데의 시리즈 역전승이 기대되는 이유다.

▶마침내 이겨낸 SK 공포심=플레이오프 1차전, SK는 정말 강했다. 김광현을 깜짝 선발로 내세운 이만수 SK 감독의 ‘도박’이 통했고, 김광현은 보란듯이 에이스 위용을 뽐냈다. 베테랑들은 노련했고, 엄정욱-박희수-정우람이 이어던진 필승 계투진은 높고 강했다. 어느 곳 하나 빈틈이 보이지 않았다. 1차전만 놓고 보면 SK의 완승으로 시리즈가 끝날 분위기였다. 하지만 롯데는 가을야구 최강자 SK를 꺾으며 선수들 마음에 자리했던 ‘SK공포심’까지 무너뜨렸다. 무엇보다 전날 10명의 타자가 나서 무안타로 맥을 못췄던 엄정욱-박희수-정우람을 흔들었다. 롯데 타선은 이들 세 투수를 상대로 6안타 5사사구를 뽑아내며 믿기지 않는 역전승을 만들어냈다. 요즘 시쳇말로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이었던 SK 필승계투진은, 이제 롯데 선수들에게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넘을 수 있는 상대’로 다운그레이드됐다.

▶응답해야 할 정대현-박종윤=하지만 아직도 롯데엔 남은 숙제가 있다. 정대현과 박종윤의 부활이다. 정대현은 SK 팬들에게 여전히 아프고 아까운 이름이다. 지난시즌을 끝으로 롯데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정대현은 친정팀과 포스트시즌 만남을 고대했다. 마침내 17일 플레이오프 2차전서 1-2로 뒤진 6회말 1사 1,2루서 마운드에 올랐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정대현 카드는 실패했다. 첫타자 김강민을 삼진으로 돌려세웠지만 조인성에게 2루타를 맞고 대타 이재원에게 볼넷을 내준 뒤 강판됐다. 양승호 감독은 “다음 경기부터는 정대현의 투입 시점을 신중하게 결정하겠다. 정대현이 전 소속팀(SK)을 딛고 일어나야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했다.

타선에선 박종윤의 자신감 찾기가 절실하다. 박종윤은 PO 1차전 6회초 1사 1, 3루 타석에서 타격 도중 대타 박준서와 교체됐다. 문책성 교체다. 양승호 감독은 “박종윤이 멘붕인 것같아 바꿨다. 왜 번트댔냐고 물었더니 2루수가 너무 뒤로 가 있어서 앞으로 당기려고 번트를 댔다고 하더라. 근데 2구를 대지 못했다”고 했다. 박종윤은 두산과 준PO 때도 벤치의 번트 사인을 미스하는 등 포스트시즌 내내 ‘번트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17일 2차전서도 9회 2사 1,2루 찬스에서 파울플라이로 물러나는 등 5타수 무안타로 고개를 떨궜다. 정대현과 박종윤의 부활. 롯데의 가을야구 완성에 꼭 필요한 전제조건이다.

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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